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창열차

세계 최고의 높이의 열차, 세계 최장의 고원열차, 세계 최고 높이의 기차역 등등 여러 가지 기네스북 기록을 추가하며, 후진타오 주석까지 나선 칭창열차의 홍보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또한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홍보가 아니어도 이미 티벳은 80년대 중반 여행자들에게 개방을 한 이후 풍부한 여행 자원으로 아시아 최고의 여행지로 사랑을 받아왔다. 신비스러운 라마교와 히말라야 자락에 있는 많은 사원들, 히말라야 트레킹 코스, 세계최고높이의 에베레스트 등정의 북사면 입구, 달라이라마, 포탈라 궁전, 라싸….들어만 보아도 여행 좀 해봤다는 배낭 여행자에겐 가슴 설레는 단어들이었던 것이다.

천상으로 가는 열차

칭창열차는 중국 서부의 칭하이 구역과 티벳 구역을 잇는 열차로 칭하이의 주도인 시닝과 티벳의 주도인 라싸를 연결하는 1956km 기차 길인데 시닝과, 칭하이 제2의 주도인 거얼무를 연결하는 약 800km구간은 이미 1984년에 완성이 되어있었다. 금번에 개통한 거얼무-라싸 구간 1142 km 로 이 구간의 80%인 956km가 고도4000m 이상 이라니 천상 열차라 불릴 만도 하다. 동남아 최고봉인 키나발루 산도 약 4000m 이고, 에베레스트와 안나프루나의 베이스 캠프가 4000-5000m 대이고, 아프리카 최고봉인 킬리만자로가 589m인데, 이 기차는 617m의 유쥬(Mt.Yuzhu)산의 고봉을 기차 안에서 편안하게 관망 할 수 있고, 최고 5072m를 직접 지나가게 된다. 금년 1월에 킬리만자로를 등정한 적이 있는데 며칠간 적응을 하면서 올라감에도 불구하고 고산병으로 10번 넘게 오바이트를 하며 올랐다. 그 때를 생각만 해도 괜히 머리가 아플 정도인데, 이 기차는 가만히 앉아서 가뿐

하게 5000m를 통과를 한다니.. 정말 놀라울 뿐이다. 이 기차는 비행기의 시스템을 사용하여 각 차량마다 산소가 공급이 되는 제너레이터가 있어 고산에서 산소 공급을 한다. 산소가 부족한 여행객은 개인용으로 지급된 산소흡입기를 이용할 수도 있다. 또한 2명의 의사와 간호사가 탑승하여, 위급상황을 대체하여 주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칸의 누구도 개인용 산소흡입기를 쓰지 않았고, 고산병을 느끼지 못했다.) 청두에서 라싸까지 약 140$ (베이징-라싸 약158$)에 산소와 의사가 준비된 편안한 기차로 해발 5000m를 지나간다니.. 정말 세계 최고의 기차 여행 루트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을 한다.

  ▶ 천상으로 가는 열차. 칭창열차의 중간 기착지

  ▶ 성도에서 라싸로 가는 칭창열차

칭창열차 타고 티벳가기

태국을 거쳐 청두에 도착을 한 것은 지난 8월이었다. 현재는 상하이-라싸, 광주(꽝쪼우)-라싸 구간도 개통을 했지만, 당시는 베이징-라싸, 청두-라싸의 2편의 열차만을 운영했다. 청두는 한국에서는 성도라고 불리며, 팬더 곰의 본산지로, 티벳으로 가는 외국 여행자들의 게이트 역할을 해왔다. 아직까지도 티벳을 여행하는 외국 여행자들은 여행 허가서를 필요로 하고, 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티벳 현지의 투어(최소한 숙박과 픽업 정도 또는 추가비용)를 예약을 해야 한다. 칭창열차 개통 전에는 여행자의 90%이상이 청두의 여행사를 이용 하였고, 지금도 허가서 발급과 함께 항공, 버스, 기차의 출발점으로 이용이 되고 있다. 6년 전 독일의 컨퍼런스에서 만난 청두 여행사의 중국인에게 하늘의 별 따기로 알려진 칭창열차 티켓과 티벳허가서, 관광객의 증가로 입장이 힘들다는 포탈라 궁전 입장권을 요청하였다. 아주 바쁜 시기는 지났는지, 생각과 다르게 모든 것을 쉽게 구할 수가 있었다.

  ▶ 칭창열차를 타고 가다 나타난 초원 위 티벳마을

  ▶ 창 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티벳 고원의 풍경

칭창열차의 내부

중국 기차는 가격 순으로 Hard Seat (2등좌석), Soft Seat(1등좌석), Hard Sleeper(2등 침대칸), Soft Sleeper(1등 침대칸)로 나누는데 하드슬리퍼는 6인 1실, 소프트슬리퍼는 4인 1실로 구성이 되어있다. 크게 가격차이도 나지 않아, 대부분의 외국 여행자들이 예약하는 소프트슬리퍼를 구입하였다. 48시간 10분의 청두-라싸 구간을 편안하게 이동하는 비용이 140$이라면, 배낭여행자로서도 더 없는 가격인 것 같다. (유럽이나 서구의 기차에 비하면 1/5 가격 이하일 것이다.) 기차에서 만난 젊은 차장의 말을 빌리면, 차량은 중국과 캐나다의 합작으로 제작을 하였고, 차량을 끄는 디젤기차는 미국제라고 한다. 또한 많은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데 복도와 객실 안에서 전기를 충전 할 수 있고, 각 차량의 입구에는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고도계, 외부온도계, 기압계가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순간가열 방식의 뜨거운 물을 항상 이용할 수 있고, 각 침대마다 LCD 모니터가 준비되어 영화와 홍보비디오를 볼 수 있기도 하다.

식당칸에서는 저렴한 가격으로 5명의 중국요리사가 제공하는 중국정통요리를 맛 볼 수 있다. 3-4명이 여러 요리를 시켜도 1인당 5000위엔 정도이면 푸짐하게 식사를 할 수가 있다. 요리는 접시당 보통 20위엔 (약 2.5$)정도 한다. 냉장시설의 부족으로 차갑지는 않지만 라싸 맥주와 와인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환경을 고려한 열차로 모든 오수와 화장실 배출물도 운행 중 배출하지 않는다고 한다. 고산, 저 산소, 모래 폭풍 등에 견딜 수 있게 제작을 하였고, 철로 주변에 번개를 방지하는 피뢰침과 같은 것들도 볼 수 있다.

창문 밖 풍경들

여행 중에 정말 많은 다리를 통과하는데 장장 150km의 열차 길을 다리로 만들었다고 한다.(정말 대단한 토목공사이다) 일년 내내 계속 얼어있는 지표면에 철로노반의 안정성을 기하고, ‘티벳티안 안테로페스’ (아프리카의 톰슨가젤 같은 조그만 사슴과) 같은 야생동물 이동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그 중 Qingshuihe 다리는 11.7km의 육상철로의 대체다리로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 중 하나라고 한다. 금번 개통한 거얼무-라싸 구간에서 첫 번째로 만나는 자연의 경이로움은 6178m의 유쥬산 (Mt. Yuzhu) 이라고 할 수 있으나, 라싸 방향으로 이동을 할 때는 야간 이동으로 볼 수는 없었다. 반대로 베이징이나 청두 방향으로 여행을 하는 여행객은 관망이 가능하고, 이곳에 관망 역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열차는 약 550키로의 영구동토대(permafrost)를 통과하는데, 노반의 안정성을 위하여 많은 다리와 함께 많은 터널을 통과하게 된다.

팽우샨 터널은 4905m에 위치한 영구동토대에 위치한 세계최고 높이의 터널로 기록이 되었고, 쿤룬산 (Mt. Kunlun) 터널은 영구동토대에 위치한 1686m의 세계최장터널로 기록되었다. Top of Europe 이라는 스위스 융푸라우 산악열차도 터널을 통과 하여 오른 정상이 3700m 정도이니 대단한 높이의 터널을 지나게 된다. 두 번째 날의 하이라이트는 한여름에 만년설의 장관을 연출하는 5250m의 탕구라 산이라고 할 수 있다. 기차 또한 지구상의 가장 높은 5072m의 기차 길을 통과하게 되는데, 이는 페루의 안데스 철도보다 200m 높은 것으로 세계 최고의 기차 길로 새로운 기록을 갖게 되었다. 이곳의 기차역 탕구라역은 5068m에 위치하는데 또한 세계최고의 기차역으로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해발 5068m의 기차역은 그다지 쓰임새가 없어 보이는데 위성을 통한 원격 안전통제, 환경보호를 위한 오폐수처리와 모든 쓰레기의 반출 등등 그리고 최고높이의 기차역…. 아마 칭창열차의 홍보를 위한 기차역이 아닐까 생각한다. 기차역은 빠르게 지나갔고, 사람도 구경할 수는 없었다. 세계 최고의 담수호도 중국에 있는데, 라싸와 가까워 지면서 해발 4800m에 위치한 코나 호수를 만날 수 있게 된다. 바다를 옆에 두고 운행을 하는 동해의 철로처럼 호수를 끼고 돌아가는 코나 호수의 깨끗한 아름다움에 많은 여행자들이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칭창열차의 개통으로 세계 최고의 담수호를 볼 수 있는 기회 또한 제공 되었다.

  ▶ 티벳인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곳 중 하나인 조캉 사원 앞의 광장

Photo by Youngbok Jang  

칭창열차 그리고 티벳

예전 영국령의 포클랜드 섬을 아르헨티나가 점령을 하였고, 영국의 인빈서블호(절대격침을 당하지 않는)도 아르헨티나가 쏜 미사일에 격침을 당하였다. 이 때 영국은 ‘퀸 엘리자베스호’ 라는 호화 유람선을 영국의 투입용 해군함으로 이용하였다. 아마 티베트에서 다시 독립운동이 일어난다면, 야포와 탱크 그리고 몇만의 중국군대가 퀸 엘리자베스호가 아닌 칭창열차에 태워져 2일 안에 투입이 될 거라 생각을 한다. 문화가 없어진 미국의 인디안들, 그리고 하와이, 알래스카, 푸에르토리코 등등 그들의 문화를 잃어버리고, 그저 American 으로 살아가는 모습에서 티벳의 미래모습을 상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칭창열차에서 느끼는 여행자의 낭만과는 달리 사실 중국의 티벳 장악력을 높이는데 한 몫을 하기 위한 산물이라고…

소원이라면, 이 열차의 개통이 티벳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보다는 티벳의 현대화에 더욱 힘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음 한다. 우리의 100년 전 쇄국정책이 나라를 허약하게 만든 것처럼, 무조건 문을 닫는 것만이 보존이 아니다. 칭창열차의 개통은 티벳에 개방과 개혁을 가져다 줌으로 오히려 그들의 문화를 잘 보존 할 수 있는 좀더 튼튼한 나라로 만들어 줄 순 없을까? 적어도 그렇게 소망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대답을 할 수 있는 것은 티베트인들 자신일 것이다.

   

글·사진 장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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