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두 국립공원

호주의 북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노던 테리토리는 원시 상태의 자연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이 지역은 여행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 중 하나로 대륙의 맨 끝을 의미하는 ‘톱 엔드(Top End)’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영원한 애버리진들의 땅, 카카두

오스트레일리아 북쪽의 노던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다윈에서 동쪽으로 250km 정도 가면 카카두 국립공원이 나온다. 남북 길이 200㎞, 동서 길이 100㎞로, 총면적이 2만㎢ 에 달하는 이 공원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국립공원이다. 전체 면적이 스위스보다 더 크다고 하니 그 엄청난 규모를 대충 짐작할 수 있다. 그 규모가 크고, 도로 또한 험하기 때문에 4WD차량이 없으면 이곳을 돌아보기

가 쉽지 않다. 때문에 자신의 차량이 없는 사람들은 다윈에서 투어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 카카두 국립공원은 모든 애버리진의 마음의 고향이다. 오랜 옛날 그들의 조상들이 이곳에 정착한 이후 지금도 많은 애버리진들이 전통생활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카카두는 애버리진 록 아트 Rock Art의 보고로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록 아트는 2만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애버리진은 유럽인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에 들어오기 훨씬 전인 5~6만 년 전부터 이미 이 땅에 살고 있던 진정한 호주대륙의 주인이었다. ‘애버리진’이란 이름 역시 백인들이 ‘먼저 살고 있던 사람들’이란 뜻으로 부르기 시작한 말로 원주민 스스로 그들을 가리킨 말이 아니다. 백인들이 상륙하기 전, 50만 명 정도로 추정됐던 애버리진들은 백인들과의 전쟁과 그들이 퍼트린 질병으로 인해 엄청난 수가 죽었다. 카카두 국립공원은 이 땅에 살았던 애버리진의 흔적과 그들이 남긴 문화를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곳이다.

  ▶ 원주민들의 벽화가 많이 남아 있는 노랜지 록

  ▶ 카카두 국립공원에 남겨진 애보리진의 록 아트

바위에 남긴 애버리진의 벽화

카카두는 애버리진 록 아트의 보고다. 수 만 년 전부터 최근에 그린 벽화까지 수많은 벽화가 곳곳에 남아 있다. 이 중 노랜지 록(Nourlangie Rock)과 우비르(Ubirr)는 카카두에서도 가장 중요한 벽화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 남긴 애버리진들의 예술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예술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그들은 주로 동굴 벽이나 바위에 그림을 그려 놓았는데, 단순하면서도 기하학적인 무늬, 그리고 매우 강한 적갈색 톤으로 표현되는 그들의 미술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원주민들의 예술 중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노랜지 록은 주차장에서 이어지는 1.5km 트랙을 따라 걸어가면 제일 먼저 앤방방 애버리진 피난처(Anbangbang Aboriginal Shelter)가 나온다. 이곳은 원주민들이 더위와 비를 피해 생활을 하던 곳이다.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면 번개 치는 모습을 보고 그린 ‘라이팅 맨’이나 총을 들고 있는 유럽인을 처음으로 만난 충격을 그린 그림 등 많은 벽화를 찾아볼 수 있다. 우비르는 노랜지 록과 더불어 카카두에서 가장 잘 알려진 장소로 애버리진 록 아트의 보고이다. 우비르 주차장에서 시작되는 1km 순환 도로를 따라 10분 정도 걸어가면 바로 마부유 Mabuyu와 메인 갤러리 Main Galllery로 이어진다. 이곳은 우비르에서 가장 유명한 벽화가 있는 곳으로 동물 그림, 사냥 도구를 손에든 사냥꾼 그림 등 다양한 스타일의 벽화가 있다. 카카두의 벽화는 크게 세 가지 스타일로 구분된다. 첫 째는 붉은색만을 사용한 단순한 벽화로 가장 오래된 벽화다. 두 번째는 X-Ray 페인팅으로 동물들의 내부구조를 묘사하고 있고 세 번째는 가장 최근에 그려진 것으로 애버리진 이외의 다른 사람(유럽인)을 만난 후의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 카카두 최대를 자랑하는 짐짐 폭포

Photo by Seonkyum Kim  

원시의 자연이 그대로 보존된 천연생태계의 보고

카카두 국립공원은 애버리진 예술뿐만 아니라 열대림과 아름다운 꽃과 새, 폭포와 협곡 등 원시의 순수함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인류의 보고 있다. 카카두 국립공원에는 모두 1000여종 이상의 식물과 수십 종의 개구리, 60가지의 포유동물, 51종의 담수어, 파충류와 조류 등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카카두의 습지에는 수많은 종류의 물새가 서식하는데, 그 중요성 때문에 UN의 국제 중요습지) 목록에 올라있기도 하다.
카카두 국립공원의 자연을 살펴보기 가장 좋은 방법은 옐로 워터 크루즈에 참가하는 것이다. 보트를 타고 카카두 국립공원을 따라 흐르는 옐로 강의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며 새들을 관찰하는 것인데, 카카두 여행의 백미로 손꼽힐 정도로 흥미롭다. .카카두 국립공원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새의 30% 이상이 서식하고 있다. 흰머리 독수리를 비롯해서 이름도 알 수 없는 수많은 새들을 가이드의 설명으로 자세히 볼 수 있다. 옐로 강에는 많은 솔트 워터 크로코다일(Salt Water Crocodile)이 서식하고 있는데,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는 악어들을 보면 영화 ‘크로커다일’ 던디의 한 장면이 떠 오르게 된다. 카카두 여행에서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짐짐 폭포(Jim Jim Fall)이다. 카카두에서 가장 유명한 폭포로 우기에는 215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이 장관이다. 폭포 주변의 기암 절벽도 인상적이며 폭포와 멋진 조화를 이룬다. 폭포 바로 아래에서는 수영을 즐길 수 있고 조그만 모래 사장이 있어 일광욕을 즐길 수도 있다.

글·사진 김선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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