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점 행군-열흘간의 일기] 아, 그 남극에…왔다 [조선일보 2007.04.05]
작성자 : 장민정      작성일 : 2012/10/08      조회수 : 1011     
사진보기 : 한장씩 원문대로

[남극점 행군-열흘간의 일기] 아, 그 남극에…왔다

조선일보 2007년 4월 5일자 기사

해발 4000m급 고산중에 설맹증…
눈보라 속에서 평생 잊지못할 사투를 벌였다.

남극점 스키여행은
욕망을 위한 '도착'여행이 아니라
목표까지 나아가는 '과정'여행이다

자료제공 : 장영복 신발끈 여행사 대표
입력시간 : 2007.04.04 20:33

    • ▲ 온통 새하얀 얼음 땅 남극. 체감온도 영하 50도 추위에, 고산증을 견뎌야 했던 남극점을 향한 행군. 닷새째가 되어서야 비로소 남극의 아름다움이 가슴에 생생하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 남위 88도 56분, 밤 12시. 세 번의 착륙 시도 끝에 경비행기가 광활한 남극 대륙 위에 착륙했다. 2006년 12월 31일 서울을 떠나 도쿄-댈러스-산티아고를 거치는 약 30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칠레 남단 푼타 아레나스에서 기상 악화로 나흘간 대기하다, 전세기를 타고 5시간 날아 '패트리어트 힐스' 남극 국제 기지에 도착했고, 사흘 후 다시 경비행기를 타고 5시간 비행 끝에 2007년 1월 7일 남위 88도 56분에 도착한 것이다. 서울을 떠나기 전, 어머니는 "그런 얼음 구덩이에는 도대체 왜 가는 거냐"고 하셨다. 그리고 지금 그 거대한 '얼음구덩이' 한복판에 텐트를 치고, 태어나 처음 맛보는 엄청난 추위를 느끼며 실감한다. 아, 남극에 왔다.

      남극 내륙은 정말 추웠다. 감기 기운 때문에 가래침을 뱉는 순간, 침이 얼어서 눈 위에 튕길 정도였다. 최저 영하 89도까지 떨어지는 이 곳은 여름인 12월·1월, 이렇게 단 두 달만 여행이 가능하다. 반면 남극의 해안가는 펭귄, 고래, 앨버트로스 등 많은 동식물이 서식하고 11~3월까지 여행할 수 있다. 때문에 연간 약 2만 여명에 달하는 남극 여행자 중 대부분은 남극 크루즈를 선택한다. 여행하기 편한 해안가와는 달리, 남극 내륙 여행에는 1년에 고작 200여명만 도전할 뿐이다. 이들은 크게 7대륙 최고봉 등정을 꿈꾸며 남극의 최고봉인 '빈슨 메시프'에 오르고자 하는 알피니스트들과, 남극점을 목표로 스키로 행군하는 탐험 여행객으로 나뉜다.
      나는 남극 내륙을 여행하는 프로그램 중 남위 89도에서 90도까지 스키를 타고 아문젠과 스코트 등 위대한 탐험가가 생사를 걸고 걸었던 길을 따라 가는 'Ski the Last Degree(지구상의 '마지막 위도'를 스키로 가자는 뜻)'를 택했다. 직선거리로 110㎞지만 남극에 따로 길이 있는 게 아니라 남극의 블리자드를 뚫고 나침반과 GPS에 의존하여 지그재그로 가다 보면 10여 일이 걸린다.
      체감온도 영하 50도, 강한 추위로 인한 해발 4000m급의 고산증세, 설맹증…. 추위 때문에 계속 눈물이 났고, 무거운 썰매를 끄느라 거칠게 내쉰 호흡이 고드름으로 변해 마스크 주변에 달라 붙었다. 미리 배부 받은 여행 안내 자료에 따라, 장갑 4겹, 모자 3겹, 상의 7겹을 껴 입었다. 양말은 두 개를 껴 신었고 그 위에 다시 방수용 고무양말과 이중화를 신고 스키를 신는 중무장을 했다.
    • 추위 속에서 40㎏에 달하는 썰매 끌기. 작은 스푼 하나조차도 가져갈지 버릴지를 고민했다는 외국 참가자의 말이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뒤처지는 다른 참가자의 짐까지 끌며, 첫날에는 정말 남극의 눈보라 속에서 평생 잊지 못할 사투를 벌였다.
      그간 틈틈이 들었던 이야기들-동상에 걸린 스코트 탐험대의 대원 중 한 명이 팀에 부담이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 눈보라 속으로 사라진 이야기나, 이번 여름, 동료가 45일간의 행군으로 다리에 동상이 걸려 남극점 도착 며칠 전에 구조를 당하자, '동료와 함께 하지 않는 남극점 정복은 의미가 없다'며 구조 비행기에 같이 탑승한 영국 공군팀원들의 일화는 나를 경건하게 만들었다. 그렇다. 남극점 스키 여행은 단순히 인간욕망을 실현하는 남극점 '도착' 여행이 아니라, 자신의 자존심을 걸고 인간성을 지키며 남극점까지 나아가는 '과정'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10일간 반복된 하루 9시간씩의 스키 행군. 24시간 떠있는 태양으로 낮과 밤의 경계가 없는 남극 대륙에서 짧은 토막 잠을 자고, 눈을 파고 준비해간 비닐봉지에 내 인생 중 가장 짧게 변을 보기도 했고(참고로 남극에서는 환경 보호 차원에서 자기의 변을 봉지에 담아 썰매에 싣고 다녀야 한다) 스키 행군 1시간 마다 스키를 신은 채 3~4분간 서서 물과 초콜릿을 섭취했다. 스키 여행 5일째 정도가 되자 태양 주위에 뜬 원형 무지개도, 끝없이 펼쳐진 설원의 아름다움도 조금씩 감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났다. 스키 행군 10일째(서울 출발 21일째)인 1월 20일, 드디어 남극점에 도착했다. 사실 남극점에 도착한 그 순간, 해냈다는 성취감보다 마스크로 잘 덮지 못한 코 한쪽 부분에 동상이 걸리기도 했던 힘든 여행이 끝났다는 안도의 한숨이 앞섰다. 남극점에서 위성 전화로 듣는 가족의 목소리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었고, 함께 멋진 꿈을 이룬 여행자들과 샴페인을 터뜨린 시간은 내 여행 인생 20년 중 그 어느 여행지에서도 느끼지 못한 감동의 순간으로 남게 되었다. 이렇게 나는 남극점을 스키로 여행한 한국 최초 '일반' 여행자이자, 세 번째로 남극점에 도착한 한국인이 됐다는 나름의 '타이틀'을 갖게 되었다. 내가 증명해 보이고 싶었던 것은 남극 또한 시간과 돈과 용기, 그리고 체력만 있으면 도달 할 수 있는 하나의 여행지라는 것이다. 남극을 찾는 미국인은 한해 약 1만명. 영국 4000명, 일본 800명, 필리핀 20명 등 한해 약 2만명이 남극을 여행한다. 그러나 2005년 남극을 여행한 한국인은 단 2명(크루즈 여행). 우리나라 해외 여행자 수는 약 1000만명(일본의 해외여행객은 1600만명)에 이를 정도로 그 규모는 엄청나게 커졌지만 우리에게 '미개척' 여행지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다. 내가 처음 여행을 시작한 1988년 당시에는, 젊은 여행자들에게는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간단한 정부 영어 시험에 합격을 해야만 여권을 만들 수 있었다. 호주에서 과일 따기 등의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으로 동남아 여행을 시작해 그 이후로 20년간 배낭 여행을 해 온 배낭 여행 1세대로서, 남극이란 '여행의 미개척지' 답사는 의무감처럼 다가왔다.
      이제 탐험가와 여행가, 혹은 일반인과 여행가의 경계는 모호해져 가고 있다. 누구나 여행가가 될 수 있으며, 그를 넘어 탐험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에베레스트, 북극, 남극점, 나아가 우주는 더 이상 국가적 영웅만이 여행하는 곳이 아니다. 어느새 아파트가 대한민국의 노른자가 되어 버린 요즘, 그리고 작은 공간 안에서만 아등바등 살아가는 요즘, 여행 시장을 이렇게 키워놓은 우리의 꿈이 더 큰 곳으로 향했으면 좋겠다.
    • ▲ 드디어 도착한 남극점에서 '셀카' 한 컷

    • ANI (Adventure Network International)

      '패트리어트 힐스' 국제기지와 남극대륙의 항공편을 운영하는 미국회사. 1985년 설립. 남극 내륙으로 여행하려면 이 회사를 통해야 한다. 허영호, 박영석씨 같은 전문 탐험가들조차도 이 회사를 이용해서야 남극점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워낙 수송이 어려운 지역이기에 남극점에서 기름 한 통(1배럴)의 가격은 약 1000만원이라고 한다. 때문에 남극 내륙 여행 비용은 약 3000만~4000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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