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나시

바라나시 공항, 기차역, 버스터미널을 지나 여행자거리 올드타운에 도착한 당신, 바라나시에 몇 일 정도 묵으실 생각인가? 장담하건 데 당신의 여행스케줄에 바라나시가 몇 일로 예정되어있건 간에 당신은 그 보다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다른 도시 여행 일정을 줄이는 한이 있어도.

해탈을 위한 힌두교인들의 성지

갠지스 강은 성스러운 강이라 불린다. 매년 100만 여명의 순례자가 이곳을 찾는데 그 이유는 인도인구의 80% 이상 되는 힌두교도들이 가장 숭배하는 쉬바 신(파괴의 신)의 머리에서부터 내려온 물이 바로 갠지스 강으로 흐른다고 믿기 때문이다. 힌두교도들이 가장 이상적인 상태로 원하는 것은 모크샤(해탈)로 이는 윤회의 사슬을 끊고 완전한 무의 세계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죽어서 바라나시 강물에 뿌려지면 해탈에 이르게 된다고 믿는 이들이기에 미로 같은 골목길 사이사이에서는 장례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바라나시에서 나는 나무 장작 위에 놓인 시신은 몇 시간 동안이나 활활 타올라 한 줌 재가 되어 갠지스강에 뿌려진다. 이 도시에는 그 불꽃이 꺼지지 않기 때문에 흔히 이곳을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도시라고 부른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죽음의 과정을 지켜보게 되는 여행자들은 이를 통해 자신의 삶을 경건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된다.


해가 뜨면 언제나 우리를 따라다니는 그림자처럼 죽음 또한 항상 우리의 삶 속에 존재하지만 우리는 그 사실을 자꾸만 잊어버리게 된다. 그렇지만 산 것이나 죽은 것이나 모두 함께 흐르는 갠지스 강물을, 인도인들의 삶과 죽음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사실은 가슴속 깊이 새겨지게 된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당신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할 것이다.

  ▶ 갠지스 강변의 가트에서는 하루 종일 화장이 이루어진다. 죽은 후, 화장되어 갠지스 강에 뿌려지는 것은 인도인들이 가장 원하는 바이다

문화의 도시에 울려 퍼지는 악기 소리

여행자들이 많이 찾는 도시의 거리들에서는 요가나 힌디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바라나시의 여행자거리 올드타운은 당신이 좀 더 쉽게 이런 배움을 접하도록 손짓한다. 바라나시는 인도의 종교적, 문화적 중심지인만큼 인도의 전통악기를 배울 수 있는 곳이 많은데 사계절 더운 나라인 만큼 문을 활짝 열어놓고 강습을 하기 때문에 시타르를 켜거나 타블라를 두드리는 광경을 오고 가며 자주 지켜보게 된다. 아름다운 선율을 가진 현악기 시타르, 타악기지만 현란한 리듬을 자랑하는 타블라 소리를 듣노라면 악기 연주에 대한 강한 열망이 샘솟고 이는 좀처럼 쉽게 떨쳐 내버리기가 힘들 것이다.

인도 전통악기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전통 타악기인 젬베 또한 배울 수 있는데, 아무래도 그 시작이 바라나시가 아닌 악기인 만큼 젬베를 배우는 것은 약간 모험적인 일일 수도 있다. 필자 또한 배우기가 더 쉽다는 이유로 인도 전통악기가 아닌 젬베를 선택해 배웠는데 한 시간 동안 젬베를 두드리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다 빠져나가고 속이 뻥 뚫리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아 순식간에 빠져 들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계속 젬베를 배우기 위해 한 클럽에 찾아 갔는데 인도에서 배웠던 방식으로 젬베를 두드리는 찰나, 두둥! 그 방식이 ‘정통’연주법에서 조금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으니 말이다.

악기 연주뿐만 아니라 요가와 마사지, 힌디 등을 배울 수 있는 곳도 곳곳에 많이 있다. 배울 수 있는 것이 아주 많은 도시 바라나시는 이렇게 당신이 오래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충분한 이유를 제공한다.

  ▶ 매일밤 다샤스와메드 메인 가트에서 치뤄지는 뿌자의식에 참여한 여인

Photo by Aram Choi  

하루 한 번은 꼭 맛봐야 하는 라씨

바라나시에서 가장 맛있는 것은? 이라는 대답에 열에 아홉은 ‘라씨’라고 말할 것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요거트에 해당하는 것으로 묽게 만들어 마시기도 하고 걸쭉하게 만들어 떠먹기도 한다. 인도 어느 길거리에서든지 원한다면 당신은 라씨를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인도인들 또한 이 음식을 사랑한다. 바라나시에 있는 라씨가게 중에서 단연 인기가 많은 곳은 블루라씨로 이 곳의 맛있는 라씨를 먹으러 찾아오는 여행자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금새 친구가 되기도 한다.
블루라씨 뿐만 아니라 가까이 있는 시원라씨, 그리고 골목길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간판 없는 라씨집들 모두 평균 이상의 맛을 자랑하는 바라나시의 라씨. 한 입 맛 본 후에는 당신도 분명 포로가 되고 말 것이다.

글 최아람
사진 김선겸, 최아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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