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즈드

조로아스터 문화의 중심지

‘신은 죽었다.’라는 강력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모델 짜라투스트라는 고대 페르시아의 철학자이자 종교지도자로 실존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짜라투스트라교, 우리에게는 조로아스터교로 더 익숙한 종교를 창시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불교, 기독교, 유교, 도교등은 익숙하지만 역사책에서 잠깐 접했던 조로아스터교는 우리에게는 생소한 종교지만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중심적인 종교였다. 종말론, 선악의 구분, 유일신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는 이 종교는 기본적으로 선과

악의 대립, 정신과 육체의 분리와 같은 이원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선과 진리의 신, 아후라 미지즈다를 섬기며 도덕적인 생활을 하는 사람은 천국에 가고, 악과 어둠의 신, 아흐리만을 섬기는 자는 지옥으로 간다고 믿는다. 또 사람이 죽으면 시체는 곧 흉물이 되어 신성한 흙이나 물, 불과 접촉할 수 없어 토장이나 화장을 하지 않고 땅과 분리된 높은 곳에 시신을 놓고 독수리와 같은 새가 뜯어먹게 하는 조장을 시행한다. 이 때 시체의 오른쪽 눈이 먼저 먹히면 선인으로 낙원에 가고, 왼쪽 눈이 먼저 먹히면 악인으로 지옥에 떨어진다는 속설도 전해진다.
현재까지 이란에서 가장 큰 규모로, 가장 활동적으로 조로아스터교를 믿는 곳인 야즈드에는 조로아스터 유적이 남아있다. 1,600년 동안 계속 타오르고 있는 꺼지지 않는 신성한 불이 있는 불의 사원 Ateshkadeh과 사자의 요새 Ghal’eh-ye Asada, 1960년대 이란 법으로 금지되기 전까지 조장이 행해졌던 침묵의 탑 Dakhmeh-ye Zartoshtiyun등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사막에서의 삶

사막에 위치해 있는 야즈드는 그 지형적, 기후적 특색으로 인해 건축학적으로 독특한 도시로 손꼽힌다. 드넓게 펼쳐진 황토색의 흙집들은 3층을 넘지 않는 낮은 높이를 갖고 있다. 평평한 지붕의 한 쪽에는 굴뚝같기도 하고 개 집 같기도 한 직사각형이 툭 튀어나와 있다. 이는 여름의 열기를 이겨내기 위해 선인들이 만든 지혜, 바람탑 Badgir이다. 바람탑은 무더운 여름 집안에 찬 공기를 들여오기 위한 에어컨이다. 차가운 공기는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따뜻한 공기는 아래에서 위로 흐르는 원리에 따라 바람탑 사이의 구멍으로 찬바람이 집 안으로 들어가고 따뜻한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렇게 집안으로 들어온 차가운 공기는 지하에 있는 수조의 차가운 물을 거치며 한층 더 차가워진 후 방안의 열기를 식힌다.

지하수로인 카나트 Qanat는 이란에서 최초로 발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야즈드가 이란에서 제일가는 카펫과 단 과자(스윗)의 생산지로써 유명세를 떨치는 것도 기후적인 영향이 크다. 사막이라는 척박한 땅에서의 삶은 이곳 사람들에게 척박한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갖게 했다.

  ▶ 과거 페르시아 왕조의 국교였던 조로아스터교의 조장터.
  꼭대기의 탑에서 조장이 이루어졌다.
    ▶ 자메 모스크의 탑에서 바라 본
    구시가지 건물의 지붕들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 올드시티 걷기.

야즈드의 올드시티는 사막 속에서도 불사조와 같은 생명력으로 유지되었다. 오랜 세월 동안의 풍부한 역사를 갖고 있는 이 곳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거리라는 정의만으로도 압도적이지만 실제로 볼 때는 그 어떤 단어로도 쉽게 표현할 수 없는 숭고함을 가져다 준다. 진흙으로 만든 벽돌들은 곧게 서있기도 한쪽 면이 허물어져있기도 하다. 또 거의 대부분이 무너져 내린 건물들도 종종 눈에 띤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오래된 건물들은 메마르고 척박하고 건조하고 황량한 느낌을 주면서도 그 안에 왠지 모를 편안함과 안락함, 통일성, 균형과 비례를 느끼게 한다. 좁은 골목들을 천천히 걸으며 담벼락이 무너진 건물에서 잠시 앉아 쉰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이 곳에 다녀갔다는 것을 벽에 새겨진 낙서로 가늠해본다. 다시 발걸음을 뗀다. 저 밑 잔디 하나 없는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바람이 다 빠져버린 축구공을 가지고 흙먼지를 날리며 축구를 하고 있다. 가만히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니 한 아이가 달려와 함께 하자고 권한다. 한 호텔의 옥상에 마련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으며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을 바라본다. 그 노랗고도 붉은 태양빛은 진흙으로 빚어진 야즈드의 벽 색깔과 적절한 하모니를 일으켜 더한 감동을 준다. 내일의 태양도 이렇게 찬란하게 빛날까?

  ▶ 야즈드의 구시가지는 바람탑이 많기로 유명하다.

Photo by Sunkyeom Kim  

글 최아람
사진 김선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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