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피크 트레킹

아일랜드 피크(6,367m)는 에베레스트 남쪽으로 7.5km, 남체 바자르를 기준으로는 북동쪽에서 25km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 1952년 정찰등반 중이던 에릭쉽튼 원정대가 빙하로 둘러싸여 있는 이 봉우리를 보고 마치 얼음 바다 속의 섬 (an Island in a sea of Ice)같다 하여 아일랜드 피크라 이름 붙였다. 딩보체에서 바라보는 이 봉우리는 실제로 얼음 바다에 떠 있는 섬처럼 보인다.
1983년 네팔 당국은 아일랜드 피크의 이름을 임자체로 (Imja Tse) 바꾸었으나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아일랜드 피크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아일랜드 피크의 초등은 1953년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한 등반훈련 중 이루어 졌다. 찰스 에반스, 알프 그레고리, 찰스 윌리, 텐징 노르게이는 에베레스트를 오르기 위한 고소 적응 훈련의 일환으로 아일랜드 피크를 등반하였다.
당시에는 산소통이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라 셰르파들은 원정대가 산소통을 메고 등반 훈련을 하는 것을 매우 신기했다고 한다. 이렇게 원정대와 7명의 셰르파들에 의해 아일랜드 피크의 남서봉 이 초등 되었다. 그 후 1956년 스위스의 에베레스트 원정대가 역시 고소 적응을 위하여 훈련의 일환으로 아일랜드 피크의 북동봉을 초등하였다.
페리체와 당보체 사이이의 모레인(빙퇴석)에서 바라보는 아일랜드 피크는 바로 옆에 위치한 세계 최고의 거벽 ‘로체’의 남벽에 비하면 그 규모가 별로 크지 않다. 하지만 로체 빙하로부터 솟아올라 있는 서벽을 포함하여 아일랜드 피크만의 흥미롭고 매력적인 정상을 뽐내고 있다.

아일랜드 피크는 실제로는 로체 샬(Loche shar) 남릉의 연장이다. 여기에서 남쪽으로 솟아오르는 고전적인 히말라야의 아름다움을 가진 능선이 정상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8000m급의 고봉은 아니지만 안나푸르나 트레킹이나,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트레킹과는 달리 6000m급의 봉우리의 정상을 향하는 트레킹을 ‘트레킹 피크’라고 한다.
아일랜드 피크 역시 그 고도가 6,367m로 트레킹 피크에 속한다. 이러한 ‘트레킹 피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네팔 당국의 허가가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체력과, 등반 경험 또한 필수적이다.

  ▶ 아일랜드 피크를 향해 오르는 트레커들의 모습

  ▶ 아일랜드 피크 트레킹 시 경사가 심한 설산을 오르게 되기 때문에
  겨울 등반 장비는 필수적이다.

이러한 준비만 차근차근 마친다면 아일랜드 피크는 우리에게 그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해 줄 것 이다.
쿰부 히말라야 지역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전망대를 가지고 있는 아일랜드 피크는 힘들게 정상에 오른 이들에게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웅장하고 아름다운 풍광을 선사 할 것이다. 아일랜드 피크의 북쪽으로는 눕체(Nuptes, 7879m), 로체(8501m), 로체 중봉(8410m), 로체 샬(8383m)이 로체 샬 빙하 위로 솟아 있으며 동쪽에는 쵸 폴루 와 마칼루의 붉은 화강암 벽의 황홀한 풍광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임자 빙하의 남쪽에는 바룬체(7720m), 아마다블람(6812m)의 위용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런 황홀한 풍광을 선사하는 아일랜드 피크 정상 등반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제 히말라야로 떠나는 것이 가장 좋을까? 아일랜드 피크 뿐 만 아니라 네팔로 떠나는 트레커 들은 낮 기온이 온화하고, 우기가 끝나 청명한 날씨가 유지되는 10월 중순부터 이듬해 5월의 날씨를 선호한다.
이때의 히말라야의 낮 기온은 평균적으로 최저 15도 에서 최대 35도까지 올라가게 되며 3,600m 고도의 평균기온은 10도 가량으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일랜드 피크 정상 등반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너무 추워지기 전인 10월에서 11월 사이에 떠나는 것 이 가장 좋다.

또한, 기존의 트레킹과 달리 아일랜드 피크 트레킹의 경우 정상에 오르는 것이기 때문에 날씨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정상등반 D-day에는 대개 새벽 2시경부터 일정이 진행되니 엄청난 추위와 정상부근의 바람을 견딜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정상을 향할 수 있도록 하자.

  ▶ 히말라야의 산군을 배경으로 누군가 소담하게 쌓아올린 마음을 담은 소원의 산

Photo by Exodus  

아일랜드 피크를 향한 첫 걸음, 루클라에서 추쿵까지

아일랜드 피크 트레킹은 루클라에서 시작하여 다시 루클라로 돌아오는 일정으로 진행되며 총 16일간 진행된다. 카트만두 국내선 편으로 루클라까지 40분가량 이동하면 루클라에 도착한다. 루클라에서 가볍게 체플릉을 지나 팍딩까지 트레킹 하는 것으로 첫째 날 일정을 마무리 하자.

트레킹 2일차에는 몬저에서 셰르파의 고향 남체 바자르까지 6시간가량 트레킹 하게 된다. 에베레스트 국립공원의 관문인 남체바자르로 향하기 위해서는 라자도반 다리를 건너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데 이 구간에서 고소증상이 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도 하니 천천히 고도에 적응 해 나가며 남체에 입성 하도록 하자. 트레킹 3일차에는 고소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고소적응을 위해 오른 쿰중 마을은 에베레스트, 눕체 그리고 로부체 등 아름다운 히말라야 고봉들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하기 좋은 뷰포인트! 또한 쿰중 마을에는 에베레스트를 초등한 힐러리 경이 세운 학교도 있으니 방문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이다. 3일차에 어느정도 고소적응을 마쳤다면 트레킹 4일차에는 풍키텡가(3250m)까지 트레킹 하도록 해보자.

포르체 텐가에서 텐보 사원 구간은 고도가 급격히 상승하는 구간이니 따듯한 물을 많이 마시고 천천히 걷도록 하자. 이 구간에서 보는 아마다 블람의 위용 덕에 고소를 잊어버리게 될 지도 모를 일이지만.

트레킹 5일차에는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식생의 변화가 뚜렷하게 보인다. 오늘은 고지대의 평원을 지나 팡보체(3900m)에서 딩보체(4530m)까지 이동한다. 오늘의 목적지인 딩보체에 도착하면 아마다블람, 눕체와 로체, 그리고 촐라체에 둘러싸인 최고의 풍광을 자랑하는 전망대이기도 하니 아름다운 히말라야의 고봉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겨보자.

트레킹 6일차인 오늘은 고소에 적응하는 시간을 갖는 것 이 좋다. 4000m대의 고소에 적응이 되었고 컨디션이 좋다면 아마다블람의 북릉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뷰포인트인 낭카르창 피크(5090m)에 올라 보자. 이곳에서는 마칼루를 비롯하여 우리의 목표인 아일랜드피크가 더욱 가깝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트레킹 7일차에는 쿰부 빙하를 지나 로부제로 향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눕체봉의 해질녘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풍경이 될 것이다. 트레킹 8일째 아침에 눈을 뜨면 에베레스트와, 눕체의 눈부신 설산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오늘은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향하게 된다. 쿰부 빙하에서 북쪽으로 걸어 올라가면 고락셉(5180m)에 도착하게 된다. 고락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5340m)까지 트레킹을 진행한다.
봄에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캠핑을 진행 할 수 도 있지만, 다시 고락셉까지 내려와 휴식을 취하고 숙박을 하는 것이 컨디션 조절에 좋다.

  ▶ 경전을 적은 타르초가 히말라야 산군을 뒤로하고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Photo by Exodus  

트레킹 9일차인 오늘은 고락셉에서 칼라파타르(5,545m)까지 올라갔다 오는 일정을 진행한다. 최고의 전망대 칼라파타르에 오르면 에베레스트(8850m) 정상과 푸모리(7161m), 눕체(7855m)의 전망이 한눈에 들어온다. 오늘은 콩마라(5,535m)의 정상까지 트레킹 하게 된다. 가파른 비탈을 올라야 하지만 콩마라의 정상에 도착하여 만나게 되는 거대한 빙하와 마칼루, 푸모리, 초오유의 광활한 산맥이 우리를 둘러쌓고 있어 장관을 연출한다.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만나게 되는 작고 신비로운 호수에서 점심을 해결 한 뒤 임자계곡에서 추쿵(4,730m)까지 하산한다.

아일랜드 피크를 향한 최종여정, 베이스캠프에서 정상까지

트레킹 10일차인 오늘은 아일랜드 피크의 베이스캠프(5,180m)까지 천천히 이동한다. 거대한 로체의 산군이 손에 닿을 듯 가까워지고 임자빙하의 옆으로 오늘 우리가 머물게 될 아일랜드 베이스캠프에 도착한다. 베이스캠프에서 우리는 내일부터 시작 될 아일랜드 피크 정상등반을 위해 장비와 컨디션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자.

드디어 D-1일 의 아침이 밝았다. 오늘 우리는 5,685m 에 위치한 하이캠프까지 오른다. 바로인 아일랜드 피크까지 향하는 경우도 있지만 컨디션 조절과 고소 적응을 위해 하이캠프에서 하루 간 적응 훈련을 하는 편이 정상 등반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다. 정상등반은 새벽 두시 경 부터 진행되니 일찍 잠자리에 들어 컨디션 조절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레킹 12일차, 드디어 오늘 아일랜드 피크의 정상을 만나는 날 이다. 하이캠프부터 아일랜드 피크는 암석지대를 오르는 것으로 시작된다. 해발 5800m를 지나면 눈과 얼음이 시작되는 설선이 형성되므로 이곳부터는 이중화와 아이젠을 착용하여야 하며 설선에서 해발 5950m까지는 완경사 크레바스 지역이므로 안쟈일렌을 하는 것이 좋다.

해발 5950m부터 해발 6130m까지는 수직고도 180m구간은 60~70도 경사의 가파른 설벽을 올라야 한다. 이 지점 부터는 셰르파들이 픽스 로프를 설치하여 등반을 진행 하게 될 것이다. 설벽 상단에서 정상까지는 약 60m 정도로 고도차가 큰 편은 아니나 폭이 좁은 날카로운 릿지 지형이 형성되어 있고 강풍이 불면 추락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픽스 로프를 설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이 캠프에서 약 4시간가량 오르면 서서히 여명이 비추는 빙하와 바위, 거대한 로체에 둘러싸인 섬 아일랜드 피크 정상에 서게 될 것이다. 함께 등반한 셰르파들과 정상등반의 기쁨을 나누고 아일랜드 피크에서 바라보는 황홀한 여명을 만끽하도록 하자.

정상등반보다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며 베이스캠프까지 안전하게 하산하여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하자.
트레킹 13일차인 오늘은 베이스캠프에서 탕보체까지, 14일, 15일차에는 두브코시 트레일을 따라 루클라까지 하산하면 아일랜드 피크 트레킹의 일정은 모두 종료 된다.
트레킹보다는 조금 더 난이도 있지만 특별한 모험을 원한다면 빙하위의 섬, 아일랜드 피크 트레킹이 안성맞춤이다.

  ▶ 칼라파타르를 오르며 만나게 되는 에베레스트의 장엄한 아름다움

Photo by Exodus  

글 고윤경
사진 정선영, Ex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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