[전국 교수·학생 신문-전교학 신문＆Segye.com]
취미와 직업의 차이는 연애와 결혼의 그것과 같다! 즉 현실과 유리된 채 즐기는 것과, 생활의 기반으로 삼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임을 지적하는 말이다. 청춘영화 ‘태풍 태양’을 보면 인라인스케이팅의 일인자 모기(김강우)가 돈을 위해 와이어에 몸을 매달고 영화를 위한 스턴트 스케이팅을 하지만, 예상과 달리 추락을 거듭하자 고백하지 않는가. “나 무섭더라. 앞으로는 나 타고 싶을 때만 탈게.”
과연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것은 축복일까,저주일까. 장영복 신발끈 여행사 사장(41)은 취미인 배낭여행이 업으로 이어진 사람이다. 여행을 업으로 삼아 여행사를 운영해온지 20여년…과연 그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사이의 틈을 어떻게 메워 성공을 거두고 있을까. 신발끈 여행사는 개인해외여행 알선업체중에서 빅 3에 속하는 곳. 다양한 개인별 맞춤여행문화를 선도하는 업체로 이름이 나있는 곳이다. 장영복사장(42)을 만나러 홍대앞 사옥을 찾아갔을 때 그는 마흔의 나이가 무색하게 스포츠형 짧은 머리에 여행사의 유니폼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신혼여행으로 6개월간 대륙을 횡단하고 맘 내키면 후루룩 짐싸 2개월간의 배낭여행을 떠나곤 한다는 장사장을 보며 지인들은 오히려 날이 갈수록 어려진다고 말한다. “하하,저는 제 직업이 즐겁습니다. 의사는 아픈 사람, 율사는 갈등있는 사람을 주로 만나지 않습니까. 그에비해 저는 일상을 떠나려는 즐거운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을 만나지요. 재충전을 꿈꾸는 행복한 기대에 찬 사람들을 만나니 저도 즐거움이 재충전될 수 밖에요.”
#복사판이 되지 말고 원판이 되라
물론 여행을 좋아하는 이는 많다. 하지만 여행을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 여행업에서 성공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 역시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친구들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고 뛰어들었다가 사업에 있어서는 실패한 경우를 많이 보았다고.
장사장은 이것을 축구에 비유한다. 10번 슈팅을 시도하더라도 결국 골인할 수 있는 것은 1∼2개에 불과하다는 것. 다만 누가 더 지치지 않고 공을 계속 차느냐, 아니면 중도에 주저앉느냐는 차이라는 것. 끈기에 자신의 장점을 도입하니 블루오션전략이 수립되더란 설명이다.
“흔히들 많은 젊은이들이 시작도 하기 전에 미리 주눅들고 겁먹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모험심은 바로 신세대의 히든 카드지요. 100% 성공의 확신을 안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도전의식없는 젊은이는 시쳇말로 단팥없는 찐빵 아닌가요. 어느 분야든 틈새시장은 분명히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이것을 찾아 공략, 개발해 나만의 진입장벽을 쌓아올리면 곧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취미를 직업으로 삼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배수진 의식. ‘정답은 이것 하나’라고 생각, 목숨걸고 매달리는 의식이 필요하다는 것.
“양다리를 걸치려고 하면 백전백패입니다. 늘 남의 떡이 커보이는 법 아닙니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라고 택했다면 다른 길을 넘보지 않고 모든 걸 다 바쳐 영혼의 승부를 거는 것, 그것이 승리의 비결이라고 봅니다.”
그가 창업을 한다고 할 때 주위의 반대가 심했다. 그의 아버지는 어떻게 대학생이 대형여행사와 유학원을 이기냐고 극구 만류했었단다.
“모험심과 창의적 도전의식, 그것이 나만의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요소 아닐까요. 시장을 선도하려는 개척자의식이 필요합니다. 복사판은 늘 남을 쫓아가기에 급급하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원판이 되면 1부터 100까지 어떻게 순서를 잡아 일을 해야 할 지 알기 때문에 여유가 생기지요. 마치 완성된 퍼즐 모양을 알고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요.”
장사장은 “여행업계 1위의 사람들도 모두 나를 부러워한다”고 말한다. 매출, 순이익등 규모면에서가 아니라 신발끈만의 독특한 여행프로그램 개발때문에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는 유럽 버스여행을 할 수 있는 유로라인 패스취급, 어학연수와 여행을 함께 할 수 있는 배낭연수 프로그램, 미국에서 1년간 생활하면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오페어 프로그램을 도입, 보급해왔다.
초기에 호주어학연수로 출발했지만 이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업체들이 할 수 없는 프로그램을 찾기 시작했고, 그것이 히트작으로 이어진 것.
그는 ‘나만의 신시장을 개척하면 좋은 점은 경쟁심 비교심이 없어 적을 만들지 않는 점’이라고 지적한다. 다른 업체도 경쟁자라기보다는 동지로 인식, 서로 윈윈의 관계 형성이 쉽다는 것.
#일단 꿈부터 꿔라
그는 홍익대 경영학과 2학년, 호주 어학연수를 통해 오늘의 사업구상을 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대학생 해외여행은 일부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배낭여행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공병대 출신으로 중동 월남을 넘나들며 근무한 아버지를 보고 자라서인지 어려서부터 외국에 나가길 동경했다고. 강렬한 열망을 가진 탓에 넉넉지 않은 가정형편임에도 호주어학연수를 가는 길을 모색하게 됐고, 늘 현실과 꿈사이의 간극은 사업추진의 원동력에 불을 댕겼다.
그가 호주 어학연수를 가겠다, 여행사를 차리겠다, 여행사 단독 건물을 마련하겠다 꿈을 꿀 때마다 주위에선 모든게 그의 처지로선 무모하다고 손가락질했다. 하지만 결국 현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꿈이었다.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지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란 말을 저는 믿습니다. 꿈을 꾼다는 것은 곧 시작한다는 것과 같은 뜻이지요. 꿈은 프로젝트의 동의어입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안타까운 것은 꿈에 현실을 맞추지 않고, 현실에 맞춰 꿈을 버리는 것입니다.”
그는 경험한 다음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요즘같은 속도전의 시대에 너무 늦다고 지적한다. 자신이 꿈꾸는 분야를 선택한 후, 그곳에서 승부수를 걸어야 한다는 조언이다.
#불운이 행운이다
24살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떠났던 호주 어학연수체험은 그에게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음’을 일깨워주었다. 한발짝 빠른 경험이 뒷받침이 돼 미국 교환학생으로 다녀오기도 하고, 필리핀으로 동료친구들을 인솔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해야만 했던 경험은 사업아이디어로 열매를 맺었다.
“코카콜라 공장 바닥청소, 슈퍼마켓 바코드 붙이기, 과수원에서 과일 따기등 온갖 궂은 일을 안해본 게 없습니다. 일을 하며 공부해야 하다 보니 그런 프로그램이 없나 사방에 수소문하게 됐고… 또 남들과 내 경험을 함께 공유, 대중화시켰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지요. 사실 해외여행을 통해 보다 넓은 세계를 접하고 자기를 진정으로 발견하려면 그 비용도 당연히 스스로 마련하는게 옳지 않습니까. 결핍은 성공의 어머니입니다.”
장사장은 “만일 내가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아도 될 형편이 됐던들, 배낭여행 워킹할리데이 등의 프로그램에 생각이 미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밝힌다.
“고등학교때는 육사에 지원했다 낙방하고, 대학교 졸업해선 대기업에 지원했다 실패했지요. 또 여행 카페를 운영하다 여러가지 복잡한 사정때문에 중도 폐업하기도 하고요. 당시로선 상처도 많이 입었지만, 그런 자잘한 실패를 바탕으로 여러가지를 배웠습니다. 이를 통해 배운 것은 bad luck이 곧 good luck이란 점입니다.”
하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우주선에 탈 승무원을 뽑을 때 인생에서 실패,위기를 겪었나 여부를 알아보는 ‘실패 테스트’를 한다. 실패를 경험하고 이를 극복한 사람이 더 강하고 뛰어나며 위기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발끈 여행사의 즐거운 선장을 자임하는 장영복사장. 지금도 고무장갑을 끼면 오히려 불편하다며 맨손으로 회사 화장실 청소를 할 때가 제일 신나고, 이를 통해 20대때 팩시밀리 책상하나로 달랑 사업을 시작하던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한다는 그의 업그레이드된 꿈은 멋있는 유스호스텔을 한국에 짓는 것이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여행후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는 것은 한층 맞는 말이지요. 젊은 시절, 여행은 투자입니다. 청춘계좌에 여행추억을 이체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 장영복 사장 프로필
△배재고 졸업 △홍익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 교환학생 △1991년 대학 4학년 아르바이트로 번돈으로 (주)신발끈 창업 △ 1993년 6개월 신혼여행중 세계적가이드북 론리플레닛 한국배부처 계약 △1996년 신발끈여행서점, 신발끈여행카페 설립 △1999년 유럽고속버스네트워크 유로라인 한국지점 계약 △2004년 홍대앞에 고객과 직원이 행복한 (주)신발끈여행사 사옥 건립
김성회기자/saint@segye.com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