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랜드 트렉 트레킹

오버랜드 트렉은 호주에서 가장 수려한 산맥을 가로지르는 총 길이 65km의 트레일로 크레이들 산에서 시작하여 세인트 클레어 호수에 종료되는 호주 최고의 덤불 숲 트레킹 코스이다. 매년 8000명 이상의 트레커들이 이 구간을 완주하며 지구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야생의 원시림이 주는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걷기 천국’ 태즈매니아

호주 최남단 섬 태즈매니아는 야생 그대로의 매력이 살아있는 곳이다. 지각 운동에 의해 호주 대륙과 분리된 이후 다른 곳에서는 희귀하거나 멸종된 동식물들이 서식하고 있다. 인적이 조금 뜸한 곳에서 왈라비, 웜뱃, 페더멜론 같은 신기한 동물들과 쉽게 마주 칠 수 있고, 희귀한 야생식물들이 지천에 널려 있다. 이러한 태즈매니아의 천혜의 생태계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섬 전체 중 30% 정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뛰어난 자연경관과 맑은 공기를 자랑하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은 온대 원시 야생지이기도 하다.
태즈매니아에는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에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섬 전체에 많은 트레일이 형성되어 있다. 2000km 이상에 달하는 산책로와 등산로는 호수와 강, 해변, 그리고 수 백개의 크고 작은 섬들을 모두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되어 있어 태즈매니아는 그야말로 ‘걷기 천국’인 곳이다.

걷기 코스는 다섯 개의 긴 코스(Great Walks of Tasmania)와 60개의 짧은 코스(Great Short Walks)로 나뉘어 여행자의 입 맛에 따라 태즈매니아 곳곳을 걸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5개의 긴 코스는 오버랜드 트렉, 태즈매니아 최남단 곶에 위치한 남해안 트렉, 마리아섬, 그리고 동해안을 따라 걷는 태즈매니아 해안트레일과 프레이시넷 반도 서킷 등 이다. 이 중 크레이들 산 국립공원에 위치한 오버랜드 트렉은 세계 10대 트레일 중 하나로 꼽히며 트레커 매니아들에게 이름 높은 트레킹 코스이다.

청정 야생지역을 간직한 인류 자연의 보고

태즈매니아의 중서부 지역의 대부분을 덮고 있는 산악지형에 위치한 크레이들 국립공원은 손꼽히는 청정 지역이다. 1912년 오스트리아 동식물 연구가 구스타브 윈도르퍼는 연구를 위해 크레이들 산을 찾았다가 그 매력에 반해 정착하게 되고, 이 곳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마침내 1922년 그 꿈은 이루어졌다. 1만년 전 빙하기 때 생성된 자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크레이들 산 국립공원을 마음껏 즐기고자 한다면 오버랜드 트렉을 걸어보자.

  ▶ 빙하 골짜기의 고산 풍경, 호수와 폭포, 그리고 천연 습지대의 풍경이 어울러진 크레이들 국립공원

Photo by Jeongeun An  

크레이들 산에서 남쪽 세인트 클레어 호수까지 총 65km를 걸으며 빙하 골짜기의 고산 풍경, 크고 작은 봉우리들, 호수와 폭포, 그리고 천연 습지대 등 인간의 발 길이 닿지 않은 태즈매니아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트레킹의 시작점이 되는 도브 호수는 크레이들 산 아래에 위치하고 있어 호수와 함께 크레이들 산의 멋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트레킹 종종 나무데코로 만들어진 트레일을 지나게 되는데, 이는 수 천년 전 조성된 자연을 사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즐기고자 하는 태즈매니아인들의 자연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첫째 날 숙박지인 Waterfall Valley 산장에서 둘째 날 숙박지인 Windermere 산장까지는 1800년대 광석업자 조셉 윌이 파놓은 채굴지를 구경하며 고산지대의 키 낮은 관목림을 통과하게 된다. 다음 날은 오버랜드 트렉 전체 코스 중 가장 긴 구간을 걷게 되지만 깊게 우거진 소나무 숲과 웨스트 펠리온 산, 오클리 산의 멋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트레킹 4일 차에는 태즈매니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 오싸 산(1617m)에 오르게 된다. 마치 제주도의 주상절리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산세를 가진 이 바위산에 올라 내려다보는 태즈매니아의 풍광은 오버랜드 트렉의 하일라이트라 할 수 있다.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면 이제는 태즈매니아에서 가장 큰 폭포로 향해보자. 5일째 날 만날 수 있는 퍼거슨 폭포, 디안톤 폭포, 그리고 하트넷 폭포는 힘차게 떨어지는 물줄기로 여행자의 마음 또한 시원스레 만든다. 트레일의 마지막은 라바린스 고원과 올림푸스 산을 지나서 세인트 클레어에 도착하는 것으로 종료된다. 센트럴 협곡에 위치한 세인트 클레어 호수는 호주에서 가장 깊은 호수로 최대 수심이 200m에 달한다.

희귀한 동식물과의 즐거운 만남이 가득한 트레일

오버랜드 트렉 트레킹의 또 다른 즐거움은 세계 어디에서도 흔히 볼 수 없는 독특한 야생 동식물과의 만남이다. 맑은 계곡물이 종종 갈색을 띄곤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호주에서만 자생하는 버튼글라스라는 식물에서 나오는 탄닌성분 때문이다. 버튼글라스를 비롯하여 기이한 야자모양의 판다니, 너도밤나무 등 희귀한 식물들은 특히 4월에서 5월 사이에는 황금색부터 짙은 붉은 색까지 총천연색으로 변하여 가을의 정취를 더한다. 또한 신기한 생김새의 야생 동물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태즈매니아 섬이 이방인들에 의해 처음 발견될 당시 숲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악마의 울음소리를 낸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태즈매니안 데빌은 그러나 이름과는 달리 온순한 동물이다. 호주에만 사는 웜뱃은 코알라와 비슷한 귀여운 모양새를 가지고 있다. 이 밖에 페더멜론, 왈라비, 40점박이 보석새 등 과의 만남은 오버랜드 트레킹이 가져다 주는 축복과도 같은 즐거움이다.

글 정선영
사진 안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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