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간

바간은 미얀마 북부에 위치한 작은 고도(古都)로, 11~13세기 옛 바간 왕조의 수도였던 곳이다. 지금은 과거의 옛 영화는 사라지고 한적한 마을이 되었지만 아직도 이곳에는 바간 왕조의 전성기 때 만들었던 2,200여 개의 불탑이 놓여 있어 여행자를 사로잡는다.

무수히 솟은 탑과 사원들

숲을 뒤덮고 있는 불탑을 보다보면 이제는 사라진 옛 영화가 더욱 아쉽게 느껴지는 도시, 바간. 미얀마의 둘째 도시인 만달레이에서 남서쪽으로 193㎞ 떨어져 있는 바간은 이라와디 강 동쪽 연안에 자리한 천 년 고도이자 불탑의 도시이다. 불심으로 가득 찬 도시인 바간은 그 옛날 중국의 운남성 인도의 아삼 방면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자 바간 왕조의 수도였다.

바간 왕조는 불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은 나라로 11세기부터 도시 곳곳에 불탑을 건설하였다. 불교를 국교로 하는 아시아 각 나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바간의 불탑은 그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크기와 양식으로 건축되었다. 바간 왕조의 최전성기 때는 무려 5~6천여 개에 달하는 탑이 세워졌을 정도로 바간에는 불탑이 즐비했다.
하지만 영원한 것은 없는 법.
수천 개의 탑과 사원으로 가득 찼던 바간은 1287년 원나라의 침입으로 2세기 동안 누렸던 화려했던 불교 시대를 마감하였다.

또한 1975년에 지진이 발생해서 상당수가 탑들이 부서져 지금은 2천300여개의 사원과 탑들만이 남아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바간은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두르 사원과 함께 세계 3대 불교 유적지로 불리고 있다.

  ▶ 황금빛으로 빛나는 쉐지곤 파고다

Photo by Eunji Lee  

미얀마 사람들의 강한 불심이 박혀 있는 탑들

오늘날 바간의 불탑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이 때문에 불교도 외에도 바간을 찾는 여행자들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이다. 불탑이 놓여 있는 올드 바간 지역은 대부분 개발이 전혀 안 된 지역으로 1천여 년 전 그대로의 모습이 유지되고 있다. 유적지 군데군데 현지인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을 뿐, 건물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시내에서 벗어나 탑이 몰려 있는 올드 바간으로 들어서면 곧이어 땅으로 솟아 있는 수많은 탑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시야에 한 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많은 탑들 사이사이에는 여전히 과거의 시간이 머물고 있는 느낌이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무려 천 년 세월 동안이나 당당히 버티고 있는 탑 앞에서 왠지 모를 숙연한 마음이 느껴진다.

드넓은 평원에 펼쳐져 있는 탑들은 그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며칠 만에 이 탑들을 모두 볼 수는 없다. 때문에 여행자들은 보존이 잘되어 있는 탑 몇 곳을 집중적으로 돌아볼 뿐이다. 바간에서 꼭 봐야 할 명소는 쉐지곤 파고다다. `황금 모래언덕에 세워진 사원`이라는 뜻으로, 내부에 들어서면 그 이름에 걸맞게 온통 황금색으로 채색되어 있다. 이 사원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석가모니 앞머리뼈를 안치하고 있는 곳이라 불교도들이 빠짐없이 들리는 곳이다. 이밖에 바간에서 가장 잘 보존이 되어 있고 규모도 큰 아난다 사원과 술래마니 사원, 쉐산도 사원 등도 결코 빼어 놓을 수 없는 곳으로 옛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

  ▶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잘 보존되어 있는 탑

Photo by Eunji Lee  

황홀한 일몰, 탑들을 물들이다

불탑 외에 바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일출과 일몰이다. 붉은 노을과 평원, 그리고 불탑이 빚어내는 풍경은 이 세상 어떤 탑들보다 아름답다. 이른 새벽이나 해질 무렵 높은 파고다에 오르면 땅에서 보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드넓은 평원에 하늘을 향해 우뚝 솟아 있는 불탑들은 마치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보인다. 벽돌 하나하나에 영혼을 불어넣어 멋진 탑들을 만들어낸 장인들의 손길에 새삼 놀라게 된다. 그러나 진정한 놀라움은 붉은 노을이 불탑에 살포시 내려앉을 때이다. 사라져 가는 태양의 마지막 빛을 받아 반짝이는 불탑은 더할 나위 없이 신비롭게 보인다.

  ▶ 천진난만한 바간의 아이들

Photo by Eunji Lee  

글 김선겸
사진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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