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2003-06-04 16:00]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
대학시절 배낭여행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권쯤 사 본 경험이 있는 여행안내서다. 철저하고 상세한 정보를 바탕으로 가난한 여행자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온 '론리 플래닛'은 세계 배낭여 행자에게는 바이블 같은 책이다. 전쟁터에 파병되는 군인이나, 출장 가는 상사 직원 손에도 하나씩 들려있는 '론리 플래닛'은 아프리카 일부 저개발 국가에서는 세관압수 품목이기도 하다. 너무 상세한 정 보 때문에 여행객에게 바가지 씌우기가 쉽지 않아 외화벌이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가이드북에는 총알택시 타는법, 민방위 훈련 대 처요령까지 나와 있을 정도로 자세하다.
'론리 플래닛'의 창시자이자 경영자인 토니 휠러(57)씨가 도서출판 안그라픽스와 신발끈 여행사 초청으로 한국에 왔다.
－어떤 이유로 '론리 플래닛'이라는 책을 처음 쓰게 됐는가.
▲1972년 아내와 함께 6개월 간 아시아 여행을 했다. 그때 여행의 묘 미를 알았고, 실제 경험한 것들을 여행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마음 에서 '론리 플래닛'을 쓰기 시작했다.
－'론리 플래닛'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무엇인가.
▲ 조 카커(Joe Cocker)라는 가수의 노래가사에서 따 왔다. 그의 노 래 'Space Captain'에 보면 '내가 하늘을 여행하던 중에 사랑스러운 행성(Lovely planet)이 나를 사로 잡았다'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모티프를 얻었다. 그런데 노래를 듣던 중 '러블리 플래닛'을 '론리 플래닛'으로 잘못 알아들었다. 잘못 알아듣고 지은 이름이 더 매력적 인 것 같다.
－지금까지 몇 개 국을 여행했나.
▲ 정확히 헤아릴 수는 없지만 100개 국이 넘는다. 결코 많이 다녔다 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여행에 중독된 사람을 한국말로 '역마살'이라고 표현한다. 당신도 그런가.
▲ 맞다. 난 확실히 역마살이 있는 사람이다. 안락한 집에 있어도 일 주일만 지나면 다시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난다. 그런 마음이 들면 지 금도 가방 하나 달랑 메고 길을 떠난다.
－영국에서 태어나서 지금은 호주에서 살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
▲ 결혼한 이후 1년 정도 살려고 호주에 왔다. 그런데 그곳에서 론리 플래닛을 시작하게 되는 바람에 주저앉게 됐다. 호주가 론리 플래닛 의 본사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여행의 매력은 뭔가.
▲ 만약 누군가 나에게 여행과 론리 플래닛 사업 둘 중 하나를 포기 하라고 한다면 나는 사업을 포기 할 것이다. 여행은 불확실하다는 것 이 가장 큰 매력이다. 나는 젊은이들이 여행에 대해 물어보면 이렇게 말한다. "우선 공항에 나가 비행기를 타라. 모든 것은 저절로 진행될 것이다. 비록 그 모험이 당신이 계획한 것이 아닐지라도..."
－ 북한을 여행했다고 들었다. 소감이 어떤가.
▲ 작년에 갔는데 가기 어렵다는 매력 때문에 갔다. 평양 원산 백두 산 칠보산 등을 다녀왔는데 사람들이 친절했던 게 기억이 난다.
－론리 플래닛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 현재 500명 정도의 직원들이 있다. 사진작가와 여행작가들이 많다 . 특히 론리 플래닛을 직접쓰는 작가 300명은 자기가 맡은 지역의 전 문가들이다. 변하는 상황을 업그레이드 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역 할은 정말 중요하다. 예를 들어 동해 표기문제가 시끄러웠을 때 우리 는 바로 '일본해'를 '동해'로 수정했다. 한국 전문가가 있었기때문에 판단이 가능한 일이었다.
－론리 플래닛은 어떤 회사인가. 매출은 얼마인가.
▲ 출판사이자 여행정보회사다. '론리 프래닛'을 펴내고, 디스커버리 같은 방송국에 정보를 제공하고, 사진 라이브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매출은 밝히고 싶지 않다. 돈은 잘 번다. 나와 직원들이 가고 싶은 곳을 얼마든지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의 돈은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가장 선호하는 여행지는 어디인가.
▲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모든 곳을 다 좋아한다. 특히 변방을 좋아 한다.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네팔, 이디오피아, 남극, 태평양과 사막 등이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인 소망은 무엇인가
▲ 일을 조금하고 여행을 더 많이 하고 싶다.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너무나 많다.
<허 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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