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Rome)

'나는 이제야 내 젊은 날의 꿈을 실현하였다,' 1786년 겨울 괴테는 로마에 와서 이렇게 썼다. 오늘날의 로마는 옛날보다는 혼란스러울지 모르지만 낭만과 환상이 결코 사라지지는 않았다. 역사, 전설, 기념비로 가득 찬 이 도시는 또한 매일매일 바쁘게 움직이는 생활의 터전이기도 하다. 로마에서 여행자를 알아보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버스가 콜로세움을 지날 때 머리를 돌려 바라보는 사람은 십중팔구 여행자이다. 로마에 제일 먼저 정착한 종족은 에트루리아, 라틴, 사빈느족으로 팔라틴, 에스퀼리네, 퀴리날레 등지에 정착하였다. 고고학적인 증거로는 팔라틴을 최초 정착지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도시를 세운 것은 전설 속의 로물루스와 레무스형제이다. 이들은 레아 실비아와 전쟁의 신 마르스 사이에서 태어나 티베르강에 버려지는데 늑대가 이들을 데려다 기른다. 후에 누가 이 도시를 통치할 지 두고 싸우다가 팔라틴 언덕에서 로물루스가 쌍둥이 동생을 죽이고 로마의 왕이 되었다는 신화가 있다. 그 도시가 확장하여 당시에는 전세계를 의미하던 유럽을 통치하는 등 역사상 비교할 대상이 없는 유일한 제국이 된다. 로마는 서구 양대 제국이라 할 수 있는 로마제국과 기독교교회의 본산이다. 한 편에 공회당과 콜로세움이 있고 또 다른 편에 성 베드로 성당과 바티칸이 자리하고 있다. 그 사이에, 모든 광장에서는 역사가 숨쉬고 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어쩌면 빙산의 일각에 지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적어도 1주일은 지내봐야 로마의 진면모를 엿볼 수 있다. 광대한 도시이지만 역사적 중심지는 그리 넓지 않다. 주요 관광지가 대부분 테르미니 중앙역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몰려 있다. 그러므로 콜롯세움에서 공회당, 팔라틴을 지나 스페인계단, 바티칸까지의 코스를 하루에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너무 빡빡한 일정은 바람직하지 않다. 아름다운 광장들을 어슬렁거리다가 카페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먹는 재미도 로마여행에서 중요하니까. 주요 유적은 중앙역 서부에 몰려 있지만 항상 지도를 잊지 말고 들고 다니자. 헤매고 다니는 것도 재미로 삼을 수 있지만 시간낭비가 되거나 절망적일 때도 있다. 제한된 일정 때문에 여행일정을 잡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오전에는 일단 박물관에 가는 것으로 잡는다. 대부분 박물관이 오후 2시경 문을 닫기 때문이다. 콜로세움, 성 베드로 성당, 로마 공회당은 오후에도 문을 연다. 그리고 대부분 박물관이 월요일에 휴관한다. 이 방대한 도시에서 가장 멋진 것이 무엇이라고 단정짓기는 힘들지만, 고고한 바티칸과 시간을 초월한 포럼을 둘러보며, 최고속도의 피아트 밤비노에 한 잔의 카페 라떼를 마실 때, 로마의 황홀경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