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유타야

살아 있는 야외 박물관, 아유타야

방콕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아유타야는 우리나라의 경주와 비견되는 도시입니다. 아유타야는 태국의 젖줄인 차오프라야 강으로 둘러싸인 섬으로, 무너진 돌무더기와 흙더미 속에 수많은 불상과 불탑, 그리고 폐허의 유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어 도시 전체가 거대한 야외 박물관과 같은 곳입니다. 사실 무너져 버린 돌탑과 여기 저기 머리가 잘려 나간 불상들만이 남아 있는 유적을 보다보면 옛 왕조의 화려한 영화 보다는 폐허의 느낌이 더 실감나게 다가옵니다. 하지만 태국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알고 보신다면 이 폐허의 유적이 쓸쓸함보다는 아름답게 느껴질 것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이 폐허에 400년 동안 이어져 온 아유타야 왕조의 영광과 슬픔, 그리고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태국 역사에서 가장 번영을 누렸던 왕조

아유타야 왕조는 1351년 당시 태국 북부를 지배하고 있던 수코타이 왕조를 합병해 새로운 왕조를 연 후, 1767년 미얀마의 침략으로 멸망하기 전까지 400여 년 동안 번영을 누리던 왕조였습니다. 왕조의 수도였던 아유타야 역시 예술과 건축은 물론, 인근 국가들과의 교역 중심지로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특히 17세기에는 동남아 최고의 무역 도시로 아시아는 물론, 유럽 국가들과 활발히 교류를 하며 부를 축적했습니다. 이런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400여개에 달하는 사원과 탑을 건설하였고, 인구가 1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도시 규모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모든 영광과 번영은 그 끝이 잊지 마련. 그 끝을 알 수 없을 것 같았던 아유타야 왕조의 번영도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그 끝을 맺고 맙니다. 이유타야 왕조는 이웃 국가인 미얀마와 20여 차례가 넘는 전쟁을 거치면서 점차 그 세력이 약화되었고, 결국 1767년 미얀마의 침공을 받아 아유타야가 함락되면서 도시가 잿더미로 변하고 말았습니다. 이때 미얀마군의 약탈로 아름답던 왕궁과 사원들은 모두 불타 버렸고, 수많은 불상들의 머리와 손이 잘려 나갔습니다. 같은 불교국가에 의해 무참히 머리가 잘려나간 불상들을 보면 전쟁으로 점철된 야만의 역사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왕조가 몰락한 후 버려졌던 아유타야는 1991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지금은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활기찬 도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 도시 전체가 역사 유적으로 둘러싸여 있는 아유타야
  

  ▶ 미얀마 군의 침입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아직도 많은 유적들이 남아 있다.

사방에 산재되어 있는 사원과 불상

아유타야에 남아 있는 유적들은 대부분 사원과 불상입니다. 400여 개에 달하는 사원이 있던 전성기 시절에 비하면 그 수도 많지 않고, 훼손의 정도도 심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유적만으로도 충분히 감동 할 테니까요. 아유타야를 상징하는 최고의 볼거리는 '왓 마하탓(Wat Mahathat)'입니다. 이 사원은 14세기 말에 도성의 중심사원으로 지어진 곳으로 거대한 탑의 잔해와 머리와 손등이 잘려진 불상들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자들이 이 사원을 찾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그것은 아유타야를 소개할 때 빠짐없이 등장하는 머리만 남은 불상을 넝쿨나무가 휘감은 부처상이 이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거대한 나무뿌리에 휘감겨 있는 불상을 보면 마치 전위적인 미술작품처럼 보입니다. 이 불상은 그 독특함으로 인해 아유타야에 찾는 사람이면 꼭 봐야하는 필수코스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 불상을 사진에 담으려면 가능하면 불상 높이보다 낮은 위치에서 찍어야 한다고 하네요. 이것이 부처님과 옛 왕조에 예를 갖추는 방식이라고 하네요.

  ▶ 아유타야에서 가장 인상적인 볼거리인 나무가 휘감고 있는 부처상

Photo by Photo by Sunkyeom Kim  

왓 프라 씨 싼펫(Wat Phra Si Sanphet)과 왓 차이 왓타나람(Wat Chai Watthanaram)도 빼 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왓 프라 씨 싼펫은 왕궁 터에 세워진 왕실 사원으로 지금은 중앙 탑을 제외하고 모두 부서졌지만 전성기 때는 250kg의 금을 입힌 16m의 불상이 안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왓 차이 왓타나람은 아유타야 왕조의 26대 왕인 쁘라삿텅에 의해 세워진 사원으로 옛 원형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사원입니다. 중앙의 커다란 탑을 중심으로 주변에 여러 개의 탑이 세워져 있는데, 계단을 통해 중앙의 탑으로 올라가면 멋진 전망을 볼 수 있습니다.

배에서 바라보는 낭만적인 풍경

아유타야를 제대로 돌아보려면 천천히 걸어서 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낭만적으로 돌아보고 싶다면 유람선을 타십시오. 물론 걷는 것보다 유적지를 자세히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시원한 강바람을 맞으며 여유로운 풍경을 보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평온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따금씩 보이는 탑과 수상가옥, 강에서 수영을 하면서 노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여러분을 반갑게 맞이할 것입니다. 특히 해질 무렵에 주변이 붉게 물들어가며 펼쳐지는 풍경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만약 연인과 함께 있다면 틀림없이 그 사랑이 더욱 돈독해질 것입니다.

  ▶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는 탑

Photo by Sunkyeom Kim  

글·사진 김선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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