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Venice)

117개의 작은 섬에 세워진 베니스에는 운하가 150개, 다리가 400개가 넘는다. 자동차가 없고 인도로만 이루어진 미로 같은 길에서는 아무리 정신을 차린다 해도 한번쯤은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지만 베니스의 낭만과 아름다움의 열쇠는 걸어 다녀야만 찾을 수 있다. 아카데미아와 역 사이의 좁고 굽이치는 길에서 몇 시간 동안 헤매게 될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산마르코, 리알토를 가리키는 표지판을 아무리 봐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시간을 보내기에 이 거리만큼 재미있는 곳도 없다. 관광안내소에서 무료로 주는 지도는 복잡한 베니스거리에 대한 충분한 가이드가 되지 못하므로 간단하게 'Venezzia'라고 써 있는, 거리명이 모두 나타난 싼 지도를 사는 것이 좋다. 베니스는 카나레지오, 카스텔로, 산 마르코, 도르소두로, 산 폴로, 산타 크로체의 6개 지역으로 구분되며, 거리는 칼레(Calle), 루가(Ruge), 혹은 살리짜다(Salizzada), 작은 길은 깔레타(Caletta), 라모(Ramo), 운하옆길은 폰다멘타(Fondamenta), 운하는 리오(Rio), 부두는 리바(Riva)로 불린다. 베니스에서 광장(Piazza)이라고 불리는 곳은 산마르코 광장뿐이다. 다른 곳은 캄포(Campo)라고 한다. 산마르코에서 출발하여, 아카데미아 다리, 도르소두로, 산 폴로의 좁고 조용한 거리, 광장을 샅샅이 다녀 보면 베니스가 얼마나 아름답고 매혹적인 도시인가를 실감하게 된다.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실'이라고 한 산 마르코 광장은 비둘기떼와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고, 성수기에는 비둘기와 자리싸움을 해야 할 정도이다. 광장 정면에 있는 우아한 산 마르코 대성당은 성 마르코의 유해를 묻기 위해 지어진 곳이다. 산 마르코 광장 옆에 있는 두칼레궁전(Palazzo Ducale)은 총독의 궁전으로 사용되었다. 궁전계단을 내려오면 궁전과 옛 감옥을 이어주는 탄식의 다리(Bridge of Sighs)가 있다. 이름과 다르게 이 다리는 로맨틱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는데 아마도 감옥에서 처형된 카사노바를 연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다리는 죄수들이 처형장으로 가는 길목이었다. 틴토레토, 티치아노, 베로네제 등 베네치아 거장들의 작품이 소장된 아카데미아 미술관과 부근에 잭슨폴락, 막스 에른스트, 살바도르 달리, 샤갈 등 현대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된 페기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다. 베니스를 둘러싸고 있는 섬으로는 리도(Lido), 무라노(Murano), 부라노(Burano), 토르첼로섬이 있다. 리도는 베니스 남동으로 뻗은 긴 섬으로 베니스와 아드리아해의 경계를 이루며 한때는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던 해변휴양지 중 하나였지만 지금은 그때보다 많이 쇠락한 곳이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들고 있다. 무라노섬은 베니스유리가 태동한 곳이다. 유리박물관에 가면 유명한 베니스유리의 발달과정을 볼 수 있다. 부라노섬은 조용한 어촌마을로 이 섬 아낙들의 레이스가 유명하다. 토르첼로섬은 비잔틴 모자이크가 장식된 대성당이 볼 만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성가대 뒤쪽의 성모상 모자이크이다. 이 섬들로 가는 유람보트는 모두 산 마르코 광장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