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오

석회암 봉우리로 만든 세트장

계림시내에서 양수오현으로 향하는 배를 타고 가는 길 새벽 안개에 휩싸인 리강이 햇빛에 점차 그 모습을 드러낸다. 물방울이 만들어 놓은 커튼 속에 숨어있던 기암괴석들 하나 둘 그 모습을 내보이기 시작한다. 학창시절 미술책 어디에선가 본 것 같기도 한 화폭에서 막 튀어 올라온 듯한 석회암 봉우리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실재도 아니고 환상도 아닌 어딘가에 있는 것과 같은 기분이 든다.
‘이 것은 한 편의 산수화다!’.
바로 눈 앞을 메우는 짙은 먹 색의 바위 뒤로 겹쳐진 듯도 하고 비켜 서있는 듯도 한 옅은 먹 색의 바위들이 펼쳐져 있는 풍경은 감히 언어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장엄한 자연의 숭고함. 이 말고 다른 어떤 단어로 이를 정의 내릴 수 있을까?
양수오의 빼어난 경치를 만들어 내는 바위들을 과학적으로는 카르스트 지형이라 부를 수 있다. 카르스트 지형이란 석회암과 같이 물에 녹기 쉬운 암석으로 구성된 곳이 빗물이나 지하수 등에 의해 변화되는 지형을 말한다. 햇빛을 보면 몸이 타는 뱀파이어처럼 물과 만나면 그 몸이 녹는 바위들이 수 천 년의 시간 동안 매 순간 조금씩 조금씩 천천히 자신의 살을 깎은 모습이 지금 오늘 당신이 보는 양수오의 모습이다.

서가 : 은둔의 여행자 거리

태국 방콕에 ‘카오산 로드’. 베트남 호치민에 ‘데탐 거리’가 있다면, 중국에는 양수오의 ‘서가(西街)’가 있다. 태국의 카오산 로드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곳은 아니지만 서가 또한 전 세계 배낭여행객들에게 무척이나 인기 있는 곳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전형적인 중국의 시골 냄새를 풍기던 이 곳은 이제 관광객을 위한 숙소, 상점, 여행사로 떠들석하다. 거리는 외국인 여행자들로 넘쳐나 가게 간판의 대부분이 영어와 한자를 병기한다. 중국식 먹거리는 물론 전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서양음식점이 즐비하고(초국적 프랜차이즈도 있다), 중국식 발 마사지와 서양식 카페가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저렴한 숙소, 마음을 느긋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자연경관, 좋은 친구들,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기에 서가는 여행자들이 오래도록 정착하게 되는 은둔의 여행지 중 한 곳이다.

  ▶ 양슈오의 중심거리로 여행자 숙소와 카페, 선물가게 등이 즐비한 서가

Photo by Sunkyeom Kim  

양수오에서 당신이 할 수 있는 것

양수오 주위로 펼쳐진 황홀한 경관을 바라보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다. 거의 모든 숙소에서 자전거를 렌트해주기 때문에 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거리는 그야말로 자전거 천지다. 물론 배를 타고 리강을 유람할 수도 있다. 조금은 색다를 것을 해보고 싶다면 뱀부래프팅이나 가마우지 낚시, 볼루닝을 즐길 수도 있다.

가마우지 낚시(Cormorant Fishing)
훈련된 가마우지를 몇 마리와 함께 하는 중국 전통적인 방식의 밤낚시이다.
새의 목에 느슨하게 풀을 감아놓으면 새는 큰 물고기를 삼키지 못하게 된다.
가마우지가 물고기를 입에 물면 어부가 새를 낚아채 물고기를 잡게 되는데 이를 가마우지 낚시라 부른다.

양수오에서 자동차로 2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계단식 경작지 롱지티티엔(롱지테라스)에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파도 치는 물결처럼 끝없이 펼쳐진 계단식 경작지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야의 논과는 전혀 다른 모습과 위용을 갖추고 있다. 논에 물을 대는 봄과, 곡식이 익어가는 가을의 풍경이 가장 아름답지만 그러나 초록빛 물결이 치는 여름도, 수확이 끝난 썰렁한 모습의 겨울도 각각의 아름다운 모습을 지니고 있다. 아침이슬에 반짝 반짝 빛나는 일출의 모습은 물론, 물감을 풀어놓은 듯 석양이 지는 일몰의 모습도 모두 아름답다. 자연은 언제나 참 아름답다.
이 곳에는 머리카락을 자르지 않는 소수민족 요(瑤)족의 생활 공간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쭉 길러온 긴 머리카락을 이마 쪽으로 모아 쪽을 지는 ‘요(瑤)족의 여인들’은 일처다부제의 풍습으로 인해 몇 명의 남편을 거느린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자식은 어머니의 성을 따른다. 화전을 일궈 생활했던 그들은 이제 전통문화를 관광상품화 해 생활을 유지한다. 이런 사회상의 변화를 박수쳐 환호해야 하는지 아니면 아파해야 하는지 그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판단할 문제일 것이다.

  ▶ 계단식 논이 끝없이 펼쳐진 롱지티티엔

Photo by Sunkyeom Kim  

글 최아람
사진 김선겸

위로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