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 오션 워크 트레킹

호주 남서부 빅토리아주의 아폴로 베이에서 글렌앰플의 12사도상까지 장장 104km에 이르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해안선을 따라 뻗어있다. 해질 무렵 강렬한 붉은 빛깔을 머금은 드넓은 해안과 울창하고 때묻지 않은 원시림을 따라 걸으며 어느새 여행자는 대자연의 품에 안긴 듯 평온한 위로를 맛보게 된다.

죽기 전 반드시 가봐야 할 100대 명소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자 나라 자체가 대륙인 호주는 거대한 땅덩어리의 나라답게 인간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원시적인 많은 풍경들을 품고 있다. 죽기 전 반드시 가봐야 하는 100대 명소에 언제나 당당히 그 이름을 올리곤 하는 해안도로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호주 남동부 해안가를 따라 시원스레 뻗어 있다.
대다수의 여행자는 멜버른에서 자동차로 이동하는 당일여행으로 이 곳을 다녀가는데, 이런 짧은 관광만으로는 이곳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느끼기에 역부족이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속살을 따라 걷게 되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 트레킹은 그레이트 오트웨이, 포트 캠벨 국립공원, 12사도상 해양 국립공원 등을 포함한 아름다운 국립공원과 고요한 비치 그리고 해양 생태보호 구역 등을 돌아보며 자연이 선사하는 최대치의 희열을 맛볼 수 있다.


철저한 에코 투어리즘이 실현되는 곳

1974년 처음으로 트레일 루트를 만들고자 하는 계획이 제기되었으나 환경보호 등을 이유로 무산되었다가 이후 1990년대 호주 에코투어리즘 협회를 발족하여 철저한 관리감독하에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즐길 수 있도록 재계획되었다. 그리고 기존 해안 산책로 등을 재정비하여 2006년 초 전구간을 열게 되었으며, 이후 호주 에코 투어의 중심지로 손꼽히며 호주 정부의 든든한 지원아래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에코투어리즘 협회의 인증 마크를 받지 않은 여행업체는 이 지역에서 절대 영업을 할 수 없도록 정부가 철저한 감시자의 역할을 하고 있음은 물론 전문가이드 교육을 받은 에코 가이드의 인솔 하에 투어가 진행되어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고 여행자들이 안전하고 유익한 에코 투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호주 남동부 해안가를 따라 뻗어있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세계 제일의 드라이브 코스이다.

Photo by Sunkyeom Kim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시작점은 호주 제 2의 도시 멜버른이다. 호주 내에서 가장 유럽풍 분위기를 간직한 이곳은 1년 내내 다양한 축제가 열리는 문화 예술의 중심도시이다. 19세기 금광 열풍을 타고 온 이민자들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에서 찾아 든 이민자들이 그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삶을 이어가고 있어 다채로운 문화와 고풍스런 우아함을 함께 엿볼 수 있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는 멜버른에서 차로 90여분을 달리면 만날 수 있는 작은 어촌 마을 아폴로 베이를 시작으로 아름다운 해안선과 원시 관목림, 그리고 코알라, 왈라비 등 다양한 동식물을 간직하고 있는 오트웨이 국립공원 일대에 조성되어 있다. 키 큰 나무들이 우거진 숲길은 때론 키 작은 관목 숲으로 이어지고, 좁은 길을 따라가면 어느새 길은 해안선과 맞닿으며 깎아지른 듯한 절벽 아래로 시원한 바다가 펼쳐진다. 특히 호주의 아름다운 바다를 바라보며 걸을 수 있는 장점만으로도 호주 제 1의 걷기 코스로 손색이 없다.

  ▶ 고저가 없는 평탄한 지형에 형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 가능하다.

Photo by Sunkyeom Kim  

느리게 천천히 걷는 도보여행의 즐거움이 가득한 곳

트레일은 총 여덟 구간으로 나뉘며 코스마다 각각의 볼거리와 매력을 지닌다. 첫 번째 구간은 아폴로 베이 그레이트 오션 방문자센터에서 엘리엇 릿지 캠프장까지로 해안선을 따라 기암절벽과 작은 폭포들을 지나 서게 된다. 두, 세 번째 구간은 엘리엇 릿지 캠핑장에서 블랜킷 캠핑장, 다시 오트웨이 캠핑장으로 이어지며 검은 왈라비와 유칼립투스 숲, 그리고 유칼립투스를 먹고 사는 코알라 등 호주에서만 관찰 가능한 동식물을 살펴볼 수 있다. 네 번째 구간은 오트웨이 캠핑장에서 에어리버 캠핑장까지 이어지는 코스로 이 곳에서는 무지개 폭포와 해안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다섯 번째 구간의 종착지는 조안나 해변이다. 드넓게 펼쳐진 해변의 고운 모래를 맨 발로 밟으며 붉게 지는 노을을 감상하노라면 자연의 경이로움을 새삼 깨닫게 된다. 여섯 번째 구간인 라이안스 덴 캠핑장과 일곱 번째 구간인 데블스 키친 캠핑장까지 모든 트레일은 완주했다면 이제 그레이트 오션 워크의 하일라이트라 불리는 12사도상이 마지막 대미를 장식한다. 해안 가까이 줄지어 선 거대한 석회암 바위 무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열 두 제자를 연상시킨다 하여 이름 붙여진, 이 자연이 만든 천연조각은 그러나 파도와 바람에 의해 깎여 현재는 8개의 기둥만이 남아 있다. 이 기둥들은 바다에서 융기한 해안 절벽이 파도에 의해 무너져 내리면서 단단한 부분만 남게 된 것으로, 큰 것은 높이가 70m나 된다. 해안 절벽은 지금도 1년에 10cm 이상 깎이고 있으므로 늦기 전에 자연이 만든 이 절경을 꼭 감상해 보도록 하자.

이외에도 쉽렉 코스트에서는 아름다운 바다가 지닌 비극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울퉁불퉁한 해안 절벽과 맞닿은 거친 파도는 수많은 난파선의 비극적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약 80척이 넘는 선박이 가라앉아 있고 그 흔적을 해변의 녹슨 난파선을 통해 찾을 수 있다. 비록 많은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슬픈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곳이지만 바다는 고요히 수려한 경관을 만들어낸다.

당일 코스에서부터 전구간 완주를 위한 7일 코스까지 여행자의 일정 등을 고려해 코스를 선택하여 걸을 수 있으며, 대부분의 트레일이 해안선 혹은 관목림지대를 따라 고저가 없는 평탄한 지형에 형성되어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산 정상을 숨가쁘게 올라야만 하는 성취가 목적이 아니라 느리게 그리고 천천히 걸으며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도보여행이 가능하다.

  ▶ 해안선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의 붉은 기암절벽의 모습

Photo by Sunyoung Jeong  

글 정선영
사진 정선영, 김선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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