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포

시리아는 중동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이다. 시리아는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과 저렴한 물가, 풍부한 문화유산 등 다양한 매력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소박하면서도 손님을 환대할 줄 아는 사람들이 여행자의 발길을 이끈다.

여러 세력의 지배를 받았던 전략적 요충지

중동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알레포는 그리 중요한 도시가 아니다. 대부분이 터키와 시리아를 오가는 도중에 잠시 들려가는 도시쯤으로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알레포의 역사와 도시에 남아 있는 중세의 흔적을 엿본다면 알레포라는 도시가 다르게 와 닿을

것이다. 알레포는 BC 2000~1000년 사이에 차례로 히타이트, 미타니 왕조, 이집트의 지배를 받았고, BC 1세기에는 고대 로마의 한 주였던 시리아에 흡수•통합되었다. 비잔틴 제국 치하에서 번영을 누리던 알레포는 637년 이슬람 세력에 정복되면서 이슬람의 영향권에 들어갔다. 16세기 초에 오스만 투르크에 합병된 알레포는 중동을 잇는 교통의 요지이자 상업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렸다. 오늘날의 알레포는 현대적인 모습을 갖추고 있는 신시가지와 중세시대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 있는 구시가지로 확연히 구분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는 구시가에는 과거 이 이곳을 통치했던 제국과 각 민족들의 건축 양식과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중세 시대의 성채인 시타델과 중동에서 가장 매혹적인 시장(Souk), 시리아의 중세 건축물 중 가장 뛰어난 유물로 평가 받고 있는 알피르다우스 교회 등이다.

도시를 굽어보고 있는 거대한 성채, 시타델

구시가 중심의 언덕에 위치해 있는 견고한 이 요새는 알레포의 상징물과도 같은 것으로, 성채에 오르면 시가지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살라딘의 성으로 더 유명한 이 난공불락의 요새는 13세기경에 건축된 것으로, 그 높이가 50m에 달할 정도이다. 이 성채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살라딘의 아들이었던 가하지가 만든 것이다. 사방이 두터운 성벽으로 둘러싸인 이 성채의 유일한 관문은 남쪽의 탑 바깥쪽을 통해서 들어가는 길뿐이다. 거대한 탑문을 통과하면 해자 위에 놓인 육중한 돌다리가 나온다. 다리를 통과해 성안으로 들어가면 13세기에 건설된 왕궁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지금은 거의 폐허로 변했지만 왕의 침실과 부엌, 목욕탕, 그리고 왕이 여흥이나 특별한 행사를 위해 만들어 놓은 극장 터 등이 아직도 남아 있다. 왕궁 터 외에도 성 내에는 아름다운 모스크와 작은 박물관 등이 남아 있다. 성 위에서는 주변 풍경이 아스라히 펼쳐지는데, 성곽에 걸쳐 앉아 성벽 아래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중세 시대 속의 성채로 빨려 들어온 느낌이 들곤 한다.

  ▶ 이슬람 사원에서 기도를 하고 있는 사람들
  

  ▶ 살라딘이 축조한 성으로 잘 알려진 알레포 성채
  

알레포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수크(시장)

시타텔에서 내려 와 구시가지 한복판으로 걸어가면 대 사원(Umayyad)과 시장이 나타난다. 알레포 대 사원은 시리아를 상징하는 다마스쿠스의 우마이야 사원을 지은 알 왈리드 1세에 의해 AD 715년에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뛰어난 균형미를 자랑하는 곳이다. 지진과 화재로 인해 여러 차례 복원되었지만 이슬람 특유의 건축술과 중세 풍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대 사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수크는 알레포에서 가장 흥미로운 볼거리이다. 특별히 몰 사거나 구경하지 않고 하루 종일 시장을 어슬렁거리며 걷는 것만으로도 멋진 여행이 되는 곳이 알레포 시장이기 때문이다. 알레포 수크는 중동에서 가장 긴 시장으로 그 길이가 무려 30km나 된다. 미로 같이 좁은 골목길로 이루어져 있는 이 시장은 한 때 시리아에서 가장 중요한 교역 장소였다.

  ▶ 알레포 수크에서 딸기를 팔고 있는 상인

Photo by Photo by Sunkyeom Kim  

글·사진 김선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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