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안 히말라야 트레킹
티벳 국경과 바로 맞닿아 있어 최근에서야 개방의 문이 열린 창탕 고원은 지구 상 몇 남지 않은 전인미답지 가운데 하나이다. 높고 황량한 고원, 만년설의 고봉, 에메랄드 빛 호수 등 이 곳은 마치 자연이 연주하는 장엄한 오케스트라와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그리고 이 장대한 길을 따라 인디안 히말라야의 대장정이 시작된다.
Surely the gods live here. This is no place for men
태초의 풍경을 고스란히 지닌 땅
대장정은 델리에서 비행기로 히말라야 산맥을 넘는 것으로 시작된다. 높은 상공에서 바라보는 히말라야의 모습은 결코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라다크의 중심도시 레에 도착했다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고소적응의 시간을 갖도록 하자. 해발 고도 3500m에 위치한 라다크는 작은 티벳이라 불릴 정도로 티벳의 생활상이 그대로 묻어나는 곳이며 그 자체만으로도 다양한 볼거리와 매력을 지닌다. 3일 정도 머물며 여러 곰파를 둘러보고 근교로 짧은 하이킹을 다녀오는 등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면, 본격적인 트레킹을 위해 Kyamar 강을 따라 Rumtse의 야영지로 차량 이동하게 된다.
인간의 발 길이 뜸한 이 곳에서는 그 어떤 문명의 혜택을 기대해선 안 된다. 유목민이 사용하는 텐트에 고단한 몸을 누이고, 뜨거운 샤워는 꿈도 꾸지 못하지만 태초의 풍경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이곳에서 이런 불편은 그야말로 사소한 불편에 지나지 않는다.
Kyamur 강을 따라 남동쪽으로 트레킹하면 앞으로 넘어야 할 많은 고갯길 중 두 개의 높은 고갯길과 마주하게 된다. Kyamur La(5142m)는 마르카 밸리의 웅장한 산군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경치를 보여주고, Madalchen(5233m)에서는 창탕 고원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하늘 아래 뫼라고 하지 않던가, 희박한 공기 속에서 높은 고갯길을 올라야만 하는 숨가쁜 길 뒤에는 반드시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푸른 풀로 뒤덮인 Tisaling(5035m)의 야영장은 지친 여행자를 반겨준다.
트레킹 3일차 Shibuk La(5293m)에 오르면 저 멀리로 카라코람 산맥의 설봉과 라다크 고원이 숨막힐 듯 한 풍경을 그려낸다. 그리고 이 오지의 땅이 얼마나 높고 황량한 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길을 따라 고립된 몇 개의 현지인 마을과 극소수의 여행자를 제외하고 오직 야크와 함께 고원의 초지대를 찾아 떠돌아 다니는 유목민들만이 유일하게 이 땅에서 관찰되는 인간의 흔적이다.
내리막 길에서 만나게 되는 Tso Kar 호수는 흔히 ‘White lake’로 알려져 있으며, 스웨덴의 유명한 지리학자 스벤 헤딘의 탐험이 이루어진 곳이기도 하다.
인간들에 의해 명명되지 못했을 뿐 억만년의 세월 속에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왔을 6000m급 산들에 둘러 쌓인 Kyamayuri La(5435m) 을 넘어서면 창탕의 심장부 가까이로 들어서게 된다. 레에서 출발하여 돌아오는 1박 2일 여행 코스로 많은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초모리리 호수에 이르면 여정은 어느덧 중반으로 접어든다.
북인도의 숨겨진 땅, Spiti
길은 이제 창탕의 심장부를 지나서 스피티 지역으로 나아가게 된다. 인도 북동부 히마찰 프라데시주에 속하는 스피티 지방은 18세기경까지 티벳의 땅으로, 군사적인 이유로 인해 1991년에 이르러야 이방인의 방문이 허용되었다. 스피티 계곡으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파랑 라를 넘어서야 하고, 이 고갯길까지는 초모리리 호수에서 약 3일이 소요된다. Kyangdom을 출발 초모리리 호수를 점점 뒤로 하고 Parang Chu의 하천이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 길을 걷게 된다. 바람에 의해 침식된 파스텔톤 절벽으로 둘러 쌓인 협곡은 때때로 강의 수위가 높아져 강을 건널 때 로프 등의 안전 장치를 필요로 한다.
전체 일정 중 가장 높은 구간인 파랑 라(5586m) 정상까지 지그재그로 길을 만들며 천천히 빙하지대를 걷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정상에 올라서면 뒤로는 라다크와 잔스카르의 고봉이 병풍을 이루고, 앞으로는 라홀과 스피티가 한 눈에 들어오는 최고의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이제 길은 내리막이 연속되지만 풍경의 만족도는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 스피티 계곡의 아름다운 경치를 마음껏 즐기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 대장정의 트레킹은 마무리된다.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