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공간]곳곳, 여행의 낭만·기억들 [경향신문 2006년 11월 30일자]
작성자 : 장민정      작성일 : 2012/10/08      조회수 :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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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공간]곳곳, 여행의 낭만·기억들
‘신발끈 여행사’ 장영복·어성애 대표[경향신문 2006년 11월 30일자]
신발끈 여행사 장영복 사장(사진 왼쪽)과 어성애 부장(오른쪽)은 배낭여행 동기, 여행사 창업 동기이자 인생의 동반자다.

서울 홍익대 정문 옆의 신발끈 여행사 사옥은 천상 여행사 건물이다. 설령 간판이 없다 하더라도, 한번 들어온 사람들은 ‘여기가 여행사구나’ 하고 기억할 수밖에 없다. 마당엔 지구본을 납작하게 눌러 놓은 모양의 농구대가 세워져 있고, 현관엔 파란색의 여행가이드북 론리플래닛이 천장까지 빽빽이 꽂혀 있다. 바쁘게 전화를 받는 직원들의 등 뒷벽은 전체가 세계지도다.

고객 상담실의 이름은 ‘컴파트먼트 룸’.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두 좌석이 마주보고 있는 유럽 열차의 컴파트먼트 좌석에서 모양도, 이름도 본떴다. 직원 휴게실은 유럽 열차 침대칸 이름인 ‘쿠세트’다. 실제 쿠세트처럼 사다리가 달린 3층 침대가 놓여 있다. ‘사장실’ 대신 ‘캡틴 룸’에서 나온 장영복 신발끈 대표(43)는 “특별히 주문해서 만든 침대인데, 찜질방 때문에 영 인기가 없다”고 머리를 긁었다. 직함은 10년째 부장이지만 실제로는 공동대표인 어성애 부장(39)은 한쪽 벽을 세계지도로 도배한 론리플래닛 서점에서 일한다. 두 사람은 같은 해 여행을 시작했고, 같은 해 결혼했고, 같은 해에 이 건물의 주인이 됐다.

홍익대 경영학과 학생이던 장대표가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난 것은 1988년. 같은 학교 불문과 학생 어부장도 그해 프랑스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장대표는 호주에서 코카콜라 공장 청소, 과일따기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어 호주와 동남아를 여행했고, 어부장은 배낭을 메고 유럽을 여행했다. 여행자유화가 실시되기 한해 전, 영어시험에 합격해야 여권을 발급해주던 시절이었다. 3년 뒤 장대표는 학교 앞에 12평 사무실을 얻어 ‘신발끈 여행사’를 차렸다. ‘여행 좀 해봤다’고 소문난 어부장을 소개받아 유일한 직원으로 채용했다. 보증금 2천만원에 월세 18만원짜리 사무실은 조금씩 커졌고, 2004년 11월엔 ‘사옥’까지 마련하게 됐다.

“단 둘이 일하다보니 말할 사람이 서로밖에 없어 정이 들었다”는 두 사람은 93년 결혼했다. 배낭여행 전문 여행사 대표답게 신혼여행도 6개월짜리 배낭여행으로 다녀왔다. 말이 신혼여행이지, 제 키의 반만한 배낭을 짊어지고, 방 하나에 수십개의 침대가 들어있는 도미토리 숙소에서 잠을 자는 여행이었다. 그 때 과테말라에서 구입한 오카리나는 아직도 여행사 계단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여행사 건물 구석구석에 여행의 기억이 묻어 있다. 캡틴룸 옆의 낡은 국제학생증엔 앳된 얼굴의 어부장 사진이 붙어 있고, 끝이 나달나달하게 해어진 유레일패스엔 장대표의 이름이 찍혀 있다. ‘유럽’ ‘미국’ 글자가 큼지막하게 찍힌 낯선 한글판 론리플래닛은 그들이 처음 번역해 국내에 선보인 것. 신발끈 여행사는 론리플래닛 한국 총판이다. 신혼여행 도중 호주 본사에 들러 계약을 맺어 왔단다.

지구본 모양의 농구대.
잘 보면 굴뚝 달린 여객선처럼 보이는 이 건물은 건축가 황두진씨의 작품. 3층 단독주택을 골조만 남겨두고 리모델링했다. 부부가 홍대 앞을 거닐다 마음에 쏙 드는 카페를 발견하고는 그 건물 건축가를 수소문해 사옥을 맡겼단다. 장독대가 놓여있던 베란다는 나무바닥이 깔린 테라스로 변신했고, 부엌은 계단식 세미나실로 바뀌었다. 콤파트먼트 상담실이나 쿠세트 휴게실처럼 두 사람의 아이디어도 반영됐다. 장사장은 “특히 지구본 모양의 농구대는 순전히 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건물은 두 사람의 공동 명의다.

장사장은 한동안 쉬었던 여행을 최근 다시 시작했다. 올초엔 킬리만자로를 등정하고, 여름엔 칭짱열차를 타고 티베트에 다녀왔다. 내년 1월엔 한국인 관광객 최초로 남극점에 도전할 계획이다. 비행기로 남위 89도까지 간 뒤 스키를 타고 열흘 정도 달려 남극점까지 간다.

“국내에 알려지진 않았지만 남극은 이미 세계적인 여행지예요. 탐험가가 아닌 여행자도 다녀올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저희가 배낭여행 1세대 아닙니까. 제가 해야죠.”

얼핏 무모해 보이는 ‘남극점 도전’이 걱정되면서도, “배낭여행 1세대로서 우리의 의무”라고 강조하는 남편을 보며 어부장은 피식 웃고 만다. “나중엔 우주여행도 할 거다”라는 사람이다. 장사장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어부장은 조정하고 정리해왔다. 여행사 안내 브로셔의 설명대로 두 사람은 각각 ‘선장’과 ‘갑판장’이다.

“남극점에 서서 그간 고마웠던 분들의 이름을 들고 사진을 찍는 거예요. ‘아이 러브 토니 휠러(론리플래닛 창업자)’ 이렇게요. 아니, 그럼 게이라고 생각하려나?” 어부장이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살짝 눈을 흘겼다. “무사히 살아서 돌아오기나 하셔.”

〈글 최명애·사진 권호욱기자 glauk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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