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베 국립공원

보츠와나 북서부, 잠비아, 짐바브웨와 맞닿은 접경지역에 있는 초베 국립공원은 아프리카에 숨겨진 보석과도 같은 곳이다. 이곳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가장 많은 동물이 밀집해 있는 지역 중 하나로 특히 코끼리가 많기로 유명하다.

강을 끼고 있어 습지가 많은 초베 국립공원

초베 국립공원은 세렝게티나 마사이마라, 크루거 등 아프리카의 다른 국립공원에 비하면 그 지명도가 조금 떨어지는 편이다. 하지만 이곳을 다녀간 여행자들은 대부분 초베 국립공원을 아프리카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한다.
원래 이곳의 원주민은 우리에게 영화 부시맨(Bushmen)으로 알려져 있는 샌(san)족으로, 그들은 사냥감과 과일, 그리고 물을 찾아 옮겨 다니는 유목민이다. 꽤 오랜 옛날부터 야생동물과 함께 살아 온 그들은 1980년에 만들어진 영화 <부시맨>을 통해 일약 아프리카 오지를 상징하는 부족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날 초베 국립공원 인근에 살아가는 부시맨은 영화에서처럼 하늘에서 떨어진 콜라병에 놀라지도, 사냥을 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이미 문명의 혜택을 받아들여 정착생활을 하고 있으며, 일부는 목에 휴대폰을 걸고 다닐 정도이다. 부시맨의 고향이자 야생동물의 천국인 초베 국립공원은 이른바 ‘빅5'로 불리는 사자, 표범, 코끼리, 버펄로, 코뿔소는 물론이거니와 기린, 임팔라, 얼룩말 등 수많은 동물이 살아가는 곳이다.
특히 아프리카에서 코끼리가 가장 많이 사는 곳으로 무려 십만 마리가 넘는 코끼리가 초베 국립공원 일대에 서식한다.

불법적인 밀렵으로 인해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몇 천 마리에 불과했던 코끼리들은 보츠와나 정부의 적극적인 보호 조치에 의해 지금은 그 수가 무려 120,000 마리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코끼리 집단을 이루고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코끼리들은 건기에는 초베강 인근에 모여 살다가 우기가 되면 남동쪽으로 이동한다. 보통 수십 마리씩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모습은 아프리카에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장관이다.

  ▶ 초베 국립공원은 코끼리가 많기로 유명하다.

Photo by Sunkyeom Kim  

빅5를 찾아 떠나는 게임 드라이브

초베 국립공원이 아프리카의 다른 국립공원들과 다른 점은, 강을 끼고 있어서 물을 포함한 습지가 많다는 점이다. 강을 끼고 있기 때문에 초베 국립공원에서의 사파리는 육지에서 ‘빅5’를 찾아 떠나는 사파리와 강을 따라 보트를 타고 이동하며 하마와 악어, 코끼리와 조류를 관찰하는 사파리로 나뉜다. 보통 현지투어 프로그램은 육상과 보트 크루즈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두 가지 사파리를 모두 즐길 수 있다. 창문이 하나도 없는 오픈 SUV차량을 타고 숲 속을 누비는 육상 사파리는 오로지 드라이버의 오랜 경험과 감각에 의지하며 동물을 찾게 된다. 오랫동안 가이드 역할을 해 온 드라이버들은 보통 어느 장소와 시간에 동물이 많이 출현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동물을 관찰하기 좋은 장소로 여행자를 안내한다. 운이 좋으면 소위 ‘빅5’를 하루 만에 모두 볼 수 있지만 대개는 며칠 정도 지나서야 관찰할 수 있다. 동물들은 보통 이른 새벽과 해가 질 무렵에 많이 관찰된다.
창살 없는 광활한 대지에서 TV에서나 보던 야생동물을 조우하는 것은 아프리카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다.

초베강을 유람하며 아름다운 낙조를 관찰하다

육상에서의 사파리가 끝나면 해질 무렵에 배로 갈아타고 보트 크루즈에 나선다. 초베강을 유람하며 동물들을 관찰하는 이 크루즈는 초베 국립공원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육상에서 보다 더 많은 동물들을 관찰할 수 있다. 크루즈를 하다 보면 강에서 머리만 내밀고 있거나 초원에 나와서 무리를 지어서 풀을 뜯고 있는 하마와 수십 마리씩 떼를 지어가며 이동하는 코끼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는 늪지대에서 하마와 코끼리가 동거를 하고 있는 이색적인 풍경도 볼 수 있다. 초베강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가 조류 관찰이다. 강 주변에는 450종이 넘는 조류가 살고 있는데, 선장이 배를 숲 쪽으로 몰아가며 조류에 대해 설명을 해 주기도 한다.
동물과 조류 관찰이 끝날 무렵, 아프리카의 붉은 태양이 강과 초원이 어우러져 있는 국립공원 저편으로 넘어가는 모습은 잊기 힘든 감동으로 다가온다. 초베 국립공원은 그 면적이 1만㎢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기 때문에 하루 만에 돌아보기는 힘들지만 시간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하루 동안 육상 사파리와 보트 사파리를 모두 즐길 수 있다.

  ▶ 무리를 지어 놀고 있는 임팔라 무리

  ▶ 배를 타고 초베강을 유람하다 보면 하마와 코끼리를 비롯해
 다양한 새를 관찰할 수 있다.

글·사진 김선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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