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어쩐지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 빠르게 다가온다. 그렇지만 정치, 경제, 외교, 군사적인 차원의 접근이 아닌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의 측면으로 접근하면 이란이란 나라는 굉장히 사랑스럽고 오래 머물고 싶은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서울엔 테헤란로, 테헤란엔 서울로

1976년 한국과 이란은 양국의 수교를 기념하여 각 나라의 수도에 서로의 이름을 딴 거리를 만들었다. 그 때 서울에 만들어진 테헤란로는 현재 평당 5,000만원을 호가하는 금싸라기 땅으로 변신. 그렇지만 테헤란에 있는 서울로의 모습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이란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원인 멜랏트 공원 옆을 지나기 때문일까? 넓은 도로 양쪽은 고층빌딩 숲이 아닌 진짜 나무와 산으로 뒤덮여있다. 양국이 수교를 맺을 당시만 하더라도 한국보다 이란의 경제사정이 더 좋아 우리나라에 원조를 해 줄 정도였으나 지금은 이란보다 한국의 소득수준이 더 높아졌다. 물론 경제적 가치 상승이 곧바로 삶의 질 향상을 나타내지는 않는다. 서로의 이름을 딴 거리가 있고 없고 그것이 양국간의 친밀함을 보장해 주지는 않듯이 말이다.(여기는 엔터 치지 말고 그냥 연결해주세요) 서울과 테헤란은 서로의 이름을 그 안에 새길 만큼 가까운 곳이지만 서울시민과 테헤란시민의 거리는 그 만큼 가깝지 않다. 그들의 종교에 대해서,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 그들의 삶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나도 모르고 있다.

천국의 아이들이 사는 곳

이란의 수도 테헤란은 오늘날 이란의 모습을 보기에 가장 좋은 장소이다. 그 곳의 모습을 그 곳의 삶을 곧바로 이미지화 하는 것은 조금 힘든 일인데, 그것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료는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다. 2001년 개봉 당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수 많은 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 ‘천국의 아이들’을 기억하는가? 그 곳에 바로 테헤란의 모습이 있다. 천국의 아이들을 촬영한 곳이 바로 테헤란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 한편으로도 우리는 테헤란에 대해 테헤란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다.

영화 속 신발을 잃어버려도 빚을 내지 않으면 신발을 사줄 수 없는 부모님을 둔 가난한 남매가 사는 곳은 테헤란의 남부, 그 아버지가 돈을 벌기 위해 부자 동네를 돌아다니며 정원사를 구하냐고 묻는 곳은 테헤란의 북부다. 이 영화가 만들어졌을 때가 1997년도이니 이제는 저 때만큼 많은 격차가 벌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자본주의의 삶은 그렇게 평화롭지 못하다.
남부와 북부의 격차는 세월의 주름만큼이나 더 깊게 패여 가고 있다.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숙소만 하더라도 비싸고 좋은 숙소는 북부에, 저렴하고 허름한 숙소는 남부에 위치해 있다.

  ▶ 진귀한 유리 공예품을 볼 수 있는 세라막 박물관

  ▶ 이란의 역사를 한 눈에 돌아볼 수 있는 국립 박물관

주몽과 태권도

피부색과 이목구비, 옷차림이 다르기 때문에 이란사람들은 동양에서 온 여행자들과 외관상 차이가 크다. 호기심이 많고 사람들에게 친절한 이란인들은 동양의 여행자들에게 먼저 스스럼 없이 인사를 건네고 질문을 던진다. 그들이 건네는 질문은 대다수가 이런 패턴으로 시작되었다.

– 재팬? 치니? (너 어디 사람이야?)
– 꼬레 (한국인이야)
- 쥬누비 쇼말리? (남한 북한?)
- 쥬누비 (남한에서 왔어)
- 주몽 소서노 (한국에서 왔다고? 주몽은 이란에서 굉장히 인기가 많아. 소서노도 다들 알지)
- 꼬레 드라마! (주몽? 나도 알지. 이게 여기서 그렇게 인기가 많단 말이야? 대단한데?)

굳이 내 앞에 다가와 말을 걸지는 않더라도 길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 바자르에 모인 사람들이 나를 흘깃 흘깃하며 주몽 이라고 큰 소리로 외치거나 작은 소리로 자기들끼리 소곤대는 상황과 부딪히는 일이 많다. 그래서일까? 이란을 여행하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일이 많아지고 꼭 내가 연예인이 된 것 마냥 자신감이 한 없이 상승하게 된다.
이란에서 한국 드라마가, 그것도 사극이 시청률90%를 넘나드는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주몽이전에 이란여행을 간 사람이라면 ‘대장금’이라는 얘기를 숱하게 들었을 테니 말이다. 드라마뿐만 아니라 태권도 또한 이란에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이란은 국제 대회에서 태권도 종주국인 한국을 가장 위협하는 나라로 태권도 수련 인구가 180만 명에 달하고 정부에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2005년 세계 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따낸 이란의 국민적 태권도 영웅 ‘하디’가 테헤란 시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태권도에 대한 사랑과 자긍심은 어쩌면 종주국인 한국보다 이란이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드라마를, 태권도를 즐기는 이란, 한국인 여행자로서 여행국 주민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는 곳을 순위 지어보면 이란이 아마 1등일 것이다.

  ▶ 한류 스타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가방. 이란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몇 해 전 인기를 끌었던 주몽이 한류 붐을 이끌고 있다.

이란의 다른 도시에 비해서 테헤란은 그다지 멋진 곳은 아님에 틀림없다. 에스파한, 야즈드, 쉬라즈와 같은 도시들에 비해 역사적, 종교적으로 의미가 깊지도 않으며, 대도시인만큼 다른 도시보다 체감하는 물가도 더 비싸고, 여행자들에게 무관심한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렇다고 해서 테헤란이 전혀 매력 없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이란의 여 타 도시에 대한 상대적인 평가이기 때문이다.

길거리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 어김없이 무슨 문제가 있는 거냐고 묻고, 그 곳의 지리를 잘 모르는 여행자가 헤맬 때 자신이 가는 길과 반대편임에도 불구하고 차로 그 곳까지 데려다 주고, 있는지도 몰랐던 동물원 구경을 시켜주고, 그리고 꼭 자기네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해야 한다며 초대를 하는 사람들. 테헤란은 이란의 경제 중심지로 글로벌한 시대정신을 가장 빨리 받아들이는 곳이지만 아직도 이 도시에는 내 것이 중요하고, 내 것만 중요한 신자유주의에 아직 함몰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많이.

  ▶ 테헤란에서 여행자에게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골레스탄 궁전의 일부

  ▶ 화려한 타일 벽화로 장식되어 있는 골레스탄 궁전

여행 Tip

같은 이슬람 국가지만 여행자에게는 히잡에 관대한 옆 나라 파키스탄, 터키와는 다르게 이란에서는 여성 여행자라면 누구나 부르카까지는 아니더라도 히잡을 둘러 머리카락을 가리고 소매가 길고 엉덩이를 덮을 정도로 긴 상의를 입어야 한다. 물론 발목을 드러내서도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더위를 잘 참지 못하는 여성이 한 여름에 이란에 간다는 것은 여행이 아닌 고행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종교적 제도가 불합리한 것인지 아닌지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지만 누구의 것이 더 우월한 것인지는 여간 해서 따지기 힘들다. 이런 신체적인 어려움을 제외한다면 이란 여행은 당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선사할 것이다.

글 최아람
사진 김선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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