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디

스리랑카에는 우주가 있다

우리에게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원작가로 알려진 영국이 낳은 가장 뛰어난 SF소설가 아서 클라크경(Sir Arthur Charles Clarke)은 그의 나이가 40살이 되던 해 스리랑카에 정착해 남은 여생을 그곳에서 보냈다. 공상과학 소설의 작가이자 미래학자로 클라크 궤도를 고안하기도 한 그는 ‘전 우주를 조망하는데 있어 최고의 장소는 바로 스리랑카다’라는 말은 남겼다. 이는 많은 사람들

에게 스리랑카에 대해 동경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아서 클라크가 미래의 생활상에 대해 무한한 상상력을 펼쳤던 곳 스리랑카. 그곳에 가면 우리도 일상에 지쳐 메말랐던 심장에 또 한번 불을 지필 수 있을까?
스리랑카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지명이다. 일단 스리랑카는 홍차의 나라로 유명하다. 홍차하면 하늘하늘 한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해변가에 서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를 흩날리는 여자와 함께 ‘실론티~’라는 멜로디가 울려퍼지지 않는가? 스리랑카의 과거 이름이 바로 실론 Ceylon으로 스리랑카를 원산지로 두고 있는 차잎을 실론티라고 한다. 섬의 모양과 지나온 역사에 의해 인도양의 눈물이라고도 불리고 아름다운 자연유산과 풍요로운 문화로 인해 인도양의 진주라고도 불린다. 또한 인구의 70%가 불교를 믿는 나라로 불교와 관련된 유적지들이 많아 세계적인 불교 성지라 손꼽히고 있다.



세계적인 불교 성지, 캔디

스리랑카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싱할리족이 현재까지 불교를 믿고 있는만큼 과거의 종교건축물들의 보존상태가 좋다. 각 도시들에는 불교와 관련된 유적이 많이 남아있는데 그 중에서도 캔디의 불치사 Sri Dalada Maligawa 는 스리랑카에서 가장 중요한 불교 유적이다. 불치사는 말 그대로 붓다의 치아사리가 보관되어 있는 절이다. 고대부터 부처의 치아사리를 가지고 있는 자가 나라를 지배한다는 룰을 가질 정도로 이는 정치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재 캔디에 붓다의 치아사리가 보존되어 있는 이유는 이 곳이 싱할리 왕조의 마지막 수도였기 때문이다. 스리랑카는 매달 15일 보름달이 떠오를 때마다 불교와 관련된 기념일을 축하하는 문화를 갖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7월 Esala 에는 세계적인 축제인 페라헤라 축제 Esala Perahera가 열린다. 페라헤라 축제를 통해 몇 겹이나 되는 보안 장치에 꽁꽁 싸여있는 붓다의 치아사리가 거리로 나오게 된다.

축제는 보름달이 뜨기 10일 전부터 시작된다. 7일째 되는 날 밤부터 본격적인 거리 행진이 시작되는데 거리 행진은 캔디의 전통 무용인 캔디안 댄스를 추는 사람들과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50여 마리의 코끼리가 뒤를 따른다. 축제의 마지막 날인 보름날에는 본격적으로 치아 사리가 거리에 나온다. 이 축제는 1681년 책에서도 언급될 만큼 그 역사가 오래된 행사로 전국 각지의 스리랑카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국 여행자들 또한 엄청나게 모여든다. 단순히 붓다의 치아사리를 좀 더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 축제를 통해 싱할리 족의 전통과 문화의 정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축제에는 종교와 전통을 중시하는 소박하며 친절한 사람들이 있고, 음악과 춤이 있으며, 화려한 볼거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축제가 있기 일주일 전에는 페라헤라의 행렬이 지나가는 메인 도로 주변의 좌석들이 이미 예약 완료되며 이 때에는 두 세배를 호가하는 값에도 불구하고 숙소를 구하기 힘들다.

▶ 거리 곳곳 영국풍의 건물이 남아있는 스리랑카
 
    ▶ 비오는 날의 축제
 

호반의 도시, 캔디

캔디가 유명하게 된 공의 99.9%는 불치사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멀리서 희미하게 붓다의 치아가 보존되어 있는 겹겹의 상자를, 그것도 진위가 아직도 파악되지 않은 것을 보기 위해서 가는 것만은 아니다. 캔디는 해발고도가 높은 중부 산악지대에 위치에 있어 다른 지역보다는 기온이 선선하며 녹지의 푸르름 또한 간직하고 있어 휴식을 취하기 좋은 도시다. 캔디에는 싱할리 왕조의 마지막 왕이었던 윅라마 라자싱하(Wickrama Rajasinha)에 의해 1807년 완공된 인공호수 캔디 호(Kandy Lak)e가 있고 나무로 둘러싸인 산이 도시 주변을 뒤덮고 있으며 캔디 중심지에서 6km 떨어져 있는 곳에 스리랑카 최대 규모의 식물원인 페라데니야 식물원(Peradeniya Botanic Garden)이 있는 호반의 도시다. 캔디호 주위로 조성된 산책길과 식물원은 모두 스리랑카 젊은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가족들의 소풍공간으로 또 캔디에 여행을 온 여행자들의 쉼터로 인기가 좋다. 낮에는 도시의 푸르름을 감상하고 밤에는 캔디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쯤은 봐야 한다고 알려진 캔디댄스를 보러 가는 것도 좋다.

글 최아람
사진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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