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으로 북극점 N 90’ 가기

매년 4월 한 달은 북극점 항공여행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달이다. 북극의 겨울은 너무 춥고 여름은 북극의 빙하가 녹아 항공기 착륙이 어려운 상태로 변하기 때문에 오직 한 달만 항공을 이용하여 북극점을 방문할 수 있다. 인구 5천 여명 시베리아 북쪽 카탕가는 북극점 항공여행의 전초기지이다. 2시간 반 거리에 러시아 군사과학 기지인 Sredniy Island(79.5’N)로 연결되며, 다시 2시간 비행으로 북위 89’N 에 위치한 Barneo Ice Airport에 도착할 수 있다. 그리고 30여분의 헬리콥터로 지축의 끝 북극점 90’N를 밟게된다.

모스크바-크라스노야르스크-카탕가로 이어지는 북극점 루트

북극..점.. 우주만큼이나 나와 상관없는 장소로 여겨지는 텔레비전 다큐멘터리 장소를, 그것도 계획 없이 갑작스럽게 가게 되었다. 설마 했는데 출발 1주일 전에야 확실히 가게 되었다고 통보 받은 나로선 부랴부랴 마음만 바빴다. 뭘 준비해야 하나.
일단 준비 1단계로서 러시아 최북단에서 가게 되있는 지라 러시아비자를 받았다. 싱글비자 (1회입국유효비자)와 멀티비자(1회 이상허용비자) 사이에서 ‘한번 입국이면 되겠지’ 한치의 망설임없이 싱글로 신청한 비자.. 허나 비자 심사관의 “ You wanna 1 entry visa ?” 가 유독 또렷이 들려오면서 뭔가 멈칫하게 만든 건 이 여행의 암시 같은 것?
비자를 받은 후 다음 준비는 옷.
4월 달 영하2,30도의 북극이긴 하나 겨울에도 내의를 챙겨 입지 않는 나로선, 북극에서 단 몇 일 견딜만한 옷을 따로 사자니 좀 아까워.. 그냥 남편의 기능성 옷들(예전 남극갈 때 다녀온 그 옷들)을 나에게 맞게 재단(대충 가위로 잘라서)하고, 외투도 껴입으면 대충 맞는지라 니것 내것 따지지 않고 공유해서 대충 준비 완료. 짐을 많이 가져 오지 말라던 주최측 자료를 떠올리며 우리는 소정(?)의 준비물만을 챙겼다.

이번 북극점을 주관하는, 예전 인기 샹송가수 조르쥬무스타키를 닮은 세르게이가 모스크바에서 우리를 맞아주었다. 세르게이, 그의 외모와 잘 어울리는 멋진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러시아 있는 동안 여기저기서 수 많은 세르게이를 들을 수 있었다(우리나라 ‘영철’정도의 이름이랄까). 세르게이가 우리 짐을 보고 의아해한다. “그 짐이 다냐고” 하면서 내심 걱정스러운 얼굴, 난 속으로 ‘니가 짐 작게 가져오랬잖아!!!’.

  ▶ 바르네오 공항의 기지요원

Photo by Youngbok Jang  

우리의 여정은 모스크바에서 북쪽도시 카탕가로 출발 그리고 다시 북극권 공항인 Barneo Ice 공항, 그리고 다시 헬기로 북극점이었다. 1주일 내로 돌아온다는 말에 흔쾌히 따라왔고, 일정을 보니 1주일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모스크바에서 이번 일정의 두 번째 장소인 카탕가로 날아왔다. 아니 카탕가로 알고 왔다. 비행기에서 내리니 눈으로 뒤덮힌 공항부터가 마음을 다잡게 했다. 그러나 공기가 모스크바와는 사뭇 달랐으나, 가만.. 영하 30도? 북극점보다 오희려 추울거라던 카탕가의 날씨치곤 꽤 따뜻하다고 생각하던 차…그곳은 카탕가가 아니란다. 러시아어 문맹인 우리는 여행내내 이렇게 뒷북이었다. 읽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항상 도착해서야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던 것..

이곳은 나중에서야 알았지만 러시아 지폐에 나온다는 크라야노스크 였고, 왜 이곳에 왔는지는 이유를 물어봐도 알아들을 수 없으니… 하긴 러시아어표기로 고유명사라도 알고 왔어야 했다. Mockba라고 써있는 곳이 너무 많아 이게 무슨 중요한 말인가 보다 하고 생각은 했는데, 모스크바의 러시아표기였을 줄이야. 목크바라고만 읽고 다녔으니…
왜 온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하루를 기다렸다.

북극점으로 가는 시베리아 최북단 북극마을 카탕가에서 북극점으로

드디어 진짜 카탕가에 도착. 북극의 추위를 이제야 조금이나마 실감, ‘아 내가 북극점 여행길이었지를 상기하기 시작했다. 영하25도 이 곳에선 따뜻한 날씨란다. 우리는 조금이라도 맨살이 노출되어 동상에 걸릴까 노심초사 싸매고 또 싸매는데, 햇살 비추는 날씨라 해도 명색이 영하 30도에서, 기온이 무색하게 한 아저씨가 오두막집에서 유유히 걸어나온다. 반팔 런닝차림으로.. 이 작은 러시아 최북단 마을에서 바로 북극으로 들어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침마다 오늘은 북극점을 밟으리라는 기대감으로 잠 안 오는 백야를 버텼는데, 아침식사 때마다 듣는 말은 ‘날씨가 좋지 않다’였다. 이렇게 4일을 기다렸다. 그러나 기다리는 시간이 아무 의미 없지는 않았다.

 ▶ 노르웨이 롱이어반 공항

 ▶ 카탕가의 이누이트족 아이들

아무것도 없을 것 같던 이 최북단 작은 마을에도 투어란 게 있더라. 몽골 에스키모 유목민 역사 박물관부터 망망대해 얼음바다를 버스로 돌아보는 드라이브 관광(간간이 정박해 있는 배 사이로 눈 덮인 바다 위를 차로 달리는 맛은 묘했다 -이 마을 데이트코스 인 듯, 간간히 커플들의 드라이브차량들이 지나간다).

이곳에서의 마지막 날 드디어 출발을 통보 받았다. 그러나 ‘북극으로’가 아닌 다시 ‘모스크바’로이다…
4일을 카탕가에서 기다리는 동안 우리가 가야 할 북극얼음공항이 러시아에서 노르웨이권으로 이동해 카탕가에서의 출발이 불가능하단다.. 그리하여 6일 전의 모스크바로 다시 되돌아가 노르웨이 스발바드(Svalvard)로 날아갔고, 거기서 한 시간 후 일주일 동안 기다려왔던 바르네오 아이스 공항에 단 3시간 만에 도착. 헬기로 한 시간 여 만에 북극점에 입성할 수 있었다.

6일을 목빠지게 기다려 왔는데 항로를 바꾸니 하루 만에 목표지점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드디어 북극점에 도착한 것이다. 그런데 감흥보다는 뭐라해야 하나… 딱 이 기분이었다 - 앞만 보고 10km를 달렸는데 목표지점은 출발지점 반대방향 10m인 황당함. 허나 이런 허탈감은 금방 잊혀지고, 우리포함 일행들은 자국의 국기가 극점에 꽂히자 흥분하여 1시간 동안 지구의 최북단에서 점을 정신없이 사진으로 찍어 댔다. 산소통만 매고 있다면 왠지 우주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우리가 늘 보던 일상의 물질들이 아무것도 없는 끝없이 하얀 이 곳…이름하여 ‘하얀 별’.

김소연씨가 러시아에서 우주에 가 있는 그 시간.. 나도 러시아에서 지구 내 우주공간 하얀별 북극점에 있었다. 우주착륙도 현실화된 이 시대에 같은 지구 안의 공간인 북극점 착륙은 동네마실(산책) 수준이겠지만… 그렇다. 나에게 한번도 가보지 않은 여행지는 출발 전은 항상 우주, 그러나 도착해서는 동네같은 느낌이다.
자연이 허락하는 한 이 지구 안이라도 다 우리 동네로 만들고 싶다.

  ▶ 헬리곱터로 북위 90도 북극점 도착

Photo by Youngbok Jang  

글 어성애
사진 장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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