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에라 네바다 트레킹

시에라 네바다는 스페인 남부에 위치한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은 자연공원이다. 전체적으로 완만한 산길로 이루어진 시에라 네바다 트레킹 코스는 라벤더향이 풍기는 라스 알프하라(Las Alpujarra)의 전형적인 하얀 가옥과 Cadiar 마을의 작은 시장, 스페인의 전통 농경지를 지난다. 7세기 이후 이슬람의 문화를 볼 수 있는 라스 알프하라(Las Alpujarra) 마을에서는 시에라 네바다의 소소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다.

스페인 남부에서 지중해와 마주보고 있는 산맥, 시에라 네바다

스페인어로 ‘Snow range’라는 뜻을 가진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는 스페인 남동부 안달루시아 지역의 일부 산맥이다.
지중해 연변을 따라 북동쪽에서 남서쪽까지 약 40km로 뻗어 있으며 북부에는 피레네 산맥이, 대서양 연안 지방에는 칸타브리아 산맥이, 중앙부에는 메세타 고원이, 남부에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이 있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는 스페인 본토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물아센(Mulhacén 3,478m)과 모레인, 카르 등의 빙하지형을 볼 수 있으며, 지중해와 가까운 지리적 위치로 인해 아열대성 식물에서 고산식물까지 식물생육의 수직분포가 관찰된다. 산맥의 북쪽 사면은 급경사를 이루지만 남쪽 사면은 완만하다.
시에라 네바다의 빙하는 빙하기에 만들어져 20세기 초반까지 그 자리를 지켜왔지만 지금은 그 모습을 볼 수가 없고 대신 빙하가 쓸고 내려간 흔적만 볼 수 있다.

조용한 고원과 시골풍경을 지나는 길

그라나다(Granada)에서 시작하여 카필레이라(Capileira)까지 이어지는 시에라 네바다 길은 1920년에 트레킹과 관광을 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높은 길로 알려져 있는 그라나다에서 벨레타(Veleta 3,395m)까지 이어진 길은 1935년에 완성되었고 1974년에는 시에라 네바다 정상까지 차로도 이동할 수 있는 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공해와 소음으로 인한 환경문제가 제기 되어 지금은 허가를 받아야 차를 타고 오를 수 있게 되었다.
늦은 6월에서 10월말까지 시에라 네바다에는 한 곳의 메인 안내소(Centro de Visitantes El Dornajo)와 두 곳의 작은 안내소(Hoya de la Mora 와 Capileira)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시에라 네바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립공원의 셔틀버스를 이용한다면 하루 혹은 이틀로 일정을 만들어 걸을 수도 있다.

  ▶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마을인 Trevelez(1,500m)의 White village

  ▶ Trevelez 마을은 하얀 가옥과 테라스의 꽃과 말린 고추가
  알록달록한 조화를 보여준다.

안달루시아에는 하얀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이 많다. 특히 시에라 네바다산맥에 있는 하얀 마을은 산악 지형과 어우러져 아름답고 한적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시에라 네바다 트레일은 작은 시장이 있는 Cadiar에서 스페인에서 최고 높은 고원에 자리 잡은 Trecelez 마을(1,500m)까지 독특한 시골 풍경을 지난다. 물이 졸졸 흐르는 마을의 관개수로를 따라 걸어가면 전통적으로 농사를 짓고 마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는 길을 걷노라면 자연 그대로의 향기에 취하게 된다. 유럽에서 알프스 다음으로 높은 고원인 이곳은 바위 절벽과 비옥한 계곡, 오크나무와 밤나무 숲으로 가득하다. 시에라 네바다 고원 위로 떠오르는 태양이 정말 아름다운 장관을 보여주고, 해안에서 가까운 Las Alpujarras에서는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통시골 정원과 과수원이 조용한 스페인 산골을 보여준다. 여름이 되면 시에라 네바다는 생명을 꽃 피운다. 여름에 이곳을 찾는다면 체리 나무와 무화과나무, 석류, 살구나무와 길가에 만발한 야생화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공기 중에 퍼지는 은은한 허브 내음을 맡을 수 있다.

스페인에서 아랍의 문화의 흔적을 볼 수 있는 Las Alpujarras 마을

시에라 네바다 남쪽, 가장 구석진 곳에는 Las Alpujarras 마을이 있다. 이 지역은 서 아프리카에 올라온 무어인(Moors)들이 살았던 지역이었다. 계단식 밭과 흙으로 만든 박스모양으로 생긴 가옥은 모로코에서도 볼 수 있는 것과 모양이 같다. 산의 가파른 언덕 위에 지어진 작은 마을은 오랜 세월을 견뎌낸 모습으로 트레커를 맞이 할 것이다. 스페인에 남은 마지막 무어족은 그들의 삶의 방식을 지키기 위해 시에라 네바다 언덕을 피난처로 삼았다. 트레킹 중에 무어족이 남긴 흔적, 산악 마을의 독특한 건축물과 그들이 고안해 낸 관개수로 등 을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남부의 안달루시아 지방은 토지가 비옥해 예로부터 포도 및 오렌지, 올리브 재배가 이루어졌던 곳인데, 이 곳에 무어족이 생활하게 되면서 문화적으로 아랍 문화의 색채가 강하게 남았다. 시에라산 위에 떠있는 독수리는 지난 세월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누비고 있다.

  ▶ 시에라 네바다의 산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길이기도 하다.

  ▶ Nieles지역에서 볼 수 있는 White village

스페인은 주변에 고산, 지중해, 사하라사막 등 다양한 환경이 둘러 싸고 있어 다양한 기후를 나타낸다. 그 중 스페인의 남부 시에라 네바다를 품고 있는 안달루시아 평원은 지중해성 기후를 보이기도 하며, 사하라 사막이나 아프리카 대륙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 때문에 건조한 기후를 띠기도 한다. 시에라 네바다를 걷기 가장 좋은 시기는 7월과 8월 그리고 9월 초다. 하지만 7, 8, 9월에도 한가지 유념해야 하는 것이 있다. 날씨가 빠르게 바뀐다는 것이다. 고산에서는 강한 비바람을 만날 수도 있고 밤에는 영하까지 온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10월이 되면 해발고도 2,500m 이상에서 눈을 볼 수도 있다.

글 남형윤
사진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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