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

중남미에 존재하는 수많은 유적지 중에서 오직 한 곳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가 펼쳐보는 여행서 ‘론니플래닛’에서는 같은 질문에 '마추픽추'라고 답한다. 잉카의 심장, 페루 중심부에 있는 마추픽추는 올해로 발견 100주년을 맞았다.

잉카의 잃어버린 도시 '마추픽추'

지난 1983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마추픽추는 남아메리카 토착민들의 언어 케추아어로 ‘늙은 봉우리’를 뜻한다. 이 유적지는 지난 1911년 미국 예일대 고고학자가 잉카의 마지막 요새인 '빌카밤바'를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유적으로 '잉카의 잃어버린 도시'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고고학자에 의해 발견되기 전까지 울창한 수풀에 뒤덮여 숨죽이고 있던 이 오래된 유적은 땅 위에서는 실체를 파악할 수 없고 오직 공중에서만 그 전체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해 '공중요새'라고도 불린다. 그 웅장한 크기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건축술의 미스터리에 의해 외계인이 만든 지구 기지라는 음모론을 안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한 마추픽추, 그 건축술의 놀라움

페루는 해안가에 있는 수도 리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주요 도시가 안데스 산맥의 고원지대에 걸쳐 있다. 쿠스코 근처에 위치한 마추픽추 역시 안데스 산맥의 정상 부근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산 아랫부분에서는 좀처럼 위치나 존재를 확인할 수가 없다. 마추픽추가 오랜 기간 베일에 가려 있던 이유는 고산에 항상 걸려 있는 안개와 구름이 오랜 기간 외부인의 눈길과 발걸음을 막았던 자연 방파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 잉카의 공중요새 ‘마추픽추’

Photo by G Adventures  

마추픽추를 건축한 잉카인들의 기술은 아직도 수많은 추측만을 낳고 있다. 20톤 이상의 돌을 정교하게 잘라내 길도 없는 산길을 수십 km나 이동해 공중요새를 만들 수 있었던 방법은 현대 기술로도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추픽추를 구성하는 석조물 중 가장 큰 돌은 높이 8.5m, 무게 360톤 이상 나가기도 한다.동전 하나도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촘촘하게 쌓인 마추픽추의 석조들은 오랜 시간 비바람에도 풍화되지 않고 세월을 견뎌와 지금도 풀리지 않는 불가사의로 남아있다.

잉카인들의 흔적을 간직한 슬픈 영혼이 잠든 곳 ‘마추픽추’

스페인군의 침략을 받은 잉카인들은 영광스러웠던 자신들의 영토와 흔적을 버리고 점점 깊은 산으로 숨어 들었는데, 마추픽추는 그들이 스페인군에 대항해 투쟁을 벌였던 최후의 결전지로 알려져 있다. 마추픽추에서 조차 패한 잉카인들은 스페인군을 피해 이동하면서 더 빠른 피신을 위해 아이와 여자, 노인들을 마추픽추의 구석에 산채로 매장했다. 잉카족의 후예들이 마추픽추를‘슬픈 영혼이 잠든 곳’이라 부르는 이유이다.

마추픽추는 정상에 올랐을 때 비로소 그 진모를 발견할 수 있다. 마추픽추에는 잉카인들의 농경지, 제사를 위해 쓰였던 제단, 도시생활의 장소, 묘지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생활 터전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대부분 산비탈로 이루어져 농경을 위한 평평한 땅이 희귀했던 잉카인들은 비탈을 원형의 계단모양으로 만들어 감자와 옥수수를 경작했다. 특히 감자는 안데스가 원산지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미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게 소중한 양식이 되고 있다. 잉카인들 역시 감자를 주식으로, 이를 경작하기 위한 실용적이고 과학적인 농경지를 고안해 생존했다.

 ▶잉카인들의 흔적을 간직한 슬픈 영혼이 잠든 곳 ‘마추픽추’

 

마추픽추를 살리려는 여행자들의 자발적 운동

최근 페루는 이끼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각국에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끼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은 잉카문명의 최대 흔적인 마추픽추이다. 페루 문화청은 최근 성명을 내고 이끼의 공격을 받고 있는 마추픽추를 구하는 데 세계 각국의 대학과 국제기구의 도움을 요청했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까지 선정된 마추픽추에는 최근 각종 이끼가 끼고 있어 보존이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끼의주범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히고 있다. 최근 마추픽추를 찾는 관광객이 부쩍 늘어난 것도 이끼가 늘고 있는 한 이유라고 한다.

수천 년 간 보존되어 온 잉카의 흔적이 가파르게 변형되어 가고 있는데, 현재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여유기간은 20년 정도뿐이다. 당장 손을 쓰지 않으면 20년 뒤에는 하나둘 석조 도시가 훼손되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그래서 최근 마추픽추를 찾는 여행객들은 유적 보호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이끼의 번식을 촉발하는 음식물과 쓰레기 등을 거둬 내려오는 운동, 돌로 이루어진 마추픽추를 손상시키는 홈을 방지하기 위해 스틱 아래에 고무캡을 씌우거나 현지에서 만든 천연 나무 지팡이를 이용해 마추픽추를 둘러보는 운동 등이 그것이다. 잉카의 최후의 흔적이 담긴 마추픽추, 잉카인들의 숨결과 흔적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 여행객들의 자발적인 도움이 더해져야 할 때이다..

 

Photo Kihyuk Kang 

글 김우광
사진 김우광, 강기혁, G Adven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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