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다크 마르카 밸리 트레킹

인도 북동부 티벳과 맞닿은 히말라야 산맥에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 라다크가 위치하고 있다. 히말라야의 험준한 산악과 깊은 골짜기, 높은 고원으로 이루어진 이 척박한 땅에서 라다키들은 독자적인 방식으로 삶의 역사를 이어왔다. 최근 서구 문화의 유입으로 점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지만 여전히 이곳은 인간의 이기가 범접할 수 없는 신과 자연의 영역이다.

인도에 자리한 ‘리틀 티벳’

넓은 인도 대륙에서 행정상 잠무카슈미르 주에 속해 있지만 라다크는 역사, 문화, 지리적으로 티벳과 더 근접해 ‘리틀 티벳’이라 불리고 있다. 히말라야의 험준한 오지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오랜 세월 이방인의 출입이 쉽지 않다가 1974년 개방의 문이 열리면서 점차 외부세계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다.
특히 스웨덴 언어학자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의 [오래된 미래]는 라다크의 전통 공동체 문화에서 현대문명의 미래를 제시하는 저서로, 이 책은 라다크를 전세계인들에게 새로운 샹그릴라로 각인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증가하는 관광객과 서구문화의 유입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지만,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지키려는 라다키들의 노력과 인간의 삿된 욕심으로는 범할 수 없는 신성한 자연조건으로 인해 다행스럽게도 지구 상 몇 남지 않은 순수의 땅으로 남아 있다.

황량한 고원의 초록빛 오아시스

델리에서 항공을 이용하거나 혹은 차량으로 꼬박 이틀을 달려야만 도착하는 라다크의 중심도시 레는 서부 히말라야 고원의 황량한 사막에서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일년 중 8개월 이상이 겨울인 이 척박한 고원에도 봄은 찾아온다. 추위가 물러가고 여름이 다가오면 계곡의 식물들은 짧은 온기를 놓칠 새라 앞다투어 초록의 잎들로 자신들의 생명력을 내보인다. 겨울 내 막혀있던 도로도 운행을 재개하고, 레의 여름을 만끽하기 위해 여행자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티벳 영향권인 탓에 대부분의 볼거리는 라마교의 사원인 곰파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레 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높은 언덕에 자리한 냠걀 체모 곰파에 올라서면 레는 극명한 빛깔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만년설로 뒤덮인 황토빛 봉우리, 짙푸른 초록의 녹지, 그리고 눈이 시리도록 맑고 선명한 파란 하늘이 만들어내는 풍광은 그야말로 낯설고 이질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 레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틱세곰파는 한때 군사기지로 사용됐던 곳으로 가파른 언덕 위에 우뚝 솟아있다.

Photo by Exodus  

라다크의 순수한 맨 얼굴을 만나는 방법

라다크의 자연과 문화를 좀 더 깊이 느끼고 체험하고 싶다고 트레킹에 도전해보자. 마르카 밸리 트레킹은 라다크의 여러 트레킹 코스 중 가장 오래되고 인기 있는 코스이다. 레에 며칠 간 머물며 고소 적응의 시간을 가진 후 레 시내에서 7km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한 스피툭 곰파로 이동한다. 인더스 계곡의 웅장한 모습이 한 눈에 바라보이는 이 오래된 사원을 둘러보고, 더 이상의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곳에 위치한 Jinchen에서 본격적인 마르카 밸리 트레킹은 시작된다.

스톡 산 기슭의 Jinchen 협곡까지 트레일은 계곡 상류를 따라 길게 뻗어 있으며 벌거벗은 황량한 산들이 주위를 감싸고 있는 풍경이 이어진다. 그리고 갑자기 넓어진 계곡 사이로 만년설의 스톡 강그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트레킹 루트를 따라 수세기 동안 변함없이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는 라다키 마을들을 지나서고 이들을 통해 라다크의 순수한 맨 얼굴을 마주할 수 있다.

  ▶ 해질 무렵의 스톡 강그리

  ▶마르카 밸리 트레킹 중 숙박지인 야영 캠핑장

Ganda La 고개를 넘어 마르카 밸리로 들어서면 잔스카르, 스톡 그리고 Matho 산이 웅장한 위용으로 트레커를 맞이한다. 마르카 강 상류를 따라 트레일은 이어지며 Kang Yangste 봉우리 아래 위치한 Nimaling에서는 높은 고도의 목초지가 드넓게 펼쳐진다.
Nimaling에서부터 점점 강해지는 히말라야의 바람은 전체 구간 중 가장 높은 고개인 Gongmaru(528m)로 트레커를 인도한다. 고개에 올라서면 북서 방향으로 파키스탄의 카라코람, 남쪽으로는 라닥과 잔스카르 산을 감상 가능하다. 라다크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불교 사원인 헤미스 곰파가 위치한 협곡으로 하산하면 모든 트레킹 일정은 종료된다.

트레일은 총 7일간 진행되며 하루 평균 6시간 정도를 걷게 된다. 해발고도 4800m가 넘는 두 개의 고개를 지나서나, 트레킹 시작 전 3일 정도 레에서 체류하며 고소 적응을 위한 시간을 갖게 되므로 천천히 운행한다면 큰 무리는 없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은 고원지대를 지나 서게 되므로 트레킹 시 숙박은 야영 캠핑장에서 이루어지며, 특히 여름의 라다크는 낮 동안에는 더운 편이나 밤에는 영하 5도까지 떨어지므로 주의하도록 하자.

  ▶ 고원의 협곡, 강, 평원을 지나서는 마르카 밸리 트레킹은 대부분 걷기 쉬운 트레일 구간이 이어진다.

Photo by Seonyoung Jeong  

글 정선영
사진 정선영, Ex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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