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싸

티베트 정치ㆍ문화ㆍ경제 중심지인 라싸는 티벳인들에게 정신적인 고향과도 같은 곳이다. 해발 3650m의 고지대에 위치한 이 매혹적인 도시는 1300년의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고도(古都)로 아름다운 자연은 물론, 다양한 문화 유적과 종교적인 특색을 지니고 있다.

순례자들의 거리, 바코르

최근들은 티벳은 중국의 개발 정책에 의해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티벳의 수도인 라싸는 현대적인 빌딩이 속속 들어서고 있어서 티벳의 옛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변했다. 라싸 중심지에 위치한 바코르는 그나마 라싸에서 옛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한 곳으로 순례자들의 거리이자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이 순례자의 길로 불리는 이유는 조캉사원 때문이다. 이 사원은 티벳인들이 가장 신성시 하는 곳으로, 티벳을 최초로 통일했던 송첸캄포 왕이 당나라에서 시집온 문성공주가 가져온 불상을 안치하기 위해서 7세기 중엽이 지은 것이다. 이 사원은 오랫동안 티벳인들의 정신적인 중심지이자 가장 성스러운 곳으로 여겨져 왔으며, 지금도 수많은 순례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조캉사원을 중심으로 한 구시가지인 바코르는 조캉사원이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레 생겨났다. 한마디로 바코르는 라싸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이자 가장 라싸다운 옛 길이라 할 수 있다. 바코르 주변에는 각종 불교용품과 장신구, 차, 공예품를 파는 상점과 노점, 그리고 사람들로 뒤얽혀 언제나 북적거린다.



라싸의 상징인 포탈라 궁전

라싸의 중심지인 바코르에서 남서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마뿌르산 꼭대기에 달라이라마가 머물던 포탈라 궁이 솟아 있다. 달라이라마는 티벳의 정치, 종교 지도자를 일컫는 말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지금은 달라이라마 14세는 인도의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우고 티벳 독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포탈라 궁은 달라이라마가 여름에 기거하던 노부링카와 더불어 티벳에서 가장 유명한 궁전이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 위에 있는 궁전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수직의 베르사유’로 불리기도 한다. 산스크리트어로 ‘성지’를 뜻하는 포탈라 궁은 좌우 길이가 360m, 폭이 140m인 13층 건물로 그 높이가 117m에 달한다. 내부에는 1천개의 방과 20여만 개에 달하는 불상 및 경전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보물이 전시되어 있다.

포탈라 궁은 외벽의 색에 따라 종교업무를 위해 쓰이는 홍궁과 달라이라마의 집무실인 백궁으로 나뉜다. 백궁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인상적인 곳은 달라이라마 5세의 방. 모두 44개의 기둥이 지탱하고 있는 이 방의 벽면에는 화려한 벽화나 탱화로 가득 차 있는데, 달라이라마가 청의 순치제를 만나서 설법하는 장면도 찾아볼 수 있다. 달라이라마 5세의 옥좌 앞에는 건륭제의 친필 액자가 붙어 있고, 금박을 입힌 단청 조각은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또한 달라이라마 14세의 방에는 그가 인도로 망명하기 전에 사용하던 물건이 그래도 전시되어 있다.

 ▶ 라싸의 옛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바코르의 골목
 

 ▶ 바코르 앞에서 만난 티벳 여인들
 

라싸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쎄라 사원

라싸 시내에서 북쪽으로 4km 떨어진 산기슭에 티벳 3대 사원 중 하나인 쎄라 사원이 있다. 한때 티벳 최대 사원이었던 이곳은 문화대혁명 때 철저히 파괴되었으나 아직도 경내에는 티벳 대장경을 비롯해서 수많은 불상과 불경이 보존되어 있다. 특히 본존에 그려진 벽화들은 매우 섬세하고 입체감이 뛰어나다. 쎄라 사원에서는 매일 오후 3~4시경에 숲이 우거진 노천법당에서 라마승들이 격렬한 토론을 벌이는데, 마치 싸우듯이 논쟁을 벌이는 그 모습이 매우 특이하다.

그 치열한 논강의 모습에서 티벳인들에게 종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특별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들에게 종교는 생활이고, 생활 그 자체가 또한 종교인 셈이다. 이젠 티벳은 사라지고 중국의 서장자치구가 되었지만 물질보다 정신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여행자들의 가슴 속엔 영원히 티벳이란 나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 달라이라마가 거주하던 포탈라궁전

Photo by Sunkyum Kim  

글· 사진 김선겸

위로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