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프 혼 & 푸에르토 윌리엄스

케이프 혼은 남아메리카 대륙의 최남단에 있는 곶(串)으로, 칠레의 티에라 델 푸에고 제도에 위치한다. 푸에르토 윌리엄스는 남극과 가장 가까운 칠레의 최남단에 있는 마을로 눈 덮인 산과 바다가 정겹게 펼쳐지는 곳이다. 이 두 곳은 남극으로 향하는 길목에 있어, 남극을 가는 이들에게 관문 노릇을 하고 있다.

뱃사람들의 무덤으로 악명 높은 죽음의 바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케이프 혼은 1616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탐험대의 제이콥(Jacob)과 윌리엄(Willem)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당시 그들이 타고 있던 배인 “Hoorn”의 이름을 땄다.
드레이크 해협의 북쪽 경계선에 자리하고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나는 양모와 곡식 등을 유럽으로 운송하거나,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대형 뱃짐을 나르는 중요 이동 통로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오랫동안 세계를 돌며 무역을 행했던 범선들이 이용하던 범선의 항로, 클리퍼 루트(clipper route) 역할을 했지만, 집채 만한 파도와 거센 바람, 빠른 해류와 유빙 때문에 선원들에게는 악명 높은 곳이었다.
1914년 파나마 운하가 개통된 이후로 케이프 혼을 따라 항해하는 무역선들은 눈에 띄게 줄고,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크루즈와 취미로 요트를 즐기는 이들의 요트의 수가크게 늘었지만 여전히 케이프 혼을 무사 항해하는 것은 그 일대를 지나는 이들의 여전한 바람이다.

인간의 발길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땅

우슈아이아에서 출발해 남극으로 향하는 대부분의 크루즈들은 케이프 혼을 지나지만, 케이프 혼에 랜딩할 확률은 굉장히 적다. 케이프 혼에 랜딩하기 위해서는 비싼 값을 치뤄야 하며, 반드시 난바다에서 항해할 때에 칠레 공군이 동행하여야 한다. 설사 앞의 조건들을 갖췄다 하더라도, 기상 상태가 좋지 않으면 상륙할 수 없다. 케이프 혼의 상륙이 허락되면, 보통 곶의 동쪽에 관광객들을 내리는데 해안가로부터 110개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 곶의 고지대에 다다르게 된다.

거대한 안데스 콘돌(Andes condor)과 마젤란 펭귄(magellanic penguin)을 볼 수 있고, 알바트로스 모양을 하고 있는 케이프 혼 기념비(Cape Horn Memorial)는 사라 비엘(Sara Vial)이 케이프 혼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을 위로하는 시가 적혀 있다(알바트로스는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선원들의 영혼이라는 전설이 있다)

 ▶ 케이프 혼에 랜딩하는 관광객들

 ▶ 케이프 혼 기념비 앞에서

칠레 최남단에 위치한 작고 평화로운 마을

푸에르토 윌리엄스(포트 윌리엄스)는 티에라 델 푸에고와 케이프 혼 사이에 있는 칠레의 나바리노 아일랜드(Navarino Island)에 위치한 가장 남쪽에 있는 마을로 실질적으로 남극과 가장 가깝다. 청정한 공기, 눈 덮인 산과 푸른 바다가 전부인 이 곳은 원래 무인도였으며, 칠레에서 만든 해군 기지이자 전략 기지로 해군 및 그 가족들이 약 2,000여명 가량 살고 있다(인구 5,000명 이상을 ‘도시’라고 칭하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아르헨티나의 우슈아이아가 남극에서 가장 가까운,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남단 도시이다).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울창한 숲을 볼 수 있으며, 토레스 델 파이네(Torres del Paine)로 향하는 150km에 달하는 기차가 다닌다.
남극으로 떠나는 크루즈가 출발하는 우슈아이아와는 비글 해협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으며, 우슈아이아에서 크루즈를 타면 비글 해협을 지나 푸에르토 윌리엄스에 들르는 프로그램이 있다. 현재 남극 관광 산업의 발전으로 지역 경제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실질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 푸에르토 윌리엄스의 포구 근처에서

 ▶ 푸에르토 윌리엄스의 작은 레스토랑

글 전혜윤
사진 장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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