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말라뿌람

대부분의 여행자들은 마말라뿌람에 도착하는 순간 무엇에 홀리기나 한 듯이 게을러진다. 작은 시골마을이 주는 한가로움에 젖어 마치 시간이 멈춰진 듯 여유를 부리는 것이다.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한 인도의 다른 도시에 비하면 마말라뿌람은 아주 조용한 도시다. 가끔씩 돌을 조각하는 소리가 귀를 자극할 뿐 너무나 조용해서 외로움마저 느끼게 한다.
여행자가 이 마을을 찾는 이유는 대부분 해변사원(Shore Temple)과 아르주나의 고행상(Arjuna's penance) 등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유적을 보기 위함이다.

마말라뿌람의 상징, 해변사원

마을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있는 해변사원은 마말라뿌람에 있는 유적 중 으뜸으로 꼽힌다. 시바와 비슈누 신을 모신 이 사원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의 다른 사원에 비하면 아담한 규모지만 빼어난 구조와 조화미로 인해 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해안가에 5층과 8층의 석탑을 동서로 연결시킨 이 사원은 내부에 시바 신의 상징인 링가를 모신 신전이 동쪽으로 향해 있고, 맞은편에는 비슈누 신상이 모셔져 있었다고 한다. 또한 벽면에는 각종 신상과 동물상이 생동감 있게 조각되어 원초적인 본능의 성스러움을 유감없이 표현하고 있다. 바다가 주는 편안함은 여행자의 감성을 자극해 사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사원을 돌아보다 이마에 땀이라도 맺히면 어느새 바다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와 맺힌 땀을 식혀준다.
밤에는 사원에 비춰진 조명이 달빛과 바다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 여행자의 발길을 마치 무엇에 홀린 듯이 사원으로 이끈다. 사원 옆의 해변에는 바다 구경을 하려는 사람과 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상인들로 북적거려 한적한 사원과 대조를 이룬다.

섬세하고 정교한 조각으로 유명한 ‘아르주나의 고행상’

해변사원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마을 한 복판에는 세계 최대의 암벽 조각인 '아르주나의 고행상'이 있다. 이 조각은 인도의 대 서사시 마하바라타의 내용을 소재로 삼은 것으로 그 정교함과 예술성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길이 27m, 높이 9m의 거대한 암벽에 새겨진 조각은 마하바라타에서 가장 사랑받는 주인공 중의 하나인 아르주나가 시바 신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고행을 하고 그로부터 힘을 부여받는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이 조각에 새겨진 스토리는 후일 힌두 문학이나 조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 인공위성에서도 관측할 수 있다는 만리장성 전경

Photo by Sunkyeom Kim  

이 바위에는 아르주나의 고행상외에도 실제 크기의 코끼리와 강가 여신과 관련된 신화가 조각되어 있는데, 금방이라도 살아 움직일 듯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조각되어 있어 보는 이를 감탄케 한다. 아르주나의 고행상 뒤편의 산에는 크리슈나가 천둥번개의 신인 인드라로부터 동물과 사람을 보호하고 있는 형상을 묘사한 크리슈나 만다빰과 바위를 깎아서 만든 사원이 있다.
두 곳 모두 꽤 인상적인 곳으로 시간을 내서 다녀오는 것이 좋다. 그리고 사원에서 위로 조금 걸어가면 마을의 전망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남인도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파이브 라타

시내에서 1km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다섯 개의 라타(Five Ratha`s)' 역시 꼭 가볼만한 곳이다. '라타'는 차(車)를 의미하는 말로 신전과의 관계를 나타내기도 한다. 7세기경에 조성된 이 라타는 바위를 깎아서 만든 힌두사원으로 마하바라타에 나오는 영웅들의 이름에서 유래된 명칭으로 불리고 있다. 건물의 외벽은 부조로 된 기둥으로 좁게 구획되어 있고, 안쪽에는 시바와 비슈누를 비롯해 힌두교의 신들이 조각되어 있다.
이곳에 조각된 신들은 날씬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북인도의 풍만함과 비교되는 전형적인 남인도 양식이다. 다섯 개의 라타 주변에는 실물크기의 코끼리, 사자, 말, 소 등 다섯 마리의 동물상이 마치 건물을 끌고 가는 형상을 하고 있다. 수천 년을 다져온 드라비다 문화의 정수를 간직하고 있는 마말라뿌람은 찬란한 남인도의 문화를 간직한 보석처럼 빛나는 도시이다.

  ▶ 아르주나의 고행상에 새겨진 조각

  ▶ 파이브 라타의 벽면에 새겨져 있는 조각

글·사진 김선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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