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스코

지상의 수호자 퓨마의 형상을 한 도시 쿠스코

과거, 잉카인들은 머리 위의 하늘은 독수리의 형상이, 자신들이 발을 딛고 살아가는 땅은 퓨마의 모습이, 사후의 영혼이 머무는 지하 속은 뱀이 지배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잉카인들의 세계관에 따라 지상도시 쿠스코는 도시 전체가 퓨마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항공 위성으로 본 쿠스코의 모습은 아직 퓨마의 형상을 간직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 오랜 시간 도시의 구조를 만들어 나간 잉카인들의 집념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황금 지팡이 위에 세운 도시 쿠스코

잉카신화에 의하면 쿠스코를 건설한 사람은 만코카팍과 그의 여동생 마마 오클로이다.
쿠스코에서 가까운 티티카카 호수에서 태어난 그들은 12세기경 쿠스코를 건설했는데, 오빠였던 만코카팍이 황금으로 된 지팡이로 땅을 두 번 두드리자 땅이 굉음과 함께 갈라졌다고 한다. 갈라진 땅은 만코카팍의 황금 지팡이를 삼켰는데, 그들은 바로 그 지점 위에 도시의 주춧돌을 놓아 쿠스코를 세웠다.

하지만 전설은 전설일 뿐, 사실 쿠스코는 이미 8세기 무렵부터 남미 토착인들이 살고 있던 곳이다. 남미 토착민들은 쿠스코가 잉카 시대 이전부터 자신들의 보금자리였다고 말하는데, 이러한 쿠스코가 잉카제국의 수도로 성장한 것은 15세기 이후 부터이다.

 

Photo by Wookwang Kim  

잉카문명은 한때,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북부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에 800만의 인구를 거느렸던 대제국이었다. 쿠스코는 그 중 100만 명 이상의 주민이 거주했던 잉카의 수도였다. 잉카인들은 제국이 가장 번성한 영광의 순간에 흰색 피부를 가진 창조주가 다시 돌아온다는 오랜 신념을 지니고 살아가고 있었고, 이것이 잉카 비극의 시작이었다. 1531년, 스페인 용병 출신의 상인 프란시스코피사로가 철제 무기를 들고 잉카 제국을 침략했을 때 잉카인들은 그를 전설 속의 신 비라코차라고 믿었다.
이 믿음이 바로 피사로가 200여명이 되지 않는 병사만으로 거대한 잉카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었던 이유였다. 세계의 배꼽이라 자부하던 쿠스코에서 해가 지지 않는 황금의 도시를 건설하고 2만4000㎞에 이르는 도로와 안데스 산맥을 촘촘히 이어주는 수로를 건설했던 잉카 문명이 역사 곳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잉카 문명과 스페인 문명의 융합

식민 지배의 흔적은 쿠스코 전역에 여전히 남아있다. 눈으로 확인되는 가장 큰 흔적은 건축물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스페인군은 침략 이후, 가장 먼저 잉카의 건축물과 사원, 궁전을 파괴했다. 이렇게 무너진 벽은 신도시 건설의 기초로 사용됐다.
유럽식의 종교 건물이 들어선 것도 이때부터인데, 쿠스코에서는 교회, 수도원, 성당, 대학, 주교구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건물들에는 잉카 문명의 전통 건축 방식과 스페인 건축술이 융합되어 있다. 잉카의 수도였던 쿠스코는 스페인의 대표적 식민지 도시가 되었고 ‘제국 도시’라는 별명을 갖게 된다.

쿠스코 중앙에 있는 아마라스 광장에는 이러한 잉카와 스페인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잉카 최후의 왕 투팍아마루가 처형된 광장에는 잉카의 건축술을 엿볼 수 있는 석벽과 돌길이, 태양의 신전 쿠리칸차가 있던 자리에는 산토도밍고 교회가, 와이나카파쿠 궁전터에는 라 콤파냐헤수스 교회가 서 있다. 쿠스코의 궁정과 신전을 수놓던 수많은 황금은 스페인 본국으로 회수됐고, 그 자리에는 잉카의 흔적과 스페인의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흔적이 남아있을 뿐이다.

영광의 재현, 인티라이미

세계의 중심이라 자부했던 쿠스코의 태양 신전은 이제 흔적만 남았지만, 쿠스코는 잉카제국의 영광을 찾아온 관광객들로 지금도 북적거린다. 쿠스코는 198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는데, 해마다 6월말이 되면 쿠스코 인근에 있는 사크사이와만을 무대로 태양제인 인티라이미가 성대하게 열린다. 이 축제는 브라질의 리우 카니발과 볼리비아의 오르로 축제와 함께 남미의 3대 축제로 꼽힌다. 과거의 흔적을 안고, 황금시대를 기억하며 살아가는 잉카의 후손들에게 쿠스코는 아직 반짝이는 영광의 도시이자 세계의 배꼽이다.

글 김우광
사진 김우광, 최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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