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프란볼루

터키에서 가장 소박한 관광지이다. 사실 관광지라고 하기에는 도시가 너무 순박한데 그렇다고 그냥 사람 사는 마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이다.
절대 그냥 지나칠 수만은 없는 곳, 샤프란볼루는 그런 곳이다. 샤프란볼루는 터키 관광 중심 도시인 이스탄불에서 약 6시간 정도, 터키의 수도 앙카라에서는 약 3시간 정도 소요되는 곳에 위치해 있다. 도시 규모가 마을 수준이라 대도시에 바로 들어오는 버스는 없다. 대체로는 샤프란볼루를 품고 있는 큰 도시 카라뷔크에 버스에서 내려, 세르비스 버스나 돌무쉬버스를 타고 샤프란볼루로 들어온다. 약 10분 정도 소요된다.

샤프란볼루 라는 이 서정적인 이름은 ‘샤프란’ 이라는 꽃에서 유래된 것이다. 보랏빛이 아름다운 꽃 샤프란은 이 마을에서만 자생하는 꽃으로, 가을이 되면 마을은 만개한 샤프란으로 인해 온통 보라색으로 물든다. 이 마을의 역사는 약 3000여 년, 그 사이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는데 이 마을의 명물 샤프란 덕에 지금의 주민들은 꽃 사이에 파묻혀 살게 되었다.

작은 마을 샤프란볼루가 알려지게 된 데에는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 등재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오토만 시대의 전통 가옥이 잘 보존되어 있는 이 곳은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 유산임과 동시에, 2003년에는 문화 유산 도시 중 보존이 잘 된 도시 Best 20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그 명성을 더하였다. 겉보기에는 그저 평온하고 조용하기만 한 작은 마을이지만, 3000여 년의 시간 동안 역사와 문화를 지켜온 이 마을의 고집은 결코 작아 보이지 않는다.

오토만 시대로의 여행, 차르쉬 마을

대부분 관광객들이 굳이 이 작은 마을을 찾는 이유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터키가 아닌, 조금은 낡고 오래된 터키를 보기 위함일 것이다. 이 곳에는 오토만 시대의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터키의 전통 민가가 매우 잘 보존되어 있는데 총 민가의 수는 약 2000여 채 정도가 되며, 그 중 일부는 법적인 보호를 받을 만큼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
차르쉬 마을은 이러한 터키 전통 민가가 모여 있는 곳으로, 샤프란볼루 관광의 이유이기도 하다. 마을을 걷다 보면 마치 과거 오토만 제국 시대의 어느 한 장소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만큼 예스러운 느낌이 충만하고 이국적인 모습이 새롭다.

샤프란볼루의 크란쾨이라는 마을을 거쳐 차르쉬로 이동이 가능한데, 크란쾨이에서는 돌무쉬를 이용하여 약 5분 정도면 쉽게 닿을 수 있다(돌아가는 버스는 약 20분 가량 소요된다). 마을 속의 마을이라 크기는 매우 작고, 천천히 음미하며 걸어도 약 3~5시간 정도면 충분히 볼 수 있다. 대체로 샤프란볼루는 이스탄불에서 출발하여 앙카라로 들어가기 전, 한 나절 정도 시간을 가지고 보는 곳이기는 하지만 이렇게 예스러운 도시는 다시 찾기 힘드니 과감하게 숙박을 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듯.

 

Photo by Eunji Lee  

샤프란볼루의 달밤, 흐드르륵 언덕

샤프란볼루 관광을 마친 후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관광객은 대체로 야경을 보지 못하게 되는데, 이는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단언하건 데 가장 아름다운 샤프란볼루를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이곳, 흐드르륵 언덕일 것이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 언덕은, 언덕이라고 하기에 약간은 높기는 하지만 오르는 동안의 고생(?)을 잊게 할 만큼 아름답고, 또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한다. 차르쉬 마을의 공개 민가인 킬레지레르 게지 에비와 카이마캄레르 게지 에비를 거쳐 언덕 방향으로 걸어 올라가면 된다. 고요함과 평온함, 자존심과 열정이 어우러진 샤프란볼루의 전경을 오래도록 기억하시기를.

글 손혜선
사진 이은지

위로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