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포드 트레킹

1억 년 전 다른 대륙과 분리되어 고립된 고대 동식물이 독특한 자연환경을 형성하며 진화해 온 나라 뉴질랜드는 광활한 평야와 웅장한 산맥, 깊고 깨끗한 호수, 여기 저기 솟아나는 온천 등 때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 경관으로 많은 여행자들을 끌어 모은다. 그리고 남섬 남서쪽에 자리한 밀포드 트렉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태곳적 풍경을 간직한 곳으로 트레커에게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길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국립공원인 피요르드랜드 국립공원은 생태적 중요성과 아름다움으로 인해 199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습한 지역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풍부한 강수량과 적당한 온도로 인해 다양한 식물들이 서식하는 울창한 밀림지대가 형성되었다. 뉴질랜드 전역에 펴져 있는 Great Walks라 불리는 9개의 등산로 중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밀포드, 루트번, 케플러 세 개가 피요르드랜드 국립공원 안에 위치한다.
특히 밀포드 트렉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길이라 불리는 유명한 트레킹 코스로, 총 54km의 트레일 동안 인간의 발 길이 닿지 않은 원시림과 수 십 개의 폭포, 초원을 지나며 자연이 만들어내는 절경을 마음껏 감상하며 트레킹 할 수 있다.

수용 인원 제한으로 빠른 예약이 필수인 밀포드 트렉

트레킹은 티아나우를 시작으로 밀포드 사운드에서 종료되며, 총 3박 4일이 소요된다. 첫 째날 티아나우 다운에서 트레킹의 시작점이 되는 글레이드 와프로 가기 위해서는 티아나우 호수를 배를 타고 건너야 한다. 호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규모가 엄청난 티아나우 호수는 뉴질랜드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로 빙하의 침식에 의해 만들어졌다. 글래이드 와프에서 1km를 걸으면 Guided Walk팀의 숙소인 글레이드 하우스가 나온다. 밀포드 트렉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나뉘는데, 트레킹 중 모든 숙식이 제공되고 전문 가이드와 함께하는 Guided Walk와 입산허가, 산장만을 사전 예약하고 단독으로 움직이는 개별 트레킹이 있다. 두 경우 모두 장단점을 지니므로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여행방법을 선택하도록 하자. 단, 산장 수용 인원이 제한적이므로 최성수기인 10월말에서 4월까지는 최소 6개월 전 예약을 완료해야 한다.

  ▶ 자연 보호를 위해 정해진 숙박 시설만을 운영하고 그에 따른 수용 인원에 대해서만 입산 허가를 하고 있다.

Photo by Exodus  

수 만년 전 자연을 걷다.

둘째 날은 글레이드 하우스에서 폼폴로나 롯지까지로 약 16km를 이동하게 된다. 클린턴 강을 따라 조금씩 오르막길을 따라 걷게 되며, 이끼 가득한 습지대를 지나 선다. 4계절을 모두 만나볼 수 있는 지역답게 다양한 식생이 관찰 가능한 것도 밀포드 트레킹의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고요한 숲 속을 걷다 보면 마치 숲의 요정을 만날 듯한 신비로운 감정에 사로잡히게 된다. 울창한 숲을 빠져 나오면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펼쳐진 초원이 모습을 드러내고, 시원스런 폭포를 쏟아내는 절벽의 모습이 장관을 이룬다.

둘째 날까지 걷기 편한 완만한 트렉을 걷었다면 셋째 날에는 다소 숨가쁜 오르막이 시작된다. 맥키논 패스까지 지그재그로 나있는 오르막의 숲길을 통과하면 고지대의 초원이 나타난다. 수많은 야생화로 뒤덮인 꿈결 같은 꽃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1154m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이곳에는 1888년 처음 밀포드 트렉을 구축한 맥키논과 미첼을 기념하기 위한 기념탑이 세워져 있다. 클린턴 계곡 아래 절벽과 물 웅덩이를 감상하며 발 걸음 가벼운 내리막길을 걸으면 다시 온통 푸른 이끼로 뒤덮인 우림지대를 통과하여 숙박지인 퀸틴 롯지에 도착하게 된다. 퀸틴 롯지 근처에는 세계에서 5번째로 높다는 서더랜드 폭포가 위치하고 있다. 580미터에서 쏟아져 내리는 거대한 물줄기는 웅장한 자연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 날 퀸틴 롯지에서 밀림지대, 짙고 푸른 아서강, 그리고 맥케이 폭포를 차례로 지나서 트레킹의 종착지인 샌드플라이 포인트에 닿는 것으로 모든 트레킹 일정은 종료된다.

  ▶ 대부분의 트레일이 완만한 지형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 1888년 트레일을 처음 개척한 맥키논과 미첼을 기념하기 위한
  탑이 맥키논 패스에 세워져 있다.

글 정선영
사진 서미석

위로

읽을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