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비단길”이란 뜻의 실크로드는 그 옛날 동방에서 서방으로 간 대표적인 교역물이 비단이었던 데서 유래된 것이다. 타클라마칸사막의 주변에 산재한 다수의 오아시스 나라들의 대상 활동으로 유지된 실크로드는 그 옛날, 세계 최장의 교역로이자 목숨을 걸고 가야했던 여행코스였다.

목숨을 걸고 넘나들던 실크로드

여행자에게 실크로드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일본 NHK의 “실크로드”란 프로를 통해서이다. 실크로드를 오가던 사람들과 그들이 남겨 놓은 문명, 그리고 사막 속의 도시들을 취재한 이 다큐는 실크로드를 수많은 이들에게 깊이 각인 시켜 놓았다. 삼장법사와 법현 스님, 그리고 신라의 혜초스님이 언제 이 길을 가다 죽었는지 알 수 없는 죽은 이의 해골을 지표삼아 방향을 잡았다는 실크로드. 이제는 잘 닦인 도로와 기차, 그리고 항공을 이용해서 어렵지 않게 여행할 수 있는 곳이 되었지만 아직까지 실크로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환상을 갖게 하는 여행지임에 틀림없다. 원래 실크로드는 시안을 출발해서 타림분지를 경유하는 루트를 말한다.
이 루트는 사막 속의 오아시스 도시를 중계지로 하기 때문에 천산 북방의 초원의 길에 대해서 ‘오아시스의 길’이라 부른 것에서 실크로드라는 명칭이 유래한 것이다. 실크로드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경계로 해서 몇 개의 코스로 갈라진다. 둔황 북방 하미를 기점으로 천산산맥 북쪽을 지나는 길을 천산북로, 천산산맥 남쪽을 지나는 코스를 천산남로라고 부른다.

그리고 천산남로는 다시 둔황 서쪽에서 투루판을 거쳐 타클라마칸사막의 북쪽을 통과한 후 카슈가르에서 중국 국경을 넘어가는 서역북도와 둔황에서 남으로 누란을 거쳐 타클라마칸사막 남쪽을 따라 호탄을 경유해서 파미르 코스를 넘는 길을 ‘서역남도’라고 부른다. 서역남로와 북도는 천산산맥의 남쪽을 따라 가는 길이라 하여 후에 천산남로라 부르게 되었는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실크로드는 바로 이 길을 지칭하는 것이다.

  ▶ 서역 남도와 북도가 교차하는 도시인 카슈가르의 시장

Photo by Wonju Youth Pavilion  

실크로드의 중요 볼거리가 몰려 있는 서역북도

서역북도든 서역남도든 실크로드의 출발점은 과거 장안으로 불렸던 도시인 시안이다. 시안은 그 역사가 3천년이 넘을 정도로 오래된 도시로, 역대 중국 왕조가 가장 오랫동안 수도로 삼았던 곳이기도 하다. 중국 최초의 통일왕조인 진(秦)과 한나라를 비롯해 중국의 번영을 이끌었던 당까지 여러 왕조들이 무려 천 년이 넘는 동안 이곳을 수도로 번영을 누렸다. 실크로드는 시안을 출발해서 둔황까지 같은 길로 이어지다, 둔황을 기점으로 길이 갈라지게 된다. 한서(漢書)의 서역전에 의하면 서역으로 가는 길은 둔황 서쪽의 옥문관, 양관을 지나 두 개의 길로 갈라지는데, 천산남로(서역북도)는 천산산맥의 남쪽 기슭을 따라 하미, 투르판, 쿠차, 악수를 지나 카슈가르에서 서역남도와 합쳐진다. 천산남로는 오늘날 여행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코스로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들과 그곳에 살던 사람, 그리고 자연이 남긴 유적들이 곳곳에 남겨져 있다.

천산남로의 주요 여행지인 둔황과 하미, 투루판 등은 작은 도시이지만 해마다 수십만 명이 넘는 여행자들이 찾을 정도로 매혹적인 곳들이다. 세계문화유산인 둔황의 막고굴을 보고, 신장위구르 자치구에 속한 하미로 넘어서면 서역 냄새가 물씬 풍긴다. 하미를 지나쳐 투루판과 우루무치에 이르면 중국과 전혀 다른 문화를 접하게 된다. 투루판은 위구르어로 ‘낮은 땅’이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해발고도가 18∼106m에 불과해 여름에는 무덥고, 겨울에는 영하 30도까지 날씨가 떨어진다. 투루판은 소설 서유기의 무대였던 화염산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며, 교하교성과 고창고성 등 수많은 볼거리가 있는 곳이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주도인 우루무치는 해발 900m 높이에 있는 고원도시로, 특별히 볼만한 것은 없지만 중국의 이슬람 문화를 엿보기에 좋은 도시이다.

  ▶ 투르판에 남겨진 실크로드의 유적인 고창고성 전경

Photo by Wonju Youth Pavilion  

천축으로 가는 순례의 길, 서역남도

서역남도는 타클라마칸사막의 남변을 경유하는 길로, 시안을 출발하여 둔황-누란-미란-니야(민펑)-호탄을 경유하여 카슈가르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카슈에서 서역북도와 합쳐진 후, 파미르 고원을 넘어 서(西)투르키스탄까지 이른다. 서역남도는 북도에 비해 볼거리는 덜하지만 역사적인 의미는 서역북도에 못지않다. 예로부터 서역남도는 천축(인도)으로 가는 순례의 길이라 수많은 승려들이 이 길을 통해 중국과 천축을 오갔다. 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이 황금만큼이나 귀하게 여겼던 옥의 생산지인 호탄이 중간 기점에 놓여 있었고, 미란과 같은 오아시스 왕국들이 번성하여 실크로드의 중요 교통로 역할을 톡톡히 하던 곳이었다. 서역남도에서 가장 큰 도시였던 호탄은 그 옛날에 우전국으로 불리던 곳으로 번영을 누리던 곳이다. 하지만 영원한 번영은 없는 법. 10세기 무렵, 천산산맥의 남쪽으로 동서교통의 중심선이 옮겨가면서 도시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전설 같기만 했던 옛 영화는 바람에 실려 간 듯 사라지고 낙후된 모습으로 옛 향수를 자극하고 있을 뿐이다.

  ▶ 서역남도의 타클라마칸 사막에 선 우리나라 여행자들

Photo by Wonju Youth Pavilion  

글 김선겸
사진 원주청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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