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도바

스페인에서 코르도바만큼 매력적인 도시도 많지 않다. 코르도바는 과달키비르 강 연안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도시로 그 전략적 중요성 때문에 기원전 169년경 로마군의 식민지가 되면서 이베리아 남부에서 로마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코르도바의 황금기는 8세기에 이베리아를 정복한 무어인들의 수도가 되면서부터. 이때부터 수많은 건축물과 모스크가 들어섰고 많은 학자와 철학자, 예술가를 배출하였다.
코르도바는 10세기경 바그다드와 콘스타티노플에 견줄만한 서유럽 제일의 도시로 성장했으나 영원한 번영은 없는 법. 스페인 무어 문화의 중심지로 번영하던 코르도바는 1236년 기독교도에 재 점령되고 말았다. 그 후 완전히 기독교 세력에 넘어갔지만 지금도 이슬람 문화의 흔적이 도시 전체를 감싸고 있다.
코르도바는 그 역사적 중요성 때문에 구시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유럽 고딕 스타일로 세운 알카사르

기독교 세력이 지배할 당시 만든 것임에도 불구하고 내부의 정원과 연못, 목욕탕 등은 전형적인 무어 양식의 디자인을 따르고 있다. 정원이 특히 아름다우며, 내부 홀에는 16세기의 프레스코화가 남아있다. 한때는 이단자를 심판하는 종교재판소로 쓰이기도 했으며, 1951년까지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다. 알카사르의 탑에 오르면 유유히 흐르는 과달키비르 강과 그 위에 놓인 로마 다리가 한 눈에 펼쳐진다. 성벽 둘레로는 야자 나무가 둘러싸고 있어 고즈넉하면서도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슬람의 영광과 오욕의 역사를 동시에 보여주는 곳, 메스키타 Mezquita

코르도바 관광의 거점이 되는 곳. 후기 우마이야 왕조를 세운 아브드 알라흐만 1세 때인 785년 건설하였다. 그 뒤 세차례의 개축을 거쳐 987년에 2만 5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규모로 확장되었다. 메스키타의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850개의 말발굽 모양의 아치형 기둥과 섬세한 조각, 화려한 모자이크는 미궁을 방불케 하며, 이슬람 건축의 정수를 그대로 보여준다.
반면에 16세기에 카를로스 5세가 사원 중앙에 르네상스 양식의 예배당을 지었기 때문에 이슬람 건축 고유의 아름다움을 상실하고, 기독교 양식과 혼합된 묘한 구조를 갖고 있기도 하다. 원래 사원의 내부는 자연 채광이 들어오게 설계되어 꽤 밝았다고 하나 성당으로 개조되면서 입구를 막아버려 지금은 꽤 어둡게 느껴진다.

안달루시아 특유의 매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유대인거리 La Juderia

옛날 유대인이 살던 거리로 이슬람 거리와 함께 코르도바의 구시가를 양분하고 있다. 메스키타 북쪽에 있는 유대인 거리는 복잡한 골목길과 하얀 벽의 집들, 창문을 장식한 가지각색의 화분들이 안달루시아 특유의 매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곳이다. 유대인 거리의 서쪽에는 14세기에 만든 유대교회가 있다.
그다지 매력적인 곳은 아니지만 현재 스페인의 유대교회는 똘레도와 이곳뿐이다. 유대교회임에도 불구하고 무하데르 양식을 하고 있어 벽면에는 히브리어가 새겨져 있다.

글 이은지
사진 김선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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