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저 아일랜드

남태평양의 작열하는 태양, 푸르디 푸른 바다. 티없이 맑고 깨끗한 호수, 더 이상 잘게 빻을 수 없는 밀가루보다 더 고운 모래사장, 울창한 숲, 청정한 공기가 여행자를 유혹하는 곳., 프레이저 아일랜드. 세계 최대의 모래 섬이자 영화 <나니아 연대기>의 엔딩 장면을 장식한 이 섬은 파라다이스와 같은 곳이다.

낙원이란 이름의 섬에서 프레이저로…

프레이저 아일랜드는 호주 여행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프레이저 아일랜드는 브리즈번에서 북쪽으로 300km 정도 떨어진 허비 베이(Hervey Bay) 인근에 있다. 허비 베이에서 배를 타고 40분 정도 가면 원시림으로 덮여 있는 프레이저 아일랜드에 도착한다. 프레이저 아일랜드는 길이 123km 너비 22km, 전체 면적 인184,000 sq로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 섬이다. 199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프레이저 아일랜드는 섬 전체가 모래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비행기가 뜨고 내릴 수 있을 만큼 모래가 단단하다. 프레이저 아일랜드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캡틴 쿡 James Cook 이었다. 18세기 말, 프레이저 아일랜드를 지나치던 캡틴 쿡은 섬에 살던 원주민(애보리진)을 보고, 이 섬을 인디언 헤드 Indian Head라 이름 붙였다.
지금은 원주민이 살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프레이저 아일랜드에는 적지 않은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원주민들은 이 섬을 지상의 아름다움에 빠져 천상으로 돌아가기를 거부했던 여신 이름을 따 K`gari라 불렀는데, ‘낙원’이라는 의미였다. 어쩌면 문명에서 동떨어져 순수의 눈빛으로 욕심 없이 살아가던 원주민들에게 이 섬은 정말 낙원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유럽인들이 이 섬에 들어오면서 원주민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지거나 죽임을 당했다.
프레이저란 아일랜드란 이름은 18세기 초 이 섬에 난파되었던 제임스 프레이저(James Fraser) 선장부부에서 따 온 것이다. 프레이저 선장은 섬에 상륙한지 얼마 안되어 원주민에게 죽음을 당했지만 무사히 생존했던 그의 부인이 호주와 유럽에 그 섬의 존재를 알렸다. 그녀는 물과 식량 없이 7일 동안 생활했던 그녀와 선원들의 고난에 얽힌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했는데, 이 책은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그녀는 멜버른에서 사고로 숨졌는데, 호주에서는 그녀의 이야기를 TV 프로그램과 영화로도 만들었을 정도였다.

  ▶ 프레이저 섬은 바닥이 온통 모래이기 때문에 4WD차량이 아니면 들어갈 수 없다.

Photo by Seonkyum Kim  

숲과 바다, 해변, 자연이 어우러진 지상의 낙원

프레이저 아일랜드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가 모래이다. 지구에서 가장 큰 모래 섬이라는 평판에 걸맞게 콘크리트라고는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순도 100%, 리얼 야생의 섬이다. 이런 섬을 여행하기에는 4WD 차량이 안성맞춤이다. 실제로 이 섬을 오가는 차량들의 대부분이 4WD이다. 하지만 운전에 자신이 있고, 4WD 차량을 탔더라도 모랫길에선 아차! 하는 순간에 차가 뒤집힐 수 있으니 항상 안전벨트를 메고 조심해야 한다.

원시의 숲과 바다, 해변, 호수로 이루어진 프레이저 아일랜드는 볼거리도 온통 자연뿐이다. 간혹 해변에 난파된 배들이 눈요기를 제공하지만 프레이저 아일랜드의 진면목은 천연생태계를 관찰하는 것이다. 섬의 대부분은 모래이지만 아열대의 숲 또한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공해와 오염이 없는 이 아름다운 자연 속에 240여 종이 넘는 희귀한 야생조류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관목들이 섬 곳곳에 펼쳐져 있다. 티없이 맑은 자연과 그곳을 벗삼아 살아가는 야생동물이 반겨주는 곳, 도심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겐 바로 그런 곳이 낙원일 것이다.

  ▶ 모래 해변에 난파되어 있는 마헤노 선

Photo by Seonkyum Kim  

호수 찾아 삼만리, 달려라. 달려~~

프레이저 아일랜드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가 호수에서 느긋한 휴식을 하는 것이다. 프레이저 섬에는 매켄지와 부만진 호수를 비롯해 모래 언덕 위에 형성된 40여 개의 호수가 곳곳에 널려 있다. 모두가 수정처럼 맑은 빛깔을 자랑하는 호수들이다. 이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이 섬 한가운데 있는 매켄지 호수이다.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맑은 호수와 곱디 고운 모래는 여행자를 무장 해제 시킨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옷을 훌훌 벗어 던지고, 호수 속으로 뛰어들어 프레이저 섬을 마음껏 만끽한다.
이곳에선 옷을 입고 안 입고는 그리 큰 문제가 아니다. 매켄지 호수에서 멀지 않은 곳에 75마일 비치가 있다. 섬에서 가장 길고 아름다운 해변으로 그 이름대로 전체 길이가 75마일에 달한다. 이 해변 위로 자동차가 질주하고, 심지어는 비행기까지 이착륙할 수 있을 정도로 모래가 단단하다. 75마일 비치의 중간 지점에는 1935년, 사이클론을 만나 난파됐던 마헤노 선이 모래 해변에 처박힌 채 70년의 녹을 머금고 관광객의 눈요기가 되고 있다. 또한 75마일 비치의 끝자락에는 멋진 전망을 볼 수 있는 포인트인 인디언 헤드가 있다. 캡틴 쿡이 붙인 이름 붙인 인디언 헤드에서는 끝없이 펼쳐진 해변과 파도, 그리고 숲이 한 눈에 펼쳐진다.
파도에 부서지는 하얀 포말이 금방이라도 바닷속으로 뛰어들라고 유혹하지만 아쉽게도 이곳의 바다는 거친데다가 상어가 출몰하기 때문에 수영은 절대 금물. 밤이 되면 남십자성이 빛나는 고운 모래 위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할 수 있다.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바람, 그리고 파도가 들려주는 흥미로운 이야기에 취해 있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간다.

  ▶ 다양한 색채를 보여주는 프레이저 섬의 모래 산

Photo by Seonkyum Kim  

글·사진 김선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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