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고롱고로 분화구

아프리카 여행의 백미는 동물을 관찰하는 ‘게임 드라이브’이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에서 사자, 코끼리, 코뿔소, 가젤, 표범, 치타, 기린 등 수많은 동물들을 관찰하다 보면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이 든다.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분화구는 동물들을 관찰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자연과 야생동물들이 공존하는 아프리카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응고롱고로 보호구역
거대한 칼데라에서 야생동물과 조우하다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 인근에 있는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은 아프리카의 생태계가 가장 잘 보존된 곳이다.

사화산(死火山)의 분화구로 높이 2,286미터 지점에 있는 이곳은 원래 킬리만자로만큼 높았던 곳으로, 화산이 폭발하면서 윗부분이 날아가고 직경이 20km나 되는 분화구가 만들어진 곳이다.
화산의 단층이 병풍처럼 에워싸고 있는 응고롱고로 분화구는 그 깊이가 무려 610m에 달하는 거대한 칼데라호로 풀밭과 호수 등 크고 작은 웅덩이가 많아서 동물들이 서식하기에 아주 좋은 환경이다. 또한 용암과 화산재의 분출을 끝내고 쉬고 있는 사화산인 응고롱고르 분화구는 동물들이 분화구에서 잘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동물들의 밀도가 아프리카의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높은 곳 중 하나이기도 하다.

마사이어로 ‘큰 구멍’을 의미하는 이 분화구는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얼룩말, 누, 사자, 하이에나, 치타, 코끼리, 버펄로, 가젤 등은 물론, 세렝게티에서 조차 찾아보기 힘든 100여종의 조류를 관찰할 수 있다.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은 1979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고, 2010년에는 이 지역에서 인류의 진화와 관련된 많은 발견이 이루어진 점을 인정하여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이 합쳐진 세계복합유산으로 등재되었다.

  ▶ 동물들이 살기 좋은 최적의 환경을 가진 응고롱고로

Photo by Sunkyeom Kim  

칼데라의 초원을 뒤덮은 얼룩말과 누 떼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은 기후가 온난하고 짧은 기간에 비가 많이 내리기 때문에 다양한 동식물이 분포한다.
특히 분화구 내에 수만 마리의 야생동물이 살아가는데, 사자와 치타, 표범, 물소, 코끼리, 그랜트 가젤, 하이에나, 얼룩말, 누, 재칼, 여우 등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동물들이 살아간다. 한가지 재미 있는 사실은 다른 아프리카의 국립공원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사슴들이 이곳에는 없다는 사실. 응고롱고로 분화구엔 기린이 좋아하는 먹이인 아카시아 나무가 많지 않고, 기린이 분화구의 가파른 길을 내려갈 수 없기 때문에 기린은 찾아보기 힘들다.

응고롱고로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동물은 얼룩말과 누 떼이다. 얼룩말과 누는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같이 몰려다니는 경우가 많다. 누는 색맹이지만 후각이 뛰어나기 때문에 먼 곳까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반면에 얼룩말은 후각은 떨어지지만 시력이 좋아서 아주 먼 곳까지 볼 수 있다. 게다가 서로 뜯어먹는 풀의 종류가 달라 먹이를 두고 싸우는 일도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얼룩말과 누는 서로 부족한 후각과 시력을 보충해 주며 포식자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으니, 서로에게 무척 도움이 되는 존재이다. 동물들이 이렇게 서로 도와가며 공존 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사시사철 먹을 것이 풍부하기 때문에 서로 먹이 다툼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응고롱고로 분지가 ‘야생동물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응고롱고로 고원지대에서 분화구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급하다. 그런 분화구 아래에는 숲과 넓은 초원이 시원스레 펼쳐진다. 응고롱고로 분화구는 500∼600m 높이의 산들이 사방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분지의 가장 낮은 곳과 높은 곳의 고도 차이는 거의 1,600m에 달한다. 이러한 자연환경 덕분에 응고롱고로 분지의 동물은 계절마다 먼 길을 이동하는 세렝게티 초원의 동물과는 달리 대부분 일생 동안 이 안에서 살아간다.

  ▶ 응고롱고로 분화구 자연보호구역으로 들어 가는 길목

  ▶ 보호구역에 거주하는 마사이족

초기 인류인 호모 하빌리스가 살던 곳

화산 분화로 형성된 거대한 응고롱고로 분화구를 중심으로 한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은 광범위한 고원지역이다. 이 지역은 단순히 야생동물이 살아가는 자연지역이 아니라 동물과 원주민, 그리고 자연이 서로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지역이다.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에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유명한 원주민인 마사이족이 살고 있다.

원래 마사이족들은 인근에 위치한 세렝게티 국립공원 에 살았는데, 탄자니아 정부가 1951년에 세렝게티를 국립공원으로 만든 후,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으로 이주를 했다. 탄자니아 정부는 마사이족이 이주를 하는 대신에 그들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그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있고, 관광산업을 발전시키고 있다.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은 고고학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다.
이곳이 중요한 이유는 보호구역 내의 울두바이 계곡(Olduvai Gorge)에서 300만~360만 년 전의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뼈와 150만~200만년 전 아프리카에 살던 초기 인류인 호모 하빌리스의 흔적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응고롱고로 보호구역은 야생동물과 아름다운 자연은 물론, 고고학적인 중요성이 결합되어서 유네스코 복합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글 이정민
사진 김선겸, 장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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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Food

피크닉 런치
사파리를 즐기다 보면 국립공원의 광활한 크기 때문에 식사 때 마다 롯지로 돌아올 수 없으므로 점심나절의 피크닉런치는 필수이다. 아침 저녁은 뷔페식으로 이루어지지만, 멀리 게임 드라이브를 나갈 때는 피크닉 런치를 챙겨야 한다. 소풍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피크닉런치는 롯지 사파리에서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묘미이다.
여행자의 구미에 맞추어 다양한 요리를 먹을 수 있도록 사파리 롯지에서 준비를 해준다. 장작불 옆에 둘러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며 함께 나누는 식사를 그 어떤 만찬에도 비할 수 없을 것이다. 맑은 하늘엔 쏟아질듯한 별들이 반짝이고 수많은 야생동물과 자연의 숨결만이 느껴지는 고요한 사파리에서의 식사는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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