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비아 트레킹

오렌지색 언덕이 끝없이 이어지는 ‘모래바다’, 지난 날의 흔적은 모래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이 세상 모든 존재를 말끔히 쓸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사막에 밤이 찾아오면 자연의 절대 품 안에 안긴다. 빛이라고는 오로지 달빛과 별빛뿐. 깨알 같은 모래알갱이 위, 나는 광활한 자연 안에서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진다.

물길을 따라 거대한 협곡이 만들어진 나미비아 사막

북 아프리카의 사하라에 건조화가 진행되자, 이곳에서 살던 사람들 또한 점차 비와 풀을 찾아 남하했다. 지금의 보츠와나와 나미비아 일대에 사는 부시맨이 바로 그들이다. 하지만 이곳도 국토 대부분이 사막지대이거나 황무지여서 인구의 70%는 강이 있는 나미비아의 북쪽에 모여 산다. 나미비아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행 장소라면 나미브 사막에 있는 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Naukluft National Park)이 꼽힌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구와 독특한 풍광으로 유명한 소수스플라이(Sossusvlei)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여행 일정은 대부분 새벽에 짜여져 오전 10~11시쯤 끝나고 다시 해가질 무렵 석양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으로 되어있다. 정오가 되면 일사량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나미브 사막은 증발률이 강수율의 200배에 가깝다. 무척 건조한 곳이다. 가장 더운 1, 2월의 최고기온(평균)은 20~36도. 겨울(7~8월)최저기온은 6~10도. 습도는 거의 없다.




몽환적인 사막 위에서 일출과 일몰에 흠뻑 취하다

새벽 공기는 온몸을 굳게 할 정도로 차갑다. 한 낮에 기온이 40℃를 웃도는 것과는 대단히 대조적인 날씨를 보인다. 이 곳은 사막이기 때문이다. 나우클루프트 국립공원(Naukluft National Park) 입구 안으로 들어가면 모래와 바람밖에 보이지 않는 사막 한 가운데 캠핑 구역이 있다. 소수스블레이(Sossusvlei)에 도착하려면 여기서 65km 더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소수블레이로 접근하는 길은 모두 모랫길이어서 4륜 구동이 아닌 차는 모두 모래에 묻혀버리기 때문에 4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출입할 수가 없다.

  ▶ 광활한 나미비아 사막, 1600km의 사막지대에는 다양한 사막이 존재한다.

Photo by Exodus  

소수스블레이는 300m 높이의 거대한 모래 산이다. 소수스플라이는 일출을 보는 것으로 일정이 시작된다. 컴컴한 대지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르면 모래 사구의 모양대로 그림자가 생긴다. 평균 높이 200m가 넘는 오렌지색 모래언덕들이 끝없이 이어진다. 나미브 사막은 대서양을 따라 나미비아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국경지대인 오렌지 강에서부터 북쪽으로 앙골라 남부까지 걸쳐있는 길이 1600km의 긴 사막지대다. 폭이 가장 큰 곳은 160km나 된다. 신발을 벗고 지그시 한발 한발 모래능선 위를 걸으면 고운 모래알갱이가 발가락 사이를 비집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따뜻한 모래 알갱이는 태양의 온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따뜻하다.
나미비아의 사막 모래는 유난히 붉다. 철분 성분이 많아서 다른 곳과 다르게 붉은 빛을 더 띠고 있는 것이다. ‘소수스’는 나마족어로 ‘물이 모이는 곳’이라는 뜻이고, ‘블레이’는 아프리칸스어로 ‘계곡’을 뜻한다. 붉은 모래 사구 안으로 들어가 보면 물이 고이는 사막이란 말대로 얕은 점토질 웅덩이를 볼 수 있다

  ▶ 수 백만년 전 물이 고였던 소수블레이사막은 사막화가 진행되었다.

  ▶ 뜨거운 사막 중간, 듬성듬성 보이는 초록덤불

수백 만년 전 강이었던 이곳은 물이 말라 사막화가 되면서 자라던 나무들은 메말라 왔다. 예전에 숲이었던 나무들은 숯의 모습으로 검게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 600년 전 증발된 호수의 흔적은 말라붙은 거북이 등껍질 같은데, 사막 곳곳에 이런 지형이 생기는 이유는 몇 십 년에 한번씩 쏟아지는 비 때문이다. 하지만 뜨거운 사막 중간에 듬성듬성 보이는 초록덤불, 그 사이를 기어 다니는 도마뱀, 모래 속에서 기어 나와 쏜 살 같이 달려가 사라져 버리는 딱정벌레는 아직 이 곳에 생명이 살아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한쪽에는 말라 비틀어진 나무 뿌리가, 다른 한 쪽에는 노랗게 핀 꽃이 생명의 삶과 죽음을 한눈에 보여 주고 있다.

  ▶ 피시 리버 캐년(Fish River Canyon) 협곡 아래를 향하고 있는 트레커들

Photo by Exodus  

아프리카에서 제일 큰 협곡, 피시리버캐니언(Fish River Canyon)

피시리버캐니언은 아프리카에서 제일 큰 협곡이다. 160km, 너비 27km, 깊이 55m로 세계에서는 북미 대륙의 그랜드캐년 다음으로 2번째다. 이 협곡은 수 만년 전 대홍수와 지각변동으로 인해 만들어졌다고 추정된다. 나미비아에서 가장 긴 강인 피시강을 따라 이어진 이 협곡은 예전에 비해 적은 수량을 보이고 있다. 건조한 겨울에는 특히 물이 거의 없어 바람만 존재하는 황량한 협곡이 되어버린다. Canyon 아래로 떨어지는 석양은 온 대지를 붉게 물들인다. 이와 같은 장관을 눈 앞에 두고 야외 테이블에서 와인 한 잔 한다면 어떻겠는가?

피시리버 하이킹 트레일은 Hobas에서 Ai Ais까지 85km의 거대한 협곡을 걷는 것이니 협곡 전체를 가볍게 둘러본다 해도 5일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곳에서 트레킹을 하려면 수도 빈트후크에 있는 Namibia Wildlife Resorts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협곡에는 어떠한 건물도 세워져 있지 않다. 자연이 만든 그대로 협곡을 보면서 트레커들은 캠핑을 통해 아웃도어 활동을 즐길 수 있다. 여름에는 일사량이 많아서 기온이 45℃를 넘기기도 한다.

이곳은 전체적으로 전형적인 반 사막 기후를 보인다. 여름철인 10월에서 5월까지 낮 기온이 48℃, 밤기온이 30℃까지 올라가고 짧은 겨울철 밤에는 영하 아래로 내려가지만 낮이 되면 20~28℃까지 기온이 올라간다. 3월에서 7월까지는 나미비아를 대표하는 나무 알로에 디코토마(Aloe dichotoma)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있다. 또한 걷다 보면 타조와 오릭스 스프링복(아프리카 영양)이 뛰어 지나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피시리버캐니언의 구석 구석에는 산 얼룩말과 쿠두, 바위타기 영양, 스틴복, 표범, 개코원숭이, 스프링복, 쥐, 토끼, 펠리컨, 검은 독수리, 피시독수리, 야생타조,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한다고 한다.

글 남형윤
사진 Ex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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