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부두르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불교 건축물

휴양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인도네시아하면 흔히 발리를 떠 올립니다. 하지만 문화유산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보로부두르를 떠 올릴 것입니다. 보로부두르란 이름을 처음 듣는 다고요? 보로부두르는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미얀마의 파간과 함께 세계 3대 불교유적으로 손꼽히는 곳입니다. 특히 단일 불교 건축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죠. 그래서인지 대부분 이슬람교를 믿는 인도네시아 사람들도 이 사원에 대한 자부심과 애틋함은 대단합니다.

산스크리트어로 ‘산등성이에 있는 사원’이란 뜻을 지닌 보로부두르 사원은 자바 섬 중부에 위치한 욕자카르타라는 도시에서 북서쪽으로 40km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수수께끼와 같은 유적입니다. 누가, 왜 이런 엄청난 유적을 지었는지, 또 어느 날 갑자기 역사 속에서 홀연히 사라져 무려 1,000년 동안이나 밀림 속에서 방치되어 버린 이유를 지금도 알지 못하거든요. 다만 자바 지역에 불교가 번성하던 시절인 8~9세기에 이 지역을 지배하던 샤이렌드라 왕조가 건설했고, 10세기 중엽에 정치·문화의 중심이 서부 자바로 옮겨가면서 버려진 것이 아닌가 하고 추측할 따름입니다.

홀연히 사라졌던 보로부두르는 우연한 기회에 다시 세상에 그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1814년 어느 날, 당시 자바를 지배하고 있던 영국의 총독인 토머스 스탠퍼드 래플스는 밀림 한 가운데서 신비로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무언가 대단한 것이 있을 거라 직감한 그는 인부들을 시켜 밀림의 나무와 흙을 제거하는 공사를 시작했고, 거대한 불탑과 사원이 있는 엄청난 유적을 발견했습니다. 20년에 걸친 이 유적의 발굴은 세계 고고학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많은 학자들이 앙코르와트에 버금가는 인류의 문화유산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발굴 후, 이 미스터리한 유적은 ‘사원'을 뜻하는 보로와 '구릉'을 뜻하는 부두르를 합쳐 '산등성이에 있는 사원'이라는 뜻의 '보로부두르'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습니다.

  ▶ 보로보두르 사원 정상부에 있는 부처상

Photo by Youngbok Jang  

한없이 경이로운 유적 앞에서 인간의 위대함을 느끼다

수많은 탑이 어우러져 하나의 아름다운 사원을 형성하고 있는 보로부두르. 살아 숨 쉬는 듯한 그 탱탱한 돌조각들의 웅장함과 마주한 사람들은 그 경이로움 앞에서 말문이 막히게 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사원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세밀함과 정교함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앙코르와트보다 무려 300년이나 앞서 이런 거대한 유적을 만든 자바인들의 건축술과 탁월한 예술성이 실로 놀라울 다름입니다. 보로부두르는 사방 120m의 2중 기단 위에 방형으로 6층, 원형의 3층 구조로 만들어져 있고, 정상부에는 종 모양의 불탑을 덮어 씌었으며, 전체 높이는 31.5m에 달합니다. 보로부두르는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그 진면목을 보려면 회랑을 거쳐 정상부로 올라가야 합니다. 먼저 기단으로 올라가면 겉에서 보던 것과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기단 벽면에는 부처님의 행적과 일대기를 표현한 1,500여개의 부조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의 일생과 생사의 윤회, 지옥의 고통, 해탈 등을 묘사한 이 부조들은 그 하나하나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정교하고 아름다워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여행자가 그 부조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부조를 잘 살펴보면 궁극의 구원을 얻기 위해 평생을 정진한 부처님의 위대함과 그에 대한 존경의 표시가 부조 하나 하나에 조각되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아름다운 부조를 보는 내내 어쩌면 이 사원을 건설한 자바인들 모두가 살아 있는 부처님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 보로보두르 사원 정상부에 있는 부처상

Photo by Youngbok Jang  

불교의 정신세계가 함축되어 있는 사원

1층에서 6층까지 이어진 회랑을 따라 부조를 모두 돌아보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회랑의 전체 길이가 무려 5km에 달할 정도로 길고, 부조 하나 하나가 그냥 스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길고 힘든 시간을 거쳐 7층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이며, 눈앞에 산과 대지, 그리고 저 멀리 화산이 펼쳐져 있는 매혹적인 풍경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좁은 회랑을 빠져 나와 그 시원한 풍경을 볼 때의 느낌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길고 긴 회랑을 지나오면서 깨달음(?)의 과정을 거친 사람들만이 만끽할 수 있는 희열과도 같은 것입니다. 눈앞에 펼쳐지는 멋진 풍경을 보며 잠시 숨을 고른 후, 원형의 상층부로 올라가면 새로운 세계가 펼쳐집니다. 정상부는 3개의 동심원으로 이루어진 원형 테라스로 가장 바깥의 동심원에 32개, 그 안쪽에 24개, 16개해서 전체 72개의 불탑이 있고, 가장 중앙부에는 커다란 불탑 하나가 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원형의 불탑 안에는 각기 하나씩의 불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미소가 인상적인 부처님이 있는 원형 테라스에 앉아 보로부두르 사원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보로부두르는 단순히 규모가 크거나 부조가 아름다운 사원만은 아닙니다. 이 사원에는 불교의 정신세계가 그대로 함축되어 있습니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아래층에서부터 욕계(식욕, 성욕, 수면욕으로 이루어진 세계), 색계(식욕, 성욕, 수면욕은 없어지고 오로지 청정함만이 존재하는 세계), 무색계(청정한 물질도 없어져 버린 정신적인 세계)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속세에서 완전한 깨달음을 얻은 해탈의 과정을 그대로 표현해 놓은 것이라고나 할까요? 입구를 통해 사각형의 회랑과 원형 테라스를 거쳐 정상부에 왔다면 여러분들은 상징적으로 나마 해탈의 길에 이른 셈입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꼭 정상에 앉아 환상적인 일몰을 보고 내려오십시오. 저 멀리 메라피 화산을 불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일몰은 보로부두르는 사원에서 만끽할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 수많은 불탑으로 만들어진 보로부두르 전경

Photo by Youngbok Jang  

글 김선겸
사진 장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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