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도피 트레킹

산은 저마다 각각의 매력을 지닌다. 웅장함으로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히말라야와 같은 산이 있다면 아기자기한 볼거리로 보는 이를 사로잡는 산들도 있다. 높고 웅장한 만년설의 산봉우리보다 소박하지만 흐트러지게 핀 이름 모를 야생화에 더 마음을 뺏기는 당신이라면 로도피로 떠나자. 힘들게 올라서야만 하는 산행대신 느긋하게 걸으며 여유롭게 자연과 사람을 즐기는 쾌적한 하이킹이 가능하다.

발칸반도의 스위스, 불가리아

유럽과 아시아의 교차점, 발칸 반도 오른쪽에 자리 잡은 불가리아는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아름다운 많은 산을 품고 있는 나라이다. 한국과 비슷한 면적에 산과 계곡이 많고 사계절이 있어 서유럽인들은 불가리아를 ‘발칸반도의 스위스’라 부르고 있다. 특히 남부에는 리라, 피린, 로도피 등 대부분의 산이 몰려있어 하이킹 여행을 위한 최고의 여행지 중 하나로 손꼽히며 실제로 많은 유럽트레커들이 방문하고 있다. 장수마을이 위치한 곳으로 이름 높은 로도피 산맥은 불가리아 서남부에서 그리스 국경을 따라 동쪽으로 뻗어 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Golyam Perelik(2191m)이며 평균 해발고도는 800m, 총 225km의 불가리아에서 가장 긴 산맥이다. 카르스트 지형으로 이루어진 협곡과 큰 동굴, 그리고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천연조각들이 인상적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발칸 반도의 남동쪽에 자리한 탓에 북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과 지중해의 따뜻한 바람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뚜렷한 계절의 변화를 보이기 때문에 여름에는 하이킹이, 겨울에는 스키가 가능하다.

또한 불가리아에서 가장 고립되어 있어 방문객이 많지 않았던 탓에 훼손되지 않은 자연은 물론 몇 백 년 간 변화란 모르고 살아 온 듯한 현지인들을 만나 볼 수 있다. 15~19세기 투르크의 지배를 피해 슬라브인들이 피신했던 곳으로, 여전히 슬라브족의 전통이 강하게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 고대 로마 유적지가 곳곳에서 발견된다.

  ▶ 현지민들은 여전히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고수하며 살아가고 있다.

자연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파라다이스

로도피 트레킹은 이 지역의 이러한 풍부한 자연환경과 문화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트레일은 침염수림 지대, 석회석의 협곡, 그리고 마을을 둘러싼 목초지에서 가축을 기르고 집에서 키운 감자와 직접 만든 치즈를 먹고 사는 농부들이 있는 시골마을을 지나 선다. 또한 이 지역의 동식물군은 유럽 내에서 가장 다양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국제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늑대, 곰 등 희귀 포유류, 37종의 맹금류를 포함한 조류들의 서식지이자 희귀한 야생화의 천국이다. 이처럼 값으로는 매길 수 없는 생물자원으로 인해 유네스코에서는 로도피 산군지역을 자연문화보호재로 지정하고 이를 지키기 위한 훌륭한 노력들을 지속하고 있다. 로도피로의 트레킹 여행은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을 경험하고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이다.

자연과 역사, 그리고 신화의 길을 따라서

불가리아의 수도 소피아에서 남으로 4시간 정도를 달리면 외딴 시골마을 야고디나에 도착한다. 로도피 트레킹은 이 조그만 시골마을을 거점으로 두고 총 6일간 진행되며, 오랫동안 양치기들이 지나다니던 길, 울창한 숲길, 그리고 고대 로마시대의 길 등 다양한 모습의 트레일을 따라 하루 평균 3~5시간 정도 트레킹하게 된다.

첫째 날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비류가 서식하고 있는 Kastrakli 자연보호구를 방문했다면 다음날은 목초지, 침염수림이 울창한 숲을 따라 고대 로마 시대 때 만들어진 역사적 길을 걸어보자. 폐허로 남겨진 유적지 속에서 마케도니아 왕국에 속해 있다가 로마에 의해 점령된 이 땅의 역사를 직접 느껴볼 수 있다. 때로 길은 신화 속 전설을 따라 이어진다. Devil’s Throat 동굴은 그리스 신화의 시인 오르페우스가 자신의 사랑하는 아내를 구하기 위해 찾아간 지하세계의 입구라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곳이다.
구간에 따라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 구간을 이동하게 되지만, 대부분의 트레킹 구간은 여유롭게 풍경을 즐기며 이동할 수 있는 무난한 코스들이 이어지므로 트레킹 초보자도 쉽게 참여 가능하다.

  ▶ 푸른 초원에 흐트러지게 핀 야생화의 바다에서 휴식을 취하는 트레커들

Photo by Exodus  

글 정선영
사진 Ex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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