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 페라타

보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현기증을 일으키는 수직의 암벽들을 오르기 위해서 전문 암벽등반 기술이 반드시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와이어로 된 고정로프를 설치해서 안전을 도모하며 바위를 오르는 산악 레저의 한 형태인 비아 페라타는 그래서 일반인도 도전 가능하다. 단순히 걷기만 하는 트레킹에서 느낄 수 없는 짜릿한 쾌감과 더불어 수직의 벽을 올라 바라보는 풍경은 색다른 묘미를 가져다 준다.

비극적 목적에서 시작된 산악 레저의 역사

이탈리아어로 철로 만든 길을 뜻하는 비아 페라타는 가파른 암벽에 굵은 와이어를 고정시켜 확보된 줄에 카라비너를 번갈아 끼우며 등반할 수 있도록 구성된 등산로 혹은 등반기술을 일컫는데, 북한산 백운대 구간을 그 예로 들곤 한다.
19세기 말 전문 등반 장비가 개발되기 이전 단순히 암각에 쇠줄을 고정시키고 잡고 오르는 형태의 등반이 시도되던 것이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면서 새로운 목적으로 돌로미테 산군에 만들어지기 시작하였다.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 사이에 위치한 험준한 암벽 산군인 돌로미테는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다. 가파른 침봉으로 이루어진 돌로미테 산군의 특징 상 마을과 마을을 잇는 빠른 통로를 만들고, 높은 봉우리를 지켜내기 위한 수단은 절실했다. 이런 연유로 많은 산악보병들이 보다 원활하고 안전하게 산악지역을 이동하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비아 페라타 루트가 설치된다. 이 후 이 곳에서는 수많은 산악전쟁이 치러 졌고, 지금도 암벽 곳곳에서 전쟁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비극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비아 페라타는 전쟁이 종료된 후 산악인들에 의해 새로운 루트가 개척, 추가되면서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산악레저 활동의 하나로 발돋움하게 된다. 현재 독일, 스페인, 슬로베니아, 스웨덴 등 유럽 전역을 넘어 미국, 캐나다, 이란 등 암벽으로 이루어진 산군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쉽게 비아 페라타 코스를 발견 할 수 있다.

암벽등반을 위한 최고의 대상지, 돌로미테

돌로미테는 알프스산맥 중 동부알프스에 속하는 이탈리아 북부 산악지대를 일컫는 말이다. 최고봉 마르몰라다(3342m)와 토파나 디메초(3244m) 등 수많은 만년설의 거봉을 거느린 이 웅장한 산군은 특히 화강암과 백운석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풍광으로 인해 다른 알프스의 산군과는 구별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이 웅장한 산악지대는 크게 볼자노를 중심으로 한 서부 돌로미테와 코르티나를 중심으로 한 동부 돌로미테로 구분되며, 1918년 오스트리아에서 이탈리아령으로 귀속되었다.

  ▶ 석회암과 백운암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돌로미테 산군은 비아 페라타를 위한 최고의 대상지이다.

Photo by Exodus  

비아 페라타가 처음 시작된 곳답게 돌로미테는 빙하에 의한 침식과 풍화작용으로 수직의 절벽을 이루는 봉우리가 많아 암벽 등반을 위한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현재 이탈리아 지역에만 약 7천여 개에 이르는 비아 페라타 코스가 있으며, 각 코스 난이도에 따라 등급을 분류해 놓고 있다.
돌로미테는 알프스의 중심인 몽블랑과 더불어 알피니즘의 역사를 이끌어 온 곳으로 라인홀트 메스너, 헤르만 볼 등과 같은 위대한 등반가들을 배출하였다. 하지만 전문산악인이 아니더라도 돌로미테에서는 비아 페라타를 즐기고자 하는 많은 일반인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다. 가파른 암벽 위를 안전 장치에 의지해 오르는 또는 보는 것만으로도 아슬아슬한 이 산악레저는 단순히 걷는 하이킹을 넘어서는 짜릿한 쾌감과 색다른 경치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코르티나를 중심으로 한 젝스턴 돌로미테 산군은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를 포함한 많은 보석 같은 봉우리를 품고 있다. 특히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는 치마 피콜로(2856m), 치마 그란데(3003m), 치마 오베스트(2972m) 총 3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연결되어 있으며 그 웅장한 위용으로 인해 돌로미테를 상징하는 암봉으로 유명하다.
젝스턴 돌로미테에는 터널과 동굴, 암벽과 암벽 사이에 설치된 철 사다리, 그리고 산악전쟁이 가장 치열하게 벌여졌던 곳답게 군사기지의 흔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돌로미테 중 가장 인기 높은 비아 페라타 루트가 형성되어 있다. Dolomiti di Sesto, Monte Cristallo, Sorapis, Tofana 그리고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를 포함한 총 5개의 산봉우리의 비아 페라타 구간을 전문 등반가이드의 동반 하에 평균 800m의 표고차를 하루 6~9시간 동안 등반하게 된다. 특히 몇몇 구간은 수직의 암벽을 오르게 되므로 좋은 체력 – 특히 팔 근력을 필요로 한다.

  ▶ 전문 등반기술이 없는 일반인도 안전하게 확보된 장치와 전문등반가이드의 동반 아래 등반 가능하다.

Photo by Exodus  

안전한 등반을 위해 꼭 기억하세요!

비아 페라타는 전문 암벽 기술이 없는 일반인도 안전하게 확보된 장치를 통해 등반 가능하다. 하지만 그 누구도 비아 페라타가 안전하다고 단언하지는 못한다.
낙석, 번개, 눈사태, 급작스런 기상악화, 그리고 장비 사용의 부주의 등 모든 요소들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어떠한 안전 장비도 본인의 안전을 완벽히 책임져 주지 않음을 명심하고 긴장감을 놓지 않고 주의하여 등반해야 한다. 비아 페라타를 위해서는 반드시 몇 가지 필수 등반 장비를 착용해야 하며 안전벨트, 헬멧 그리고 비아 페라타용으로 제작된 전용 확보줄과 카라비너 등 있다. 특히 국제산악연맹(UIAA) 안전위원회에서는 비아 페라타 장비에 대해 UIAA 마크 인증을 하고 있으므로 구매 시 인증 마크를 꼭 확인하도록 하자.

  ▶ 안전한 등반을 위해서는 꼭 필수 등반장비를 착용해야
 함을 명심하자.

  ▶ Y자형으로 잠금장치 카라비너가 달린 비아 페라타 전용확보줄

글 정선영
사진 Ex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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