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곤

양곤은 2006년 수도를 네피도로 옮기기 전까지 100여 년간 미얀마의 정치와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였었다. 비록 수도의 지위는 상실했지만 아직도 양곤은 미얀마 사람들의 정신적인 고향으로, 미얀마 여행이 시작되는 도시이다.

폐쇄된 독재 국가, 그 빗장을 열다

미얀마는 동남아시아의 최대 국가로 그 면적이 한반도의 3.5배에 이른다. 하지만 미얀마는 언제나 여행자로 북적이는 인근 국가들과는 달리 아직까지 외국인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나라이다. 수십 년에 걸친 군부독재로 가난하고 폐쇄적인 국가로 인식된 탓에 여행자들이 미얀마 대신 다른 주변국가로 발길을 돌렸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얀마 정부는 개방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여행자 또한 급속도로 늘고 있는 추세다.
미얀마에 부는 변화의 물결을 가장 먼저 감지할 수 있는 도시가 바로 양곤이다. ‘전쟁의 끝’이란 뜻을 담고 있는 양곤에서 미얀마의 고달픈 역사가 느껴지지만, 여유만만한 사람들의 표정에서 아픈 역사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양곤의 건물들은 대부분 저층빌딩이고, 차량 또한 낡은 차가 꽤 많이 보일 정도로 개발이 더디지만 ‘정원의 도시’라는 애칭에 걸맞게 도시 전체가 푸른빛을 하고 있다.

지름신이 강림하는 보족시장

어느 도시든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을 엿보려면 시장으로 가는 것이 좋다. 양군에는 미얀마 최고를 자랑하는 흥미로운 전통시장이 있다. 미얀마 독립 영웅의 이름을 딴 보족 아웅산 시장이 그곳이다. 보족 시장은 현지인들뿐만 아니라 여행자들도 즐겨 찾는 곳으로, 소위 없는 것 빼 놓고는 다 있는 시장이다. 보석, 귀금속, 의류, 잡화 매장, 기념품 가게, 환전소 등이 즐비한 시장 골목을 걷다 보면 마치 남대문 시장을 걷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 오랜 폐쇄적인 정책 때문에 낙후된 양곤의 거리

  ▶ 양곤 최대를 자랑하는 보족 시장은 현지인뿐만 아니라 여행자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시장 골목 곳곳을 걷다보면 마치 지름신이 강림한 것처럼 이것저것 사고 싶은 욕망에 빠지게 된다. DVD를 파는 가게에서는 한국 배우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 불법복제 DVD를 잔뜩 펼쳐 놓고 팔고 있어서 미얀마에 까지 한류의 열풍을 쉽게 확인 할 수 있다. 조잡한 복제품을 보다보면 한 편으로는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문화의 중요성을 알 수 있게 된다. 쇼핑 외에 여행자들이 보족 시장을 찾는 또 하나의 이유는 환전 때문이다. 보족 시장에서는 시내의 환전소나 은행보다 더 높은 환율로 돈을 바꿀 수 있어서 많은 여행자들이 쇼핑과 환전을 겸해서 보족 시장을 찾는다.

순박한 미얀마인들의 안식처, 쉐다곤 파고다

양곤 시내의 북쪽 언덕에는 미얀마를 상징하는 황금 사원 ‘쉐다곤 파고다`가 있다. 쉐다곤 파고다는 세계적인 불교 유적지로, 아침과 저녁 무렵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황금빛 탑이 꽤 매혹적이다. 양곤을 찾는 여행자들은 대부분 이 모습을 보기 위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쉐다곤 파고다는 페구 왕조 때인 1453년에 산이 없는 양곤 중심부에 언덕을 쌓고 건립한 것으로 둘레 426m, 높이가 100m에 달할 정도로 큰 규모이다. 이 사원은 미얀마의 상징이자 세계 불자들의 순례지로, 1988년 민주화 운동 당시 승려들이 이끄는 반정부 가두행진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쉐다곤 사원은 온통 금으로 도금되어 있는데, 역대 왕과 불교도들이 금판으로 외벽을 장식하면서 화려해져, 지금은 각종 보석과 황금으로 뒤덮인 세계적인 불교 유적으로 자리 잡았다. 탑 꼭대기에는 73캐럿의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수천 개의 다이아몬드와 루비, 사파이어, 에메랄드 등의 보석으로 치장되어 있는데, 저녁 때 황금빛 조명을 받아서 반짝이며 빛날 때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하지만 보석보다도 쉐다곤 파고다를 돋보이게 하는 것은 사람들이다. 제단에 둘러 앉아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를 하는 사람들과 어린 아이, 승려, 참배객들의 모습에서 물질적 가치보다 정신적 풍요로움을 더 가치 있게 여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아마도 부처가 원했던 것도 화려하게 빛나는 쉐다곤 파고다보다는 신심어린 사람들의 순박한 미소였을 것이다.

  ▶ 조명을 받아서 화려한 빛을 발하고 있는 쉐다곤 파고다

Photo by Eunji Lee  

글 김선겸
사진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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