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셰틀랜드 제도

남극 반도의 북쪽에 위치한 섬의 무리인 사우스 셰틀랜드 제도는 남극을 찾는 이들이 가장 많이 들르는 곳이다. 남아메리카에서 시작하는 모든 남극 투어는 이 곳을 지나며, 남극을 찾는 탐험가들의 첫 하선지인 동시에 마지막 하선지가 되기도 한다.

저마다 독특한 매력을 지닌
새하얀 섬들의 무리

사우스 셰틀랜드 제도는 북동쪽에서 남서쪽으로 약 540km 가량 뻗어있으며, 크게 네 그룹으로 나뉜다. 클래런스 아일랜드(Clarence Island)와 엘레펀트 아일랜드(Elephant Island)가 가장 북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 옆으로 킹 조지 아일랜드(King George Island), 넬슨 아일랜드(Nelson Island), 펭귄 아일랜드(Penguin Island)가 자리잡고 있다. 로버트 아일랜드(Robert Island), 그리니치 아일랜드(Greenwich Island), 리빙스톤 아일랜드(Livingstone Island), 스노우 아일랜드(Snow Island), 디셉션 아일랜드(Deception Island)가 또다른 한 무리를 이루며, 가장 남서쪽에서 스미스 아일랜드(Smith Island)와 로우 아일랜드(Low Island)가 있다. 이렇게 굵직한 섬들 외에도 150여개의 작은 섬들과 해수면 위로 줄지어 있는 거대한 바위들을 볼 수 있다.

디셉션 아일랜드(Deception Island)
끊어진 반지 모양을 하고 있는 디셉션 아일랜드는 거대한 화산 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섬으로 한때 고래잡이와 물개잡이의 거점지 역할을 했다. 화산폭발로 인해 형성된 펜둘럼 코브 온천에서 따뜻한 물이 흘러나와 수온을 높여주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남극에서 수영을 즐기는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다.

 ▶ 디셉션 아일랜드

 ▶ 바다표범, 바다코끼리가 누워있는 에이쵸 아일랜드

에이쵸 아일랜드(Aitcho Island)
에이쵸 아일랜드는 영국의 해군 본부의 수로국(Admiralty’s Hydrographic Office)를 ‘HO’라고 줄여 부르는 데서 이름이 붙여졌다. 이끼와 지의류가 자라고 있으며, 해안가에서 코끼리 바다 표범들이 트림을 하며 탈피 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젠투 펭귄과 턱끈 펭귄의 집단 서식지가 있어, 수백 마리의 펭귄들이 떼 지어 있는 장관을 연출한다. 단, 남극의 신사라는 별명과는 어울리지 않는 지독한 펭귄들의 똥 냄새에 코를 꼭 막아야 한다고.

미지의 대륙, 마침내 인간에게 모습을 드러내다

사우스 셰틀랜드 제도는 1819년 2월 19일 영국 윌리엄스호의 선장 윌리엄 스미스(William Smith)가 발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칠레의 케이프 혼(Cape Horn)으로 향하던 중이었던 그는 하선 하지 않고 지나친 뒤에 10월 17일 다시 돌아와 킹 조지 섬에 영국 국기를 꽂는다. 이후 12월 25일 윌리엄스호의 항해사였던 조셉 헤링(Joseph Herring)이 이끄는 배가 킹 조지 아일랜드를 다시 찾게 되고, 그 이후부터 물개잡이 배들이 끊이지 않고 드나들게 된다. 당시 물개 가죽은 비싼 값에 거래되고 있었는데, 영국과 미국 등에서 몰려든 물개잡이 배들은 이 곳에서 엄청난 수의 물개들을 도살한다. 1871년에서 74년 사이에만 미국의 물개잡이 배들이 잡아들인 물개의 수 만해도 33,000여 마리에 이르게 된다. 다행히 1880년대 들어서면서 물개의 인기가 시들해져, 다시 물개들이 번식해 현재 200만 마리 이상이 서식하고 있다.

  ▶ 남극에서 만날 수 있는 기기묘묘한 빙하들

Photo by Youngbok Jang  

대 자연과 생명의 숭고함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곳

남극으로의 여행은 남극의 여름에 해당하는 12월~2월에만 가능하다. 1956년 관광객들을 태운 칠레의 LAN 항공기가 남극반도와 사우스 셰틀랜드 제도를 지나고, 1958년 1월과 2월 아르헨티나의 크루즈선인 ‘Les Eclaireurs’가 다녀가 남극 관광의 시발점이 된다. 이후 칠레와 스페인 등에서 남극을 찾는 관광객들을 태운 배를 띄우기 시작, 지금은 남극을 찾는 이들의 수가 연 2천명을 넘었고, 보통 그들이 첫 랜딩을 하는 장소, 첫 발 내딛는 곳이 바로 사우스 셰틀랜드 제도이다. 거친 드레이크 해협을 지난 관광객들은 크루즈에서 내려 조디악을 타고 이동, 각 섬을 방문하여 온 몸으로 남극 대륙이 가진 순수하고 장엄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는 투명한 빙산과 육중한 빙하, 한가로이 바다 위를 떠다니는 유빙… 온통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척박한 대륙에서 매서운 바람과 맞서 살고 있는 펭귄, 고래, 바다표범, 바닷새 등의 해양 동물과의 조우는 경이롭기 그지없다. 결코 너그럽지 않은 자연 환경에 순응하여 살아 가고 있는 그들의 강인한 생명력은 남극을 찾는 사람들에게 볼 거리 이상의 커다란 감동을 선사한다.

글 전혜윤
사진 장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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