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뮤어 트레일

미국의 최고봉 휘트니산(4,418m)에서 요세미티 계곡에 이르기까지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악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358km의 길. 생존에 필요한 모든 짐을 배낭 하나에 꾸려 넣고 따뜻한 자연의 품으로 떠나는 꿈이 현실이 되는 곳이다. 낮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 옆을 걷고, 저녁에는 자연 송어를 잡아 모닥불에 구어 먹는 평화로운 곳이지만, 밤에는 언제 찾아 올지 모를 곰을 걱정해야 하는 모험적인 곳으로 변한다.

빙하기 이후, 태고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웅대한 자연공원의 감동

존 뮤어 트레일은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휘트니산(4,418m)에서부터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계곡과 능선을 따라 요세미티 벨리까지 이어진 358km의 트레일 코스다. 3,900m 이상의 수많은 봉우리와 계곡, 목초지, 침엽수림, 수 천 개의 호수를 포함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악경관으로 뽑히는 이 길은 1백만 년 전 빙하 침식작용의 흔적과 함께 훼손되지 않은 청정자연을 자랑하고 있다. 358km 상상이 가는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웅대한 자연공원이 펼쳐져 있는 것이다.

존 뮤어 트레일은 요세미티 국립공원(Yosemite National Park)과 킹스 캐년 국립공원(Kings Canyon National Park), 세콰이어 국립공원(Sequoia National Park) 이렇게 세 곳의 국립공원 중심을 지나며 존뮤어 야생지역(John Muir Wilderness)과 앤젤 애덤스 야생지역(Ansel Adams Wilderness)을 포함하는 인요국유림(Inyo National Forest)을 통과한다. 잘 보호된 자연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최상급의 감동이 무엇일까? 존 뮤어 트레일이 그 답을 말해 줄 것이다.

존 뮤어 트레일이 특별한 이유는 자연을 그대로 두기 때문이다.

존 뮤어 트레일의 주인공은 빙하시대를 견딘 세쿼이아 거목, 빛나는 호수 그리고 곰과 사슴이다. 이 모든 것은 국립공원 안에서 잘 보호 받고 있다. 따뜻한 공기가 흐르는 세콰이어 숲과 요세미티 계곡을 만든 건 약 1백만 년 전 차가운 빙하다. 빙하의 침식으로 화강암 절벽과 U자형의 계곡이 형성되었고, 빙하수가 모여들어 수천 개가 넘는 호수를 만들었다. 현재 침엽수림 사이로 미국에서 가장 긴 폭포가 흐르는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 언제나 푸른 침엽수 전나무와 어우러진 많은 침봉들

  ▶ 이곳은 세계 다른 어떤 산악지역보다 화창한 날씨를 자랑한다.

이렇듯 빙하가 단단한 화강암을 깎고 다듬어 지상 최고의 조각물들을 만들어 놓았다. 미국정부는 요세미티의 놀라운 자연경관을 지켜야 한다는 결정과 계획에 따라 1890년 두 번째 미국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1984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총 면적은 3,079㎢로 제주도보다 두 배 가까이 넓다. 물 좋고 숲 좋고 야생 동물이 많은 이곳은 세계 다른 어떤 산악지역보다 화창한 날씨를 자랑하고 있다.

존 뮤어 트레일은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애썼던 미국 자연보호 운동의 대부였던 존 뮤어(John Muir 1838~1914)의 이름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 존 뮤어 트레일은 그의 신념대로 야생의 규칙을 철저하게 지켰다. 국립공원 안에는 천 개에 가까운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데, 보호가 잘 되어 흐르는 물을 바로 떠서 마실 정도로 물은 깨끗하다. 물의 양도 풍부해서 그냥 떠 마셔도 될 정도다. 야생동물도 자유롭게 살아간다. 이렇게 청정 자연을 간직한 국립공원이 많아 존 뮤어 트레일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 캐나다의 웨스트코스트 트레일과 함께 세계3대 트레일로 꼽히고 있다.

  ▶ 자연과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는 곳은 캠핑지다.                                 ▶ 낚시 허가를 받으면 신선한 자연산 송어를 잡을 수 있다.

영혼의 생기를 되찾기 위해 떠나는 존 뮤어 트레일

시에라 네바다 산맥 깊숙한 곳에는 트레커들이 상상하는 모든 것이 충족된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다. 358km를 이은 이 트레일을 모두 마치려면 장기일정을 가지고 찾는 것이 좋다. 하루에 18km를 걸어도 20일이 걸리기 때문이다. 높은 고도에 올라서면 요세미티는 온통 바위세상이다. 그 사이 사이로 나뭇잎이 뾰족한 전나무와 세쿼이아 숲이 펼쳐지고 그 안에는 네바다폭포가 거대한 물줄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마그마가 냉각, 응고되어 생긴 주상절리도 보인다. 밤이 되면 하늘에는 별이 가득 떠있다. 침낭에 들어가 얼굴만 내밀고 바라보는 하늘은 우리가 우주와 닿아있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한다.

존 뮤어 트레일에서 자연과 진정으로 교감할 수 있는 곳은 캠핑지다. 캠핑지에는 태양전지로 가동되는 화장실 한 동뿐 트레커들이 알아서 먹고 자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트레일 중 만나는 강과 호수 마다 신선한 자연산 송어가 많이 살고 있다. 국립공원으로부터 낚시 허가를 받으면 맑은 시냇물 속에는 유유자적 헤엄치는 송어를 직접 잡아 지정된 모닥불 싸이트 '파이어링'에서 구워먹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교감은 긴장감 속에서도 이루어진다. 이 곳은 야생 곰의 천국이다.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 해마다 수백 마리의 곰 사냥을 허가할 만큼 많은 수의 곰이 살고 있다. 야영장에는 곰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래서 트레커들은 음식 냄새를 맡고 찾아 올 수 있는 야생 곰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음식물을 밀폐용기로 된 곰통(Bear Box) 안에 보관하여 텐트에서 10m이상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존 뮤어 트레일에서 두려워해야 할 존재가 있는 모기다. 6월부터 8월까지는 야생화가 피어 아름다운 곳이지만, 모기와 전쟁을 피할 수 없다. 반면, 가을로 넘어가는 9월부터는 꽃은 찾아보기 어렵지만 모기가 없다. 자연에 동화된다는 것이 어렵지만 그만큼 우리는 너무나 편함을 추구하고 살지는 않았는지 되돌아 보게 될 것이다.

일년에 600명의 입산만 허락한다. 특별한 관리를 받고 있는 존 뮤어 트레일.

존 뮤어 트레일은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입산자 수를 철저하게 제한하고 있다.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세계적 비경을 가진 존 뮤어 트레일을 열망하지만 한 해 입산허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고작 500~600명 정도다. 야영허가(Wilderness Permit)도 필요하다.
트레일 코스의 원하는 구간과 날짜를 신청해야만 입산이 허락된다. 트레일 신청은 당해 2월 15일까지며 2월말에서 3월초에 허가가 결정된다. 신청자가 많을 때는 추첨을 통해 허가를 받기도 한다. 가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존 뮤어 트레일의 아름다운 자연을 지금까지 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존 뮤어 트레일은 국립공원의 관리와 더불어 이 곳을 찾는 트레커들에게도 보호를 받고 있다. 트레일은 등산로의 확장과 침식을 막기 위해 지그재그 형태로 길이 나있다. 트레커들은 길을 걸으며 자연스럽게 자연보호에 동참하게 된다.

  ▶ 존 뮤어 트레일은 수많은 호수를 잇는 길이어서 ‘물의 길’이라 부르기도 한다.

Photo by Wangyong Han  

글 남형윤
사진 한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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